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훈 목사
살아가고 있는 이 곳 독일은 5월 둘째 주일이 어머니 날(Muttertag)이다.

아버지날(Vatertag)은 따로 정해져 있다.주일을 앞두고 청년회장과 통화를 하며 늘 해오던 대로 어머니주일 준비를 하였다.

그러고 나서 인터넷에 들어와 국내 SBS에서 보도된 침몰하는 세월호 안의 한 어머니의 모습을 대하며 너무 착잡한 마음이 들어 이 글을 적는다.

애당초 승객 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게 비치된 구명복을 자신은 입지 않고 아들에게 입히기 위해 손에 들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

절체절명의 생사의 갈림길에서조차 자신보다도 자식의 안위를 더 염려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한국의 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의 모정(母情)이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먹먹해 왔다.

그러면서 도대체 왜 이토록 위험한 순간에 한 어머니의 자식을 위한 희생과 헌신만이 유일한 자구책이 되어야 하는지 새삼스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연적인 재해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안전과 보호를 위해 국가가 구성되었다는 고전적인 이론을 인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배가 기울어져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자식을 위해 구명복을 입지 않은 어머니의 사랑, 숭고한 모정에 대해 가슴깊이 애달파하고 추념(追念)하자.

동시에 한 어머니의 모성, 개인의 희생과 헌신만이 아닌 더 넓은 의미의 가족으로서의 국가, 조상대대로 민족이 하나를 이루며 살아온 조국이 그 순간에 무엇을 하였는지 분명히 질문하고 잊지 말자.

이른바 ‘독일민족의 신성로마제국’ 이래 우직한 독일인들이 지녀온 국가와 교회의 본질에 관한 관용적인 표현이 떠오른다. ‘아버지 국가, 어머니 교회’(Vater Land, Mutter Kirche).

얼굴도 속도 새카맣게 타들어간 아이들의 부모님들을 차디찬 길바닥에서 밤을 지새우게 하고 20대 신학생들의 외침에 그토록 과민하게 반응할 게 아니라, 세종대왕이 말씀하신 ‘어린 백성들’을 넉넉한 품으로 보듬어주는 듬직한 아버지의 모습을 국가가 보여주기를 염원한다.

그리고 눈물과 아픔에 젖어 있는 온 겨레를 따뜻이 감싸주고 위로하는 어머니의 역할을 그간 제 몸 하나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한국교회가 이 기회에 감당할 수 있기를 간절히, 정말 간절히 기도한다.

▲ 둘째 아들 페터를 1차 세계대전에서 잃고 큰 아들 한스가 낳은 손자 페터 역시 2차 세계대전에서 잃은 후 자식 잃은 어머니의 아픔과 본능을 작품으로 표현한 케테 콜비츠(Käthe Kolwitz)의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Mutter mit totem Sohn, Neue Wache,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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