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인사이트] 한교총의 위기, 권력에 굴복한 지도력과 대형교단의 탐욕이 연합을 붕괴시키고 있다
- 사무총장 자리는 ‘몫’이 아니다, 한국교회 전체의 책임이다 - 우유부단한 리더십과 기득권 교단의 욕심이 연합과 부흥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 - 지금 필요한 것은 자리 다툼이 아니라 구조 개혁이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제9회 정기총회를 앞두고 극심한 내홍에 빠졌다.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이는 연합기관의 본질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음이며, 한국교회가 다시 정치와 권력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분명하다. 특정 교단의 몽니, 권력 연장을 시도해 온 구조, 그리고 이 모든 갈등을 중재하지 못하고 오히려 키워버린 리더십의 무능이 현재의 위기를 만들었다.
우유부단한 대표회장, 리더십 실종이 위기를 키웠다
한교총의 혼란은 단지 외부 공격이 아니다. 그 중심에는 김종혁 현 대표회장의 결단력 부재와 책임 회피적 리더십이 있다. 그는 교단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원칙을 세워야 할 자리에서, 끝내 뚜렷한 기준도, 분명한 방향도 제시하지 못했다. 문제를 미루고,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갈등을 방치한 결과, 사무총장 인선은 ‘공정한 절차’가 아니라 ‘교단 간 흥정’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원칙을 세우는 용기’다. 그러나 한교총은 지금 결단 없는 회의와 책임 없는 중재로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 우유부단함이야말로 오늘의 혼란을 낳은 핵심 원인 중 하나다.
“사무총장은 우리 차례”라는 통합의 몽니, 연합의 본질을 짓밟다
예장통합은 사무총장직을 두고 “이번엔 우리 몫”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 어떤 인물 검증도, 정책 비전도 없이 오직 순번만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는 연합기관을 교단의 자산으로 착각하는 발상이며, 공공기관 운영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태도다. 더 큰 문제는 이 교단이 한교총 출범 당시 직원 파견과 급여 50% 지원 요청을 거절했던 사실이다. 책임은 회피하고, 권한만 요구하는 태도는 더 이상 ‘대형교단다운 모습’이라 말할 수 없다. 입맛에 맞으면 후원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합기관을 흔드는 행태는 이미 한국교회 분열의 역사 속에서 반복돼 왔다.
연합은 협력이지 거래가 아니다. 통합교단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연합의 리더가 아니라, 권력의 소비자에 가깝다.
백석의 권력 구조와 장기 영향력 논란, 연합을 뒤흔들다
이번 사태에서 또 하나의 축은 백석총회의 행보였다. 제8회 정기총회에서 사무총장 정년을 70세로 연장하고 촉탁제를 도입한 개정은 “경험 활용”이라는 명분과 달리, 특정 인물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장치로 읽혔다. 이러한 개정 배경에는 당시 대표회장이던 장종현 목사의 권력 연장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교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 최대 교단”이라는 착각이 부흥을 가로막는다
이번 사태는 통합, 합동, 백석 등 이른바 ‘3대 교단’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낸 구조적 위기다. 이들은 연합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주도권과 영향력 확보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 결과, 연합은 ‘한국교회 전체의 공동선’이 아니라 ‘각 교단의 계산서’로 전락했다.
부흥은 권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부흥은 겸손과 헌신, 그리고 공공성에서 나온다. 그러나 지금의 연합 구조는 겸손이 아니라 욕심, 협력이 아니라 정치가 지배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교회 연합과 부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사무총장은 나눠 먹는 자리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심장이다
한교총 사무총장은 단순한 실무자가 아니라 한국교회를 대표해 정책을 설계하고, 정부와 협의하며, 위기 대응의 최전선에 서는 자리다. 이를 교단 순번제로 결정하는 것은 한국교회를 모독하는 행위다. 특히 지금처럼 공정성이 훼손된 상황에서는 사무총장 선출을 즉시 중단하고, 차기 사무총장은 반드시 신임 대표회장단에게 전적으로 위임해야 한다. 이것이 그나마 남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다.
한교총은 지금 갈림길 위에 서 있다. 연합의 길인지, 정치의 길인지.
섬김의 자리인지, 권력의 자리인지. 김종혁 대표회장의 우유부단함은 이 위기를 키웠고, 대형교단의 욕심은 그 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지금 이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한교총은 더 이상 한국교회의 대표기관이라 부를 자격조차 잃게 될 것이다. 사무총장 자리를 둘러싼 다툼은 결국 질문 하나로 귀결된다. 한국교회는 연합을 택할 것인가, 권력을 택할 것인가. 연합기관을 사유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역사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더 이상 회피될 수 없다.
한국교회는 11월 25일 상임회장회의와 12월 4일 제9회 정기총회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도덕성과 미래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리도, 더 큰 힘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권력을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다.
노곤채 목사/ 뉴스앤넷 대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