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노충헌의 '문화' '책' 이야기 (9)

6년 전 일인데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해진 신천지라는 집단이 성경방으로 시작했다가 세력이 커져 소위 위장교회를 운영하던 시기였습니다.

어떤 전도사님이 회사로 전화를 해서 “저희 교회 주변에 있는 건물이 아무래도 신천지집단인데 예장합동교단 교회로 위장한 것 같다”고 제보했습니다.

전도사님과 함께 주일날 모처에 있는 위장교회를 찾아갔습니다. 가까이 갔을 때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교회 외벽에 걸린 커다란 플래카드였습니다.

‘기도한국’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있었는데 당시 예장합동교단이 한창 진행하고 있었던 ‘기도한국’ 행사의 글씨체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흡사했습니다.

플래카드 아래에는 예장합동교단 기도한국 행사 공식 구호였던 “기도가 희망입니다”, “기도하는 민족은 절대로 망하지 않습니다!”는 문구도 쓰여 있었습니다.

예배 시간 전에 예배당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예배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신도들이 막아섰습니다. “어떻게 왔느냐”고 하길래 “관심이 있어서 예배를 드리러 왔다”고 답했습니다. 신도들은 “우리 교회는 기존 신도의 소개를 받은 사람만 출입을 시킨다”면서 “나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잠시 옥신각신하다가 예배실에서 한층 내려와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저희는 신분을 밝히고 “주보를 보면 담임목사님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으로 총신대를 졸업하신 분으로 되어 있는데 예배 참석을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었던 이들 중에 부녀회장이라는 분이 “담임목사는 얼마 전 사임했으며 우리는 신천지와 무관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신뢰하기 힘든 답변이었습니다.

함께 갔던 전도사님은 “부녀회장이라는 칭호 등 교회 조직, 설교 편성, 이 교회에서 공부한 사람의 노트 필기 등으로 볼 때 신천지가 확실하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전도사님은 담임목사라는 사람도 총신대 졸업자 명단에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한 아이가 저희 곁을 스쳐 교실로 보이는 방문을 열고 뛰어 들어갔습니다.

잠시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순간,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젊은 남성이 초등학교 교실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칠판 앞에 분필을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20여명은 족히 될 아이들이 교실 책상에 앉아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강사의 말씀을 받아적고 있었습니다.

‘아! 큰일이구나. 이 정도 규모의 교회에 적지 않은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교육을 받는다면 신천지는 조만간 엄청난 세력이 되겠구나’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최근 저는 제 주변에서 신천지나 구원파 집단으로 간 친지를 되돌리기 위해서 기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교회를 꽤 오래 다녔던 직분자들도 있었습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신천지나 구원파에 빠지게 된 이유를 “교회에서 채울 수 없었던 말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제가 속해있는 성경공부 그룹에도 “신천지에서 나온 후 성경공부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이곳에 오게 됐다”고 고백한 이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분은 “다니던 교회의 분쟁으로 시험이 들어서 교회를 떠나 있다가 말씀에 갈증을 느껴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왜 적지 않은 성도들이 교회에서 말씀의 은혜를 받지 못하고, 신천지나 구원파 같은 곳으로 가는 것일까요? 신천지에 갔던 이가 다시 교회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말씀에 대한 갈급함을 채우지 못한다면 그를 교회에 계속해서 붙잡아 둘 수 있을까요?

“누가 신천지에 빠졌다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수년전 신천지 위장교회 2층 세미나실에서 강사의 성경강론에 집중하던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