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내부 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표회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 각종 의혹 제기, 책임 없는 고소·고발의 남발, 정관 질서의 무력화 등 그동안 누적돼 온 문제들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조직 전체의 도덕성과 공공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열린 제36-9차 임원회는 결국 하나의 방향을 택했다. 바로 김정환 목사에 대한 제명이다.
이번 결정은 한기총이 그동안 손놓아 왔던 ‘질서 회복’이라는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의 표현으로 읽힌다. 동시에 이 제명은 특정 인물에 대한 징계를 넘어, 한기총 내부의 구조적 혼란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한기총 질서위원회가 제시한 제명 사유는 네 가지다. 첫째, 재정 집행과 직무 수행 과정에서 드러난 신뢰성 훼손. 둘째, 문서 및 영상 유포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설명을 내놓는 등 소명 과정의 불투명성. 셋째,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민사소송과 고소·고발을 반복해 한기총의 질서를 흔드는 절차 무시에 따른 혼란 야기. 넷째, 김 목사가 대표로 밝힌 총회 및 단체의 사무실 운영과 관련해 해당 건물 운영자가 “승인한 적 없다”고 밝힌 바에 따라 드러난 총회·단체 실체의 불분명성이다.
이 모든 항목은 한기총이 지금 무엇을 잃고 있고,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단시간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오랜 기간 쌓여온 관리 부재와 내부 통제의 실패가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다.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을 표방한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한기총이 그 이름이 지닌 무게에 걸맞은 공공성과 신뢰를 지키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대표회장 고경환 목사가 이번 임원회에서 “한기총이 누구에게나 박수받는 단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것은 단순한 덕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회복해야 할 지점이 너무 많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정관을 지키지 않는 조직이 어떤 공의를 말할 수 있으며, 내부 절차를 무시하고 개인 간 분쟁을 법정으로 끌고 가는 행태가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어떤 연합의 정신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단체의 도덕성과 질서가 무너질 때, 한기총의 이름은 ‘연합’이 아니라 ‘혼란’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물론 김정환 목사 제명은 필요한 조치(?)이지만, 이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종착지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한기총이 스스로의 체질을 개선하고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는 출발점이다. 문제를 일으킨 개인을 치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일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윤리적 장치를 강화하는 일이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은 분열이 아니라 연대이며, 혼란이 아니라 질서이며, 의혹이 아니라 투명성이다. 한기총은 지금 무엇보다 내부의 부패와 무질서와 싸워야 하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한편, 제명 결정의 당사자인 김정환 목사는 이번 조치에 대해 오는 11월 18일(화) 오후 1시, 한국교회연합회관 아가페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후속 입장에 따라 이번 사안은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번 제명이 한기총의 다시 서기 위한 ‘마침표’가 아니라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노곤채 목사/ 뉴스앤넷 대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