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노충헌의 '문화' '책' 이야기 (4)

저는 컴퓨터 초기 화면을 ‘구글’(google.com)로 설정해 두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다음’, ‘네이버’,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비해서 정신이 덜 사납기 때문이었습니다.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과 커제와의 바둑대결에서 연승을 거뒀을  때도 구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주간 해외에서 스마트폰에 있는 구글지도를 보면서 운전한 뒤 저는 구글이 너무도 알고 싶어졌습니다.

구글지도는 제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갈 마음조차 먹을 수 없었던 유럽의 한적한 시골길을 침착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목적지를 한글로 검색한 뒤 클릭한번만 더하면 방향이 제시되었고 한국어 음성으로 길안내 방송까지 해주었습니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고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무료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습니다.

<구글의 미래>(토마스 슐츠 저, 비즈니스북스, 2016)는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미국 통신원이 쓴 책입니다. 구글의 역사와 구글을 이끄는 리더들, 구글이 펼치는 일들과 그에 대한 세계의 우려를 공정하게 저술했습니다.

구글(CEO: 순다 피차이)은 산하에 구글맵(지도), 구글 애드센스(광고), 유튜브(영상) , 안드로이드(모바일), 서치(검색), 앱스(소프트웨어) 등의 플랫폼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주 회사 알파벳(CEO:래리 페이지) 산하에 캘리코(노화질병퇴치), 구글캐피털(미래 기술 투자), 파이버(초고속인터넷), 네스트(스마트홈), 구글 벤처스(고속성장기업에 투자), 딥 마인드(알파고), 구글 X(인류도약기술) 등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하는 일은 우리가 뉴스를 통해서 많이 들어 알고 있습니다. 구글검색 서비스는 전 세계 80%가 이용하고 있습니다. 유의미하고 중요한 연관 자료들을 정확하게 찾아서 순차적으로 나열해 주기 때문입니다.

50일만에 전 세계 1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가수 사이의 ‘강남스타일’을 유튜브를 통해서 보았습니다. 애플의 광팬이 아니라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실 것입니다.

조만간 캘리코에서 개발한 안경을 쓰면 걸어 다니면서도 혈당을 비롯한 몸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건강 진단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된다고 합니다.

구글 X는 무인자동차를 탄생시켰고, 사막 한가운데 20km 상공에 풍선을 띄워서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드론으로 택배가 가능해졌고, 달에 로켓을 쏘아 올릴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구글이 우리에게 주는 편리성은 실로 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광범위합니다. 구글이 공상 과학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들을 실현하게 된 첫걸음은 검색엔진의 개발이었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검색엔진을 만들었고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구글에 접속했습니다.

이들이 검색한 정보들이 쌓이면서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게 되었고 유저들의 성향에 맞는 광고와 기획들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이것은 돈이 되었고 권력이 되었습니다.

1998년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그린은 과학기술의 진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의 소유자였습니다. 기술은 모든 것을 가능케 하며 인류는 진보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축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축적을 위해 구글은 직원들이 주어진 일에 의미와 가치를 느끼도록 배려하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번 해외 자동차 여행 도중 미술관을 관람하고 왔더니 도둑이 차 유리를 깨고 안에 있던 여행 가방들과 모든 것을 훔쳐갔습니다. 여권과 약간의 돈, 옷가지와 식료품 등 일체가 없어졌습니다. 남은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영화 같은 일을 겪고 나서 잠시 정신이 아득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 손에 스마트폰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신용카드도 꽂혀 있었습니다. 마음이 안정되었고 후속조치들을 하나씩 취할 수 있었습니다. 

추신: <구글 맵, 새로운 세계의 탄생>(마쓰오카 케이스케, 위즈덤하우스, 2017>도 읽었습니다. 저자는 구글지도는 편리함을 주었지만 개인화를 가속화시켰다면서 ‘디지털의 편의성에 함몰되지 말 것’을 경고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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