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목사 대책위’, 감리회본부 앞서 시위성 기자회견 개최

 

24일 서울의 중심부인 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앞에서 이 교단 경기연회가 진행 중인 ‘퀴어 축제서 축도한 목사에 대한 교회법 재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는 “축복은 죄가 아니다”라면서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재판위원회는 이동환 목사에 대한 기소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목사는 지난해 8월 인천에서 열린 퀴어축제에 참석해 꽃잎을 뿌리며 성소수자들에게 축복 기도를 했다.

이후 이 목사는 ‘인천 건강한 사회를 위한 목회자 모임’(대표 성중경 목사)과 기감 충청연회 동성애대책위원회(위원장 이구일 목사)에 의해 이 목사가 소속된 기감 경기연회에 고발 당했다.

기감 교단헌법인 ‘교리와장정’은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범과(犯過·잘못을 저지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을 어긴 목회자는 정직과 면직, 출교 중 하나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기연회는 이를 심사위원회에 넘겼고, 심사위원회는 이 목사로부터 소명을 듣는 등의 과정을 거친 후 ‘기소 의견’으로 재판위원회에 넘겨 이 목사에 대한 재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기소 결정을 규탄하는 한편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이다.

대책위는 성명서에서 “다양한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교회가 가로막을 수는 없다”면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더 이상 하나님과 교단이 이름으로 행해지는 차별과 배제를 묵과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회견에 참석한 이 목사는 “교리와장정에 ‘동성애 찬성 및 동조’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처음 부탁을 받았을 때 잠깐의 고민이 있었지만 이내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목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이 목사는 “누군가에게 복을 빌어준다는 것으로 교단 재판까지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니다”면서 “미움과 차별과 배제는 하나님의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회견에 참여한 대책위 회원 등 50여명은 이 목사가 퀴어축제에서 꽃잎을 뿌리며 성소수자를 축복했던 일을 따라 무지갯빛 종이 가루를 허공에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다음은 이동환 목사의 발언 전문이다.

이동환 목사 발언

먼저 이렇게 굳은 날씨에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과 취재하러 와주신 기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난 2019년 8월 저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하였습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리와 장정에 ‘동성애 찬성 및 동조’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처음 부탁을 받았을 때 잠깐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목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복을 빌어준다는 것으로 교단 재판까지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신앙하는 하나님은 모든 이에게 어떠한 차별도 없이 사랑을 내리시는 분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가난한 자, 약한 자의 편이 되시며, 당시 죄인 취급당하던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신 분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찾아가 친구가 되고, 아무도 듣지 않으려 했던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분이 제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저는 목사로서 그러한 뜻을 따르려 노력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사람은 누구나 존엄하며, 그 누구도 자신의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에 의해 차별받아서는 안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우리 시대의 사회적 약자요, 부당하게 죄인 취급받는 성소수자들에게 복을 빌어준 것입니다.

축복식 당시 광장을 둘러싼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쏟아낸 저주의 말들과 적대적이고 혐오서린 눈빛, 물리적 폭력 등을 눈 앞에서 목도하였습니다. 결단코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태도와 언행이었습니다. 성소수자들을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어내고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과연 누구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사람을 저주하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축복하고 살리는 것에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흑백논리를 앞세워 성소수자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를 묻습니다. 그러나 어떤 존재도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럴 권리가 우리에겐 없습니다. 그저 사랑하라 하신 말씀을 따라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해 사랑할뿐입니다. 단언컨대 미움과 차별과 배제는 하나님의 것이 아닙니다.

한국교회에서 동성애 법조항으로 재판을 받는 첫 사례라고 합니다. 이번 교단 재판으로 인해 교회 안에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고, 숨죽인 채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상처받을까 염려가 됩니다. 그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시며, 결코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응원하고 연대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요.

이번 일이 감리회가 또 한국교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목사의 직임이 자랑스러우며, 여전히 감리교회를 사랑합니다. 또한 감리회에서 계속 목회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아닙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차별에 앞장서는 작금의 교회의 모습은 기독교의 본질인 사랑에서 멀어져 있습니다. 저는 있는 모습 그대로 환대받는 공동체, 다양성이 인정되며 평등하고 자유로운 교회를 꿈꿉니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축복할 수 있는 감리교회를 꿈꿉니다. 물론 감리교 목회자로서 교리와 장정을 존중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정신에서 어긋나 있는 법은 고쳐져야 합니다. 그렇기에 함께하는 이들과 더불어 교단 내에 차별적 조항을 바꾸어 나가는데 힘을 다할 것입니다. 과거 미국에서 노예제도 관련하여 사회법이 통과된 후 그 법이 교회 안에서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80년이 걸렸다고 하지요. 어쩌면 그렇게 긴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바꾸어 낼 것입니다,

양심적인 감리교인들과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호소합니다. 저를 위해서가 아닌 이 땅의 성소수자들과, 애통해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위해 힘을 모아 주십시오. 우리의 작은 몸짓이 오늘보다 조금 더 정의롭고 평등한 내일을 담보할 것입니다. 소나기가 올 때는 피하는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이미 차별과 혐오의 폭우 속에 있는 이들과 함께 비를 맞겠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사랑할 것이고, 당당하게 더 많은 이들과 하나님의 축복을 나눌 것입니다. 이 비가 그치고 우리의 다양함이 무지개빛깔로 퍼져나가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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