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차별금지법 재발의 움직임에 교계·시민사회 ‘전면 경고’
“21대 국회가 폐기한 이유부터 성찰하라… 기본권 충돌·법적 혼란 더 커질 것”
22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재발의 가능성이 거론되자, 보수 기독교계와 시민사회가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며 공개 반대에 나섰다.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와 진평연을 비롯한 84개 단체는 25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등을 내세운 입법이 오히려 헌법이 보장한 자유를 침식할 수 있다”며 재발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지난 21대 국회에서 동일·유사 법안이 네 차례 발의됐으나, 법적 모호성과 기본권 충돌 우려로 모두 자동 폐기됐다”고 상기시키며 “실패의 결론을 외면한 채 동일한 법안을 되풀이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체성 입법의 과잉이 또 다른 차별을 부른다”
참석자들은 해외 사례를 반면교사로 들며 입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특히 영국 대법원이 ‘여성’의 법적 정의를 생물학적 성에 근거해야 한다고 판시한 점을 거론하며, “정체성 중심의 과도한 확장이 권리 경계의 혼선을 부르고, 여성 안전권 등 성별 기반 권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이미 국내에는 개별 차별금지법이 다수 시행 중이며, 실효적 보호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며 “포괄 입법이 오히려 중복 규제와 해석 갈등을 심화시켜 사회적 마찰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표현의 자유, ‘혐오’라는 잣대로 재단되나
포괄법 내 혐오표현 금지와 포괄 규정이 설교와 교리 교육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신앙과 양심에 기초한 성윤리 교육이나 설교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면,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발언이 제재 대상이 된 판례도 언급되며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고용 자율권 침해·법적 예측 가능성 붕괴 우려
종교기관의 인사 자율성 문제 역시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단체들은 “교단의 신앙 정체성에 부합하는 인재 선발이 법적으로 제한될 경우, 종교의 자율 영역이 국가 규제로 잠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간접차별·복합차별·혐오표현 등 추상적 개념과 입증책임 전환, 고액의 징벌적 손해배상 및 이행강제금, 형사처벌까지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법적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현장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고 덧붙였다.
“재발의 시 광범위한 연대 대응 나설 것”
이날 조배숙 의원은 취지 설명에서 “법안의 구조적 결함이 해소되지 않은 채 반복 추진되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외면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평등이라는 이름 아래 표현·신앙·학문의 자유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박한수 목사, 길원평 교수, 조영길 변호사, 박소영 대표 등은 각각 법리·교육·인권 영역에서의 파급 효과를 짚으며 “재발의가 현실화될 경우 시민사회가 연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평등의 가치는 부정하지 않지만, 그 방법은 헌법적 균형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며 “성별 기반 권리와 종교·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가 조화롭게 보호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는 과거의 결론을 성찰하고 사회적 합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는 촉구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번 논쟁은 ‘평등’의 이상과 ‘자유’의 경계 사이에서 한국 사회가 어떤 균형점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교계는 “입법의 속도보다 숙의의 깊이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합의와 헌법 가치에 기초한 신중한 접근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