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언론위원회 “새해 미담에서 만난 우리 사회의 민낯”

▲ (사진출처: 한겨레신문/ 원문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9304.html)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위원장: 권혁률)는 2021년 1월의 시선으로 <흰 눈 내리던 날, 그 코트와 장갑>을 선정했다고 2일 발표했다. 다음은 언론위원회가 밝힌 선정 이유다.

새해 미담에서 만난 우리 사회의 민낯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흰 눈 내리는 그날 아침, 추위와 허기에 기진한 노숙인이 행인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 사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행인은 묵묵히 자신의 코트와 장갑을 벗어 노숙인에게 건넸다. 지갑에서 5만 원 지폐까지 꺼내 주었다.

기자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었다.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서울 도심에서 일어나 미담은 다음 날 아침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새해에 마주한 감동이었다. 이 힘든 세상에 여전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감동과 희망은 이내 애틋함을 넘어 분노로 이어졌다.

미담에서 우리는 사람의 두 얼굴을 마주한다. 하나는 추위와 생계위협, 코로나감염에 노출돼 생존 위기에 맞닥뜨린 사회적 약자의 얼굴이다. 다른 하나는 서슴없이 자신의 코트와 장갑을 벗어주고 현금까지 건넨 개인의 얼굴이다.

묻는다. 국가는, 정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언제까지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행정력과 법제가 아니라 개인의 미담으로 해결하려는가. ‘흰 눈 내리던 날, 그 코트와 장갑’은 오늘 한국 사회의 가치와 질서, 삶의 양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NCCK 언론위원회가 “흰 눈 내리던 날, 그 코트와 장갑”을 이달의 <주목하는> 시선으로 선정한 이유다.

지금, 코트와 장갑이 필요하다

거리 두기 2.5단계는 설 연휴 이후까지 연장되었다. 한 시간이라도 영업 연장을 희망했던 자영업자의 기대와 달리 영업시간도 밤 9시 그대로다. 비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많던 논의들은 슬며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행정력도 정치도 실종됐다.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는 여야나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없다. 오직 사람만을 바라보아야 한다.

다시 눈 내리던 날 한파 속에서 코트와 장갑을 주고받던 행인과 노숙자의 사진을 본다. 펑펑 쏟아지는 흰 눈 속 정경은 평화롭고 아늑해 보이지만, 추위와 끼니를 걱정하며 생존 위기에 처한 사람의 절박함과 사회안전망의 부재 속에 자신의 모든 걸 내주는 시민의 마음을 읽는다.

사람들의 절규를 애써 외면하는 오늘이 슬프고 한심해도 사람에 대한 희망을 건다. 다시 사람이다. 사진 속 두 사람은 우리가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공동체 구성원이고 함께 연대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동반자다. 이들이 희망이 되려면 미담과 시스템을 결합해야 한다.

사람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했다(프란치스코 교황). 안다는 것은 감당하는 일이고, 대상을 껴안는 일이라 했다(신영복). 개인의 미담에만 기댈 순 없다. 국가는 나락에 떨어진 삶을 보상할 실질적인 방법을 당장 찾아내라. 춥고 배고픈 이에게 코트와 장갑을 나누어주라.

한편, 언론위원회의 ‘<주목하는> 시선’에는 김당 UPI뉴스 대기자, 김덕재 전 KBS PD, 김주언 열린미디어연구소 상임이사,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정길화 아주대 겸임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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