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보이는 유교적 특징, 한국인 개신교회에도 그대로 보여

"유교적 가르침의 ‘실천’이 한국인 개신교회라는 장(場)에서 벌어지고 허용되고 있다. 고로, 필자는 이 한국인들의 개신교회의 장을 ‘유교적 개신교회’로 부른다."


한국 개신교회는 물론 이민 한인 개신교회도 '유교적' 

최근(2014년) 미국 템플대에서 종교학으로 학위를 받아 감신대, 가톨릭대 등에서 강의 중인 채병관 박사가 지난 30일 열린 종교사회학회 모임에서 ‘한국인 개신교회 안의 유교적 특징에 대한 사회학적 조명’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채 박사는 글에서 한국 현대사회와 본토(한국) 개신교회 그리고 미국 한인 개신교회 안의 유교적 특징을 살펴본 결과 조선 건국 때부터 영향을 끼쳐 온 신유교 즉, 주자학과 그 가르침이 동일하게 실천되고 지켜지고 있음을 빌어 한국인 개신교회를 '유교적 개신교회'라고 정의했다.

한국 사회 일반에서 볼 수 있는 유교 특징들인 △예(禮) 중시 △효와 제사로 대표되는 효의 실천 현상 △나이를 기초로 한 위계적인 사회관계 △우리주의(weism) 등이 제사를 원형 그대로 받는 것을 거부하는 등 표면적으로 유교의 가르침에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 온 한국 개신교회, 심지어 다른 문화권인 미국의 한인 개신교회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주의(weism)

채 박사는 ‘우리주의’와 관련 “‘순결한’ 혈통을 유지하기 위한 우리주의는 ‘순결한’ 신학, ‘순결한’ 교회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어진다”며 “다른 신학과의 교류를 제한하거나, 교단 신학교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같은 교단 관계자의 추천을 받아야만 하도록 규정하는 교단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러한 우리주의에서 비롯한 순수성의 추구는 ‘우리’교단의 수가 증가하는 결과를 빚었다”며 2011년 문화 체육 관광부의 공식집계에 의하면 한국에 118개의 개신교 교단이 있고, 그 중 98개가 장로교 교단이며, 그 중 53개는 ‘대한 예수교 장로회’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또 “이런 수많은 교단 중에서 ‘장자교단’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숫자적으로 ‘맏아들’ 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그 혈통과 정통성을 드러내려는 모습도 유교적 우리주의와 연관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효의 실천 현상

‘효’와 관련 채 박사는 “한반도에 기독교가 들어오자마자, 효의 가르침은 십계명 중 다섯 번째 가르침인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명령과 동일시될 정도였다”며 “효는 한국 기독교인이 예수님의 인간 사랑과 하나님 사랑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기본 정신으로 받아 들여졌다 하겠다”고 평가했다.

특히 ‘효의 실천’과 관련 “한국 개신교인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중의 하나가 경로대학과 같은 노인들을 위한 기관이나 프로그램의 운영이라고 여겨진다”면서 “효는 한국 사회에서처럼 한국인 이민교회에서도 보편적으로 지켜지는 유교의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효의 실천으로서의 ‘제사’와 관련 “한국 개신교는 초기부터 표면적으로는 제사를 금하면서 추도예배라는 의식을 만들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지키도록 권면하고 있다”며 “추도예배는 유교적 전통을 받아들여 생겨난 대표적인 혼합적 예식”이라고 밝혔다.

나이를 기초로 한 위계적인 사회관계

‘나이를 기초로 한 위계적인 사회관계’와 관련 채 박사는 “나이를 근거로 하여 구성되는 교회 조직(남ㆍ여 전도회/선교회)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나이는 교회에서 친구가 되고 더 깊은 교제를 나누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된다”고 분석했다.

채 박사는 “나이로 나누는 조직에 대하여 유교적인 특징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문화적인 이유라든가, 세대 차라고 보기에는 전도회의 나이 구분이 너무나 세분화돼 그 설명을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채 박사는 “한국인 개신교회에서 볼 수 있는 유교적 특징으로 상하관계에 민감한 교회 조직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교회 일을 돕기 위한 호칭(장로, 안수집사, 서리집사)을 실제적으로는 계급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禮) 중시

‘예(禮) 중시’와 관련 채 박사는 “일반적으로 그리스도교는 그리스도 안에서 신자들이 서로 형제, 자매가 된다고 가르친다”면서 “그러나 한국 개신교회 안에서 형처럼 동생처럼 격의 없이 이름을 부르는 것은 곤란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채 박사는 “심지어 교회 처음 나온 사람들에게도 한인 교회에서는 ‘성도님’ 이라는 호칭을 붙여 부른다”면서 “이렇게 직분으로 이름을 대신하는 교회의 모습은 예를 중시하는 유교적 모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채 박사는 “이런 현상들은 모든 개신 교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모이는 개신교회’라는 장(場, field)에서만 통용되는 현상이라고 하겠다”면서 “고로 발제자는 이 한국인들의 개신교회의 장을 ‘유교적 개신교회’로 부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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