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아멘교회 송영춘 목사의 목회 수상(隨想) (2)

 

지금껏 내 인생에서 시간이란 놈만큼 사정없이 모든 것을 훔쳐가는 도둑은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

내게 있는 것을 허락도 없이 가져갔으니 도둑이 확실하고, 남김없이 가져갔으니 인정사정없는 놈이 분명하다.

옛날에 도둑들은 그래도 인정은 있어서 하나는 남기고 갔다는데 시간이란 놈은 예나 지금이나 몰인정한 것은 한결 같다.

놈에게 도둑맞은 것 중에 두고두고 아쉬운 것이 검은 머리이고, 새록새록 새삼스러운 것이 팽팽한 피부다.

시간이라는 도둑이 훔쳐가고 나니 중력이라는 놈은 왜 그리 극성인지 떨어질 줄을 모르고 뽈살에 곁붙어있다.

내가 웬만한 놈들에게 당할 사람이 아닌데, 무능해서 남에게 빼앗길 사람도 아닌데 이 놈들에게는 어찌해볼 재간이 없다.

시간이라는 도둑은, 얕잡아 볼 녀석은 아닌 것 같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켰는데 어느새 왔다 갔으니 말이다.

참, 좋은 소식이 있다.

조금 있으면 시간이란 놈이 또 내게로 들렀다 간다는 소식이다. 이 참에 놈을 붙들어 놓고 이제껏 훔쳐간 것을 모두 돌려받아야겠다.

‘너 잠깐 나 좀 보자!’ 녀석을 세워둘 요량으로 불렀는데, 뭐가 무서운지 뒤도 안 돌아 본다. 허긴 내 것 모두를 훔쳐갔으니 몰인정한 제 놈인들 면목이 있을까...

그래도 앞을 막고 세워보려 했는데 틈도 없이 줄행랑치고 만다. 세우기는커녕 뒤통수만 볼 수밖에 없는 내가 한심스럽다.

이러다가 남은 것마저 남김없이 도둑맞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협상이라도 해 볼까?? 아님 이제 가진 것도 없으니 오지 말라고 사정이라도 해 볼까??

아니다 평생을 지켜봤고, 당해왔는데 내가 아는, 시간이란 녀석은 그 정도로 봐줄 녀석이 아니다.

‘어쩔 수 없다 다 내줄 수밖에...’

며칠 전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나왔다. 연유를 알 수 없는 초등학교 때 내 사진을 아들 녀석이 찾아 온 것이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사진을 보면서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했다.

“내 사진이 왜 흑백이지???”

‘아뿔싸! 시간이라는 도둑이 내 것 다 훔쳐다가 아들 녀석에게 오롯이 넘겨줬구나~’

괘씸한 놈 진작 말이라도 하지…

저작권자 © 뉴스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