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혁명이냐 사랑이냐’ 주제로 양화진 목요강좌 강연
지난해 말 개봉된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ㆍ가난한 사람들)은 대선 정국과 맞물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로 인해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의 번역본들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저자인 위고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을 통해서 ‘혁명을 넘어선 기독교적 사랑’을 말하고 있지만 일반 독자는 말할 것도 없이, 크리스천 독자들마저 이를 놓치고 있다는 게 이어령 박사의 주장이다.이어령 박사는 지난 28일 오후 서울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선교기념관에서 ‘소설로 찾는 영성 순례’ 첫 번째 강의 ‘레미제라블, 혁명이냐 사랑이냐’를 강연했다.
이 박사는 강연에서 “레미제라블이 보여주는 혁명과 사랑의 이야기 속에서 대다수 관객들은 중요한 핵심, 곧 혁명 속에 있는 ‘기독교적 사랑’을 놓치고 있다”며 “독자들은 작품이 전하는 기독교적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레미제라블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혁명의 정신을 아우르는 사랑이 바로 기독교적 사랑이며, 그 사랑이 장발장이라는 한 인물을 통해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는 수없이 죽이고 가두고 싸우는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끊임없이 살려주고 용서해주고 사랑해주는 힘이 모든 것을 구제해 주고 있는데 여기서의 사랑이 바로 기독교적 사랑이라는 것이다.이 박사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리케이드에서 혁명의 노래를 부르다 죽어간 사람들이 아니라, 유일한 생존자이면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코제트와 마리우스를 모두가 쓰러진 눈물바다 속에서 살려준 장발장이 주인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박사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장발장이 죽어갈 때 코제트가 ‘신부를 부를까요?’라고 묻지만, 장발장은 자신이 죄수였을 때 신부가 준 촛대를 가리키며 ‘신부는 필요 없다. 바로 저 빛이 나를 구제해 줬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면서 “바로 이 한 마디가 명백한 기독교적 메시지”라고 설명했다.이와 관련 이 박사는 소설 속의 자베르 경감은 프랑스혁명 이후 공포정치를 실시했던 로베스피에르에 비유하며 “그는 정직하고 정의로웠으며 나무랄 데 없었던 사람이었지만, 사랑 없이 모두를 자신의 잣대로 바라보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말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박사는 “레미제라블은 ‘로베스피에르에게 장발장의 은촛대가 있었다면 그렇게 많은 피를 흘리지 않고 혁명이 더 잘 이뤄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라며 “사실 ‘레미제라블’은 용서와 구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이 박사는 이에 “젊었을 때는 ‘레미제라블’에서 이 사랑을 발견하지 못해 빅토르 위고를 크게 보지 못했다”면서 “다시 읽고 영화를 보니 위고가 지구 전체를 에워싸는 사랑의 영성을 가진 위대한 사람임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