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진흥원/ 한국교회건강연구원 이효상 원장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토론이 뜨겁다. 부동산 정책에 이어 초저출산율도 화제가 되었고, 지난 달 가진 ‘3지대후보토론’에서 안철수 후보와 금태섭 후보간의 퀴어(Queer)축제를 두고 차별금지와 혐오 논쟁도 이슈가 확산되었다.

여기에 선거에 출마한 여야 예비후보들이 가세함으로써 '퀴어축제' 찬반 입장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된 바 있다.

예비후보자 토론에서 금 후보가 “‘퀴어축제’에 참가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묻자 안 후보는 TV토론에서 “인권은 자기의 인권 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도 중요하다”며 매년 서울광장에서 개최해온 ‘퀴어축제’에 반대한다는 발언을 했다.

안 후보는 차별에 대해서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고 전제한 뒤 미국의 예를 들어가며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퀴어축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 후보가 샌프란시스코의 예를 든 것은 서울 퀴어축제가 서울의 중심인 시청 광장과 광화문, 남대문 등 사람들의 방문과 왕래가 많은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축제 참가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과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을 거부할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분명한 메시지를 내 놓았다. 그러자 진보진영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으로 확대되자 안 후보는 자신 역시 소수자 차별에 누구보다 반대하고 이들을 배제하거나 거부할 권리는 누구한테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서울 퀴어 퍼레이드를 보면 신체 노출이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경우가 있었다”며 “성적 수위가 높은 축제가 도심에서 열리면 아동이나 청소년이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걸 걱정하는 시민들 의견도 있다. 그래서 미국 사례를 들어 말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후보라면 마땅히 이런 소신이 있어야 한다. 이런 안 후보에 긍정적 평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안 후보자가 “자기의 인권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도 소중하다.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한 대목에 공감을 표시하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모처럼 안 후보가 분명하고 시원한 메시지를 내 놓았다는 느낌이다. 인물이 없다는 야권에 인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국민의힘 후보 오세훈 전 시장이 발을 올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측은 “반인권적 대우나 차별은 없어야 하지만, 남녀노소가 모이는 시청 광장에서 동성애자 축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오 전 시장 입장”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는 퀴어축제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박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는 보도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제가 이야기한 것은 2016년으로 5년 전인데 그때와 지금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며 "사람들 생각도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도 시대 흐름과 같이 바뀌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렇듯 일부 정치인들이 성소수자 문제를 자신의 정치 유 불리에 따라 침묵하거나 때론 정치 수단화하는 바람에 인권이 마치 특정 소수의 전유물처럼 변질돼 가고 있는 것 같다.

성소수자 문제, 특히 ‘퀴어축제’에 대해 인권 차원에서 표현할 자유와 거부할 권리를 동시에 언급한 것을 가지고 일부 진영에서 무조건 차별, 혐오로 몰고 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보편적 인권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편향적 인권 편에 슬쩍 발을 담그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정치인들의 어정쩡한 처신 앞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정치인의 소신이 새롭게 평가되기를 기대해 본다.

교계가 아무리 떠들어도 잔 안의 태풍처럼 전달되지 않던 것이 정치인의 분명한 소신 메시지에 여론이 달라지고 국민들이 호응하고 있다. 이슈에 대하여 침묵하는 정치인과 소신을 분명히 밝히는 정치인을 보며 자기 정체성과 표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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