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링턴 교수, ‘제1회 종교와 건강 국제 심포지움 - 조울증과 철학적 삶’서 주장

▲ ‘제1회 종교와 건강 국제 심포지움'서 발제 중인 코링턴 교수(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다양한 형태의 심리적 질병들을 앓고 있지만, 특별히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니 드러내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해야만 한다.

내가 중증이든 가벼운 증상이든 그러한 증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는 순간, 나는 그때부터 “미친 놈”이 되거나 혹은 (무슨 문제로 서로 다투거나 하면) 내가 감정 컨트롤 못해서 벌어진 일로 덤탱이를 쓰게 된다.

육체적인 장애도 배려를 많이 못 받는 사회지만, 정신적 장애는 더 더욱 배려를 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이런 것들을 숨기고 은폐하며 살아가게 된다.

교회는 어떤가? 교회에서는 더 더욱 숨겨야 한다. 그런 심리적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분명 믿음이 부족한 형제 또는 자매로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은 어떤가? 교회에서 그런 교우들을 보면 언제나 ‘믿음 부족’ 혹은 ‘약한 신앙’으로 치부하면서, 울부짖고 통성기도 하는 모임과 예배로 데려다 ‘치유’하겠다는 무지와 무식을 드러내면서도, 이를 소위 “신앙 치유”라는 엉터리 말로 포장한다.

현대 사회에서 목회를 감당하는 이들에게 이런 정신적 장애들에 대한 무지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이에 목회자들의 정신적 장애들에 대한 무지 탈출을 돕는 심포지움이 열려 화제다.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 감리교신학대학 백주년기념관 소예배실에서 ‘조울증과 철학적 삶: 우리 모두는 조울증-천재!’라는 주제로 진행된 ‘제1회 종교와 건강 국제심포지움’이 그것이다.  

주 발제자로는 20대 후반 발발한 조울증을 안고 살아오면서도 거의 30년 동안 미국 드류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 그리고 종교학 관련 과목들을 가르쳐온 코링턴(Robert S. Corrington) 교수가 나섰다.

코링턴 교수는 먼저 자신의 인생에서 조울증이 어떻게 찾아오게 되었는지를 밝힌 후, 전신적 질환의 치료와 극복을 위해 약물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코링턴 교수는 “이런 증상들이 물론 유전적 영향으로 촉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신적 질병을 위한 약물들이 상당히 많이 발달해 있는 요즘은 조기 진단을 통해 약간의 약물치료 도움을 받는다면 상당한 개선효과를 갖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코링턴은 정신분석적 치료와 상담치료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했다. 병의 악화를 지연시키는 데 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링턴 교수는 정신분석적 치료와 상담치료가, 특별히 의사가 프로이트식 내용을 전공했을 경우, 궁극적인 치유에는 무척 한계가 있는 방법임을 지적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의 분석과 치료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정신분석적 치료와 상담치료는, 물론 병의 원인이 과거로부터 유래하지만 그런 트라우마 상황에 취약한 트리거(trigger)를 갖고 있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보충 설명할 뿐, 그의 유전적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코링턴 교수는 “과거의 치유를 통해 증상을 극복하자면 결국 유전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알다시피 현재의 의학기술로 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생명공학자들은 줄기세포나 새로운 의학기술의 발달로 곧 그런 시대가 올 거라 말하지만, 그건 그런 치료가 돈이 될 때에야 촉진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코링턴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상담치료는 그저 증상을 안고 살아가는 이에게 ‘위로의 상담학’을 전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이런 정도의 위로와 힐링 치유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살 충동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현재 가능한 대안으로 코링턴 교수는 ‘정신적 질환들과 철학&신학의 만남’을 제시했다.

코링턴 교수는 “결국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내 삶에서 발생하는 ‘무드스윙’의 극복은 궁극적으로 나와 세계와 초월의 관계를 해석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의미지평을 견고하게 견지할 때만이 가능하다”면서 “바로 여기에 정신적 질환들과 철학 그리고 신학이 만나야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정신적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의 근원적인 물음은 ‘모두가 정상이고 멀쩡해 보이는 이 세계 속에서 왜 나만 이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가?’의 물음인데 이런 물음에 대해서 대답을 할 때, 근원적인 치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링턴 교수는 “각자에게 이 질병이 가져다주는 의미지평의 파괴 수준과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획일적이고 영구적인 대답은 가능하지 않다”면서도 “바로 그 다양성 때문에 이 질병은 결국 환자 자신이 삶과 생명과 우주에 대한 전인적인 이해 지평을 회복함을 통해서, 근원적인 치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의 궁극적인 치유를 위해서는 약물 치료와 삼담치료 외에 철학과 신학의 이해가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코링턴 교수는 “물론 이는 기존의 정신과 치료와 상담 치료가 불필요하거나 쓸모없다는 것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일단 증상이 심각하게 발달하면 철학적 상담과 신학적 치유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일단 증상을 받아들이고 치유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발동하기 시작하면 철학과 신학이라는 지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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