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비리 근절 적극 찬성하나, 자율권 박탈은 안 돼”

▲ ‘기독교학교 발전을 위한 한국교회 계획’을 발표 중인 예장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기정추)가 12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1대 국회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을 발표했다.

한교총 문수석 (공동)대표회장은 인사말에서 “수많은 헌신으로 이루어진 기독교학교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면서 “한교총과 기정추가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이 한국 기독교학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 기독교학교의 자율성과 존립기반까지 위협할 수 있는 독소조항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모두발언에 나선 김운성 기정추 위원장(영락교회 위임목사)은 “언제부터인지 사학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며 간섭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비리로 문제가 된 학교는 4%, 교사 임용 문제는 0.6%에 불과하다”면서 “일부 비리를 확대해서 사학법이 여럿 발의됐는데 일부 비리가 일어나는 곳에서 비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적극 찬성하고 오히려 우리가 요구하는 바”라고 밝혔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개정안은 (비리근절을 위해)개방 이사를 절반으로 하고, 거기다 교장이나 총장을 외부에서 선임해서 학교를 운영할 수 있고, 또 교원 선발 과정도 학교에 맡기지 않는다”면서 “이는 학교 의결권을 박탈하고 건학이념을 완전 사라지게 하는 것이고 묵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종립학교(종교계가 세운 학교) 중 중학교는 75%가, 고등학교는 80%가 기독교학교”라면서 “우려하는 것은 건학이념이 무너져 기독교 학교가 사라질 위기를 맞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성명서를 발표한 한교총 김태영 (공동)대표회장은 “한국교회는 사립학교의 비위와 비리 일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지만, 사립학교의 인사권과 자율성’을 제한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정치적/이념적 논쟁으로 몰고 가는 일체의 행위에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이어 “한교총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이라는 성명서와 의견서를 통해 ‘사립학교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함께 증진’시키는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할 뿐 아니라, 사학의 자정적 노력을 위한 한국교회의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독교학교 발전을 위한 한국교회 계획’에 대해 발표한 예장합동 소강석 총회장은 “헌법 20조 1항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에는 종교 교육의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기독교학교가 건학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자율성과 인사권이 보장되고 자주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강석 목사는 “기독교계가 다시 부흥하고 다음 세대가 건강하게 자라며 신앙의 대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남 일로 생각하지 말고 한국교회가 기독교학교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데 뜻을 모으고 함께 목소리를 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사학법 개정의 두 가지 큰 이유는 비리와 사학의 비율이 높다는 것인데 정부의 개정안은 사립학교 정체성이 사라지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사학 비리가 문제라면 비리 척결을 위한 기관을 출범시키면 될 것”이라고 쓴소리 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사립학교의 자주성과 공공성은 동시에 보장되어야 합니다
 

1885년,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에 의해 배재학당과 경신학당이 설립된 이래, 한국의 교회들과 성도들의 헌신 속에 세워진 기독교학교는 오늘까지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기독교학교는 일제 강점기에는 총독부의 탄압 속에서도 폐교를 불사하며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지켰으며, 3.1운동의 본산지가 되어 항일구국운동과 민족교육의 요람으로서 그 역할과 책무를 다하였다. 또한 실력과 신앙을 겸비한 기독교 인재들을 배출하여 나라 발전에 공헌해 왔음 또한 우리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1974년 시행 된 평준화 정책 이후,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정책과 제도가 지속적으로 시행되어 왔고 이번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사학의 인사권과 자율성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종립학교의 약 70%를 차지하는 기독교학교의 자율성과 정체성에도 심각하게 영향을 주는 내용들이다.

이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한국교회총연합’은 기독교학교가 본연의 모습을 지키고 다음 세대를 위한 건강한 교육의 틀이 마련 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국회와 정부에 밝힌다.

첫째, 한국교회는 ‘사립학교의 인사권과 자율성’을 제한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사립학교가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인사권이 자주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학법 개정안은 [개방이사 1/2 확대], [학교의 장 임용권 제한], [교원임용 강제위탁] 등 사립학교의 인사권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 개방이사가 이사정수의 1/2까지 확대될 경우, 학교법인의 건강한 견제라는 본래의 취지를 넘어 법인의 자주성과 결정권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이는 ‘사립학교 이사제도’의 본질을 훼손할 뿐 아니라, 학교의 건학이념을 영속성 있게 실현하는 것까지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

2. 학교의 장 임용은 사립학교의 가장 중요한 인사로서 이를 추천된 2인 중에서만 임용토록 제한하는 것은, 기독교학교 설립 주체의 고유한 인사권 뿐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3. 사립학교는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교원을 자주적으로 임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강제적으로 교육청에 위탁시킨다는 것은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 입법이며, 위탁을 강제한다는 것 자체가 상호 모순적이다.

만약 상기 법들이 통과 될 경우, 타 종교인이 기독교학교를 운영하고 비기독교인들이 학교의 장과 교사로 임용되는 등 기독교학교는 그 존립기반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에 한국교회는 사립학교의 인사권과 자율성을 제한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분명하게 반대하며 위헌적 독소조항의 완전 철폐를 정부와 정당과 국회에 촉구한다. 이는 기독교학교의 정체성 및 존립과 직결된 것으로 결코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음 또한 분명히 한다.

둘째, 한국교회는 사학이 더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가질 수 있도록 그 역할과 책임을 다 할 것임을 밝힌다.

한국교회는 사립학교의 비위와 비리 일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사회와 교육의 장래를 위해 척결되어야 함을 강력하게 밝힌다. 학교는 공적인 책무를 지니고 있는 바, 그 운영이 무엇보다 투명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우리는 사학의 불투명한 재정관리와 친인척 비리를 포함한 일체의 부정에 반대하며 모든 사학들이 건학이념을 충실하고 건강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교회는 신뢰받는 사학의 존립을 위한 ‘자정적 노력’에 기꺼이 동참 할 것이며, 기독교학교가 더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지니고 교육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역할과 책임을 다 할 것임을 밝힌다.

셋째, 한국교회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에 반대하며,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함을 밝힌다.

한국교회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정치적/이념적 논쟁으로 몰고 가는 일체의 행위에 반대하며, 다음세대 자녀들을 위한 순수한 교육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번 논의가‘사립학교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함께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교육의 다양성이 실현되고, 우리의 자녀들과 학부모들의 교육 선택권이 보장되는 건강한 교육의 틀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과 교육계 그리고 언론계가 함께 힘을 모아줄 것을 촉구한다.

2020년 11월 12일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김태영 류정호 문수석

 

저작권자 © 뉴스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