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기쁨의교회 김대조 목사 ‘신앙 에세이’ (7)

▲ 김대조 목사

바야흐로 휴가철을 맞았다. 푹푹 찌는 더위 속에 다락방 모임도 방학에 들어갔다.

모처럼 식사교제를 위해 가던 차 안에서 장로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장로님 한 분이 “목사님! 저는 서울 남산 밑에서 30여 년을 살았는데도 남산 전망대 한 번 못 올라가봤습니다”라고 하셨다.

속으로‘아니, 왜? 못 가보셨지?’라고 생각하는 찰라, 옆에 계신 다른 장로님이 “저는 ‘부산 광안리 앞에서 30년 이상 작은 가게를 하는 주인이 광안리를 나가보지 못했다’는 얘기들 들었습니다”라고 말씀하셔서 모두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오래 전, 스위스 알프스에서 만났던 노부부가 떠올랐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스위스에서 일주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 인터라켄에 임시숙소를 정하고 프리패스를 끊어 산악기차(알프스에는 여러 종류의 산악 기차가 있다)와 케이블카를 타고 돌아다녔다.

장엄한 아이거, 뮌히, 융프라우 봉우리를 날마다 오르내리며 그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에 감동을 받았었다.

특히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융프라우는 해발 4000m가 넘는 고지대라 여름에도 여전히 눈이 덮여 있었다. 눈보라가 몰아치기도하고 산소도 희박해 정상에 있는 카페 건물 밖으로 나갈 때 숨이 막히기도 했다.

하루는 알프스 아래 작은 동네가 있는 지역으로 산악기차를 타고 올라가던 중 머리가 하얗게 샌 100세에 가까운 노 부부를 만났다.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융프라우는 다녀오셨지요?" 했더니 전혀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아직 올라가보지 못했어요." 깜짝 놀랐다. 그 긴 세월을 알프스 아랫동네에 살면서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니.

‘이것이 우리 인생이 아닌가?’싶다. 먼 곳에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이때 아니면 어렵지!’ 싶어서 그런지 기필코 올라가 보게 되는데. 바쁜 일상의 삶에 치이다 보니 서울에 살면서도 남산 전망대 한 번, 부산 광안리 한 번 마음 놓고 나가보지 못한 채. 그렇게 수 년, 수십 년이 흘러간다.

말씀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그러하지는 않는지!

말씀의 홍수 속에 살면서 우리는 의외로 말씀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할 때가 많다. 성경을 가까이 두고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펼쳐 볼 수 있으니까’,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언제든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는 착각.

하지만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라는 말이 있다. 말씀을 펼쳐서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읽더라도 그 말씀을 순종함으로 내가 내 삶에 집어 넣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결코 맛을 낼 수 없다.

농부에게 농사짓는 물이 귀하듯 믿음의 세계에서는 말씀이 생명이다. 말씀을 읽어야 말씀대로 순종하며 살 수 있다. 말씀을 사모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음성에 기울이며 그 속에서 무궁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위로와 평강을 얻으며 자신도 살고, 남도 살리며 더욱 말씀 속에 깊이 들어가게 된다. 생명수인 말씀은 아무리 퍼다 쓰고 또 써도 결코 메마르는 법이 없다.

무더운 여름,‘다음에…, 다음에…’라는 유혹, 잔뜩 풀어질 수 있는 나의 영적인 상태에 긴장감을 주며 성경 읽는 재미에 푹 빠져 보는 것은 어떨지.

특히 혼란한 시대를 보는 ‘사사기’나 인생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세기’, 고난 가운데 있다면 ‘욥기’를. 그것은 주님을 만날 기회이자 나의 삶을 돌이키고 주님 원하시는 방향으로 나를 변화시킬 타이밍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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