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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유리의 비혼출산 논쟁과 생명윤리근대문화진흥원/ 한국교회건강연구원 이효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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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27  0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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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사유리씨의 자발적 비혼 출산 소식을 두고 우리 사회의 반응이 뜨겁다.

한국에서 아기를 낳고 싶었지만 불가능해, 마지못해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에 많은 이들이 찬성과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한국에서 정자를 받아 출산하는 것이 불법이라 일본에서 실행했다는 말에, 보건복지부는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라고 밝히고 나왔다.

비혼 출산은 산부인과학회 윤리지침상 허용되지 않을 뿐이라고 해명했는데, 그렇다면, 이제 의학계에서 규정을 바꾸기만 하면 정자 기증은 무조건 허용되어도 괜찮은 걸까.

결혼적으로 시술을 통한 비혼모의 출산은 국내법상 가능하지만 실현은 어렵다. 의학계의 윤리지침에서 '법률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이 법적으로 혼인관계를 맺고 자녀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 이른바 '정상가족'의 형태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한국사회의 문화적, 제도적 인식에 대해 전환을 생각게 했다는 점이다.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과 관련된 놀라운 반응을 보면 여성 몸의 자기 결정권이라는데 근거하고 있다.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이 던진 메시를 일부 수긍하면서도 이 이슈의 찬성과 반대로는 담지 못하는 문제로 인해 고민이 심각해졌다. 아이를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엄마에게 아이란, 물론 어떤 준비로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아이라는 거대한 이방인을 맞아 엄마 되기를 수용하는 일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겠지만 말이다.

왜 어떤 출산은 환대받고 어떤 출산은 비난 받아야 되는가. 사유리 씨의 경우 간절히 아기를 바라왔고 이로써 엄마 되기를 기꺼이 수용했겠지만, 비혼의 엄마가 수행해야 모성은 숭고한 무엇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얼마 전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아기 판매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미혼모 모(모)씨가 떠오른다. 그의 경우도 비혼 출산이긴 마찬가지인데, ‘미혼모’로 불렸으며, 증발한 아기 아버지에 대한 질타는 사라진 채, 즉시 비정한 모성이라고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저출산을 걱정한다는 정부가 그간 보여 온 미혼모나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소극적 정책은, 국가가 정상 가족이 아닌 가정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부족한지 알 수 있다. 미혼모든 비혼모든, 이들이 결혼이라는 정상 가족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OECD국가들의 비혼 출산 비율이 평균 40%대 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현재 1.9% 정도에 달하고 있다.

비혼 출산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결혼은 가부장제도를 유지시키는 불평등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설문 조사에서도 예시하는 것처럼, 여성(30%)이 남성(18.8%)보다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가 높게 나온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아마도 비혼 출산에 대한 지지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는 많은 여성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더 이상 합류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강력한 신호같다.

사유리 씨 비혼 출산에 한 가지 더 우려되는 점은, 그가 선택한 임신의 방식인데, 이는 사회적으로 신중한 논의로 이어져야 할 예민한 문제다.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과 출산에 이르게 된 사유리 씨 사례를 포함하여 체외 수정의 문제는, 유전공학이 깊이 관여해 조정하는 출생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의 심각한 문제가 남는다.

​이렇게 태어난 생명이 자신의 탄생이 유전공학의 조정과 정자 난자의 매매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겪을 혼란과 고통은 누가 책임질 수있는가. 생명의 탄생에 전제되는 인권 침해 문제는 논외로 하고, 체외 수정의 불법 합법만이 논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해괴하다.

주로 여성의 자기 신체에 대한 결정권, 가족 형태의 다변화, 저출산 정책의 실효성과 방향성 등 우리사회가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주제들이다. 논의가 깊어지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바로 태어나는 아이의 생각, 의사, 감정, 의도 같은 것들이다. 어떤 출산도 인권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일까?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주의자에게도, 새로운 가족 형태를 인정하라는 진보주의자에게서도, 태어날 아이의 입장을 생각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이 세상에 낳아 주는 것만으로 부모의 은혜가 하늘같다고 배우지만 태어난 아이는 좋은 환경에서 독립적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호와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뉴스에서 출생권을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는 온데간데없다.

이제는 비혼출산과 더불어 생명윤리에 대한 생각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무조건 어른의 입장(임신, 출산, 양육)만이 아닌 아이의 바람(가족구성과 사랑, 권리)을 생각지 않은 논의는 공허하기 그지없다. 여성의 출산권도 중요한 권리이지만 '자유의지의 남용'이란 측면도 있어 양날의 칼이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임부의 자기 결정권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2017년 1월 국회토론회에서 발표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하루 3000여건, 일 년 110만여건의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신생아 숫자는 30만3100여명이다. 신생아 숫자보다 세 배가 넘는 태아가 낙태되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8년)에 따르면 낙태의 95%가 12주 이하에 이뤄지고, 낙태 사유의 66%가 사회·경제적 이유다. 24주까지 사회·경제적 이유의 낙태가 허용되면 전면 허용이나 마찬가지인데 꼭 낙태죄를 폐지해야 하나 싶다. 낙태가 자유로워지면 성별 또는 정상적인 아이 골라 낳기라는 윤리적 문제가 생긴다.

엄마 몸 밖에 나와도 살 수 있는 아이를 낙태한다는 건 살인이다. 22주면 낙태 시술은 태아의 팔 다리 머리를 모두 조각내 자궁 밖으로 꺼낸다. 다 꺼냈는지 확인하기 위해 꺼낸 조각들은 다시 퍼즐 맞추듯 맞춰 본다. 의사도 못 할 짓이고, 임부도 위험한 일이다.

한국 기혼과 미혼 여성의 낙태율은 6 대 4라고 한다. 기혼 여성은 둘째 셋째를 기를 형편이 못 돼서, 미혼 여성은 퇴학당하고 회사에서 쫓겨날까 봐 수술대에 오른다. 이 모든 고민과 책임이 여성들만의 몫이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둔 채 낙태 규제만 완화해서는 낙태율 감소를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혼모들의 출산으로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어 작은 철체 상자 안에 아기를 두고 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은 어떻게 할 것인가. 유기되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베이비박스(baby box)를 더 늘려야 할까. 오히려 익명으로 출생신고를 하는 보호출산제 이야기까지 나온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부모가 되거나, 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지만 원치 않게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아이들, 세상에 나왔지만 아버지, 어머니에게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누가 지켜줄까?

어떤 아이도 스스로 선택해서 이 거친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철저히 어른들의 선택으로 삶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지혜와 슬기가 모여야 할 곳은 그 아이들이 행복하고 올바르게 양육, 성장 할 수 있는 '환경과 가족'의 형태를 제공해 주는 일이다. 무조건 출산이 축복이 되려면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베이비박스는 소멸되어져 가야 할 대상이다. 탄생의 축복은 누구나에게, 언제나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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