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전 교수 '신학 칼럼' (14)

성약(聖約)인 성경에 대한 깨달음이 없는 기독교는 어떤 것일까? 그것은 더 이상 기독교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을 말하면서도 하나님의 언약인 성경의 가르침을 깨닫지 않는다면 기독교적 미신 신앙으로 변질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타락한 이후 인간은 종교적 본성을 가지고 있기에 하나님의 언약에 대한 깨달음이 없이는 끊임없이 자신이 바라는 어떤 신앙을 만들어갈 것이다.

2천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기독교가 성경으로부터 멀어졌던 것은 일상이었다. 그 중에도 아주 많이 멀어졌던 당시를 돌아보면 그 외양이 지극히 기독교적이긴 한데 기독교의 본질을 상실한 채 정체성을 왜곡시킨 것이 문제였음을 깨닫게 되었을 때 동반된 개혁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분별을 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하다가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서 돌이키려는 역사적 소용돌이를 겪어내야만 했던 것이 종교개혁이다.

그러나 돌이키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것은 혼란과 아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이탈도 감수해야 했다. 때문에 돌이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는 분파가 생기는 아픔도 동반된다. 또한 겪게 되는 아픔은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그러므로 단지 돌이키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는 생각을 한다면 지극히 단편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그리스도인임을 자처하면서도 성경의 가르침을 깨닫는 일에 게으르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삶을 기뻐할 수 없을 것이다. 즉 성경의 가르침에 대한 깨달음이 없는 신앙은 기쁨과 감격이 없는 다만 종교적인 행위로 만족하는 신앙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때 종교적인 치장이나 외적인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거나 의식이나 행사를 중심으로 하는 신앙생활을 중시하게 되고, 그러한 종교적 행위로 만족하려는 교회와 신앙이 될 것은 자명하다. 동시에 기독교 신앙의 진정한 감격이 동반되는 능동적인 삶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성경의 교훈을 깨닫지 않는 신앙은 성경으로부터 이탈되거나 변질된 신앙을 형성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현실의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지배라고 있지 않은가 하는 걱정이다. 성경을 통해서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 채 종교적 충족감을 찾을 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종교의식은 인간의 종교적 본능을 따르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는 그것이 기독교라고 합리화 시켜간다. 정작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대해서는 무지하면서도 비슷한 그림을 그려가듯 말이다. 하지만 깨닫지 못한 채 그리는 그림은 자신이 그려놓고도 무엇을 그렸는지 모르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게 하는 것 말고는 기대할 것이 없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대한 성경적 깨달음을 통한 기쁨을 소유하지 못한다면 기독교라고 할지라도 자기만족을 위해서 지극히 종교적인 노력을 하게 된다.그러나 안타깝게도 노력을 하면 하는 만큼 기독교의 본질로부터 멀어지고 외적인 모양은 기독교적이나 그 속은 기독교와 하등의 관계가 없는 어떤 종교가 되고 말 것이다.

게다가 신자들이 추구하는 신앙은 인간 자신이 만족하는 이상한 또 다른 종교를 만들게 되고 말 것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영원한 뜻을 성경에 담아주셨다. 따라서 기독교 신앙은 성경에 담아준 하나님의 뜻을 깨달음으로써 그것을 기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또한 깨달은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기독교 신앙은 성경의 말씀을 사는 것이고, 그 말씀으로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기에 자기 안에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시켜야 하는 것이고, 하나님이 기뻐하시기 위하여 지으셨기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자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리스도인이라면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을 아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형상을 알지 못하고 자신 안에 그 형상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자아를 구현할 때 하나님은 그 모습을 기뻐하실 것이다. 또한 인간도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자신을 확인하게 될 때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단지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목적까지도 하나님의 창조목적 안에서 찾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신앙은 요행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을 향해서 가지고 있는 하나님의 뜻을 찾는 것이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 그것을 믿음으로 기뻐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할 때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의 뜻과 섭리의 은혜를 깨닫지 않는다면 과연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없다. 즉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면서도 이 성경에 대한 깨달음이 없다면 그것은 이미 참된 기독교 신앙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신앙은 어떤 것인가? 하나님의 뜻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필요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지혜롭게(?) 선택한 종교인가? 아니면 남들이 많이 선택한 종교이기에 얼떨결에 선택한 것인가? 깨달음에는 관심이 없으니 어쩌자는 말인가. 성경의 깨달음이 없는 종교적 열정은 신앙을 변질시킬 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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