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기쁨의교회 김대조 목사 ‘신앙 에세이’ (1)

▲ 김대조 목사
신학대학원 시절, 졸업여행으로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전도사들은 사역을 위해 비교적 일찍 결혼을 하던 시절인지라 많은 동기생들이 결혼을 하였다.

물론 나와 같은 싱글들도 있긴 했다. 당시 졸업을 앞둔 내 상황도 ‘전임으로 사역을 나가기 위해서는 일단 결혼부터 해야 할 절실한 필요’가 있었던 총각이었다.

성지순례 중 시내산 코스가 있었다. 기도하던 중 하나님이 마음에 소원을 주셨다. 출발 전부터, ‘시내산에 올라가면 하나님께 꼭 좋은 자매를 달라고 기도하리라’ 간절히 기도를 했다.

그 간절함은 매일 밤 10시면 기숙사 옆의 산에 올라 1시간씩 기도를 하게 했다. 처음엔 어두운 산이 좀 무섭기도 했지만 결혼이 간절하던 터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기도로 준비를 하고 간 성지순례 여정 중 마침내 시내산에 오르는 새벽. 신대원 동기들 중에는 이미 결혼해 나이가 지긋한 분들도 있었고 이제 갓 결혼한 신혼부부들도 있었다. 그분들은 시내산 길을 함께 밀어주고 당겨 주며 알콩달콩 정답게 올라가고 있었다.

난 그럴 상대가 없었기에 기도할 욕심으로 어둠 속에서의 길을 재촉해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3시간 가까이 올라가는 산행. 숨이 막히고 목이 말라 중간에 물을 하나 사 마셨다. 힘든 길이었지만 정상이 곧나타나리란 희망, 하나님께 기도하리란 간절함으로 어둠 속에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계속 부지런히 내딛었다.

지금 기억으론 다른 사람들 보다 근 한 시간 먼저 정상에 올랐던 것 같다. 시내산 정상은 칠 흙 같이 어두웠다. 그저 어둠 속에 펼쳐져 있는 바위 산들. 깊은 어둠 속의 계곡과도 같은 절벽과 벼랑 끝에 서서 두 손을 들었다.

'주여! 하나님께 쓰임 받는 종이 되게 하옵소서! 그리고 주님 저에게 배우자를 주십시오!’ 시내산에 올라 하나님께 계명을 받던 모세를 떠올리며 간절히, 간절히 기도했다.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던 중 깊은 시내산의 어둠 속에서 하나님은 나에게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순간을 주셨다. 나의 가슴에 남겨진 하나님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시내산을 내려온 지 꼭 한 달 째 될 때, 아내를 소개 받았다. 열 번도 채 못 만나고 두 달 반 만에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시내산에서 손을 든 기도의 응답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지금도 두 손을 들고 기도를 할 때면 그때 생각이 스친다. 하나님이 내가 든 두 손을 기뻐하셨음을 안다. 하나님 앞에서 두 손을 든다는 것은 많은 함축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때론 교회에서 손을 들고 찬양을 하고 기도하는 것이 참 어색하고 때로 불편해 보이는 성도들이 있음을 본다.

‘꼭 손을 들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 그냥 편하게 놔두고(?) 싶지만 시내산에서 받은 나의기도 응답이 떠올라 “손을 들고 찬양하고, 기도하자”고 하고 싶다. 이것이 목사로서의 욕심일까, 사랑일까.

새벽기도 시간. 개인 기도의 시간에 가끔 어둠 속에 조용히 손을 들고 기도하는 성도님들을 본다. 그 든 손에 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느껴진다. 나도 이제 새벽에 다시 손을 들고 기도해야겠다. 시내산에서 들었던 그 기도의 손을, 사랑하는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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