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 나관호 목사 (크리스천커뮤니이션연구소 소장)

 

중고등학교 시절인 지난 70년대를 생각하다보니 여러 극장들이 생각납니다.

단성사, 국제극장, 스카라극장, 국도극장, 서울극장, 대한극장, 명보극장, 피카디리, 허리우드 등 서울 도심에는 여러 극장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했던 나는 여러 극장에 자주 갔습니다.

영화 ‘슈퍼맨’이 우리나라에 첫 상륙할 때 영화를 보기 위해 광화문 사거리 국제극장앞에서 몇 시간 줄서서 표를 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현재 동화면세점이 들어 있는 감리교본부빌딩 자리가 바로 국제극장이 있던 자리입니다.

국제극장을 언급한 것은 ‘기도영성 추억의 장소’인 ‘새문안교회’를 말하기 위해서 입니다, 물론 현대화된 지금 교회가 아닌 옛교회를 말하는 것입니다. 교회 앞길과 옆 골목길에는 식당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교회 정문에서 좌측 종로 방향에는 에스콰이어 제화점이 있어서 중학교 때, 발목높이까지 올라온 농구화 비슷한 가죽 구두 학생화를 거기서 사서 신기도 했습니다.

종로나 광화문에 나가면 항상 들리는 곳이 ‘새문안교회’였습니다. ‘새문안교회’는 1년 365일, 항상 예배당 문이 열려 있어, 누구나 들어가 기도했습니다. 교회측에서 그렇게 기도 장소로 배려했던 시절입니다. 나도 항상 종로와 광화문에 나가면 ‘새문안교회’에 들어가 기도하곤 했습니다. 소리 내 기도하는 곳이 아닌, 깊은 묵상으로 기도하는 그런 교회였습니다. 성전 안은 너무나 고요하고 잔잔해 마치 천국문 앞에서 기도하는데, 바로 예수님이 앞에 계신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의 기도 장소였습니다.

특히, 대학시절은 종로와 광화문을 자주 나가게 되어 더더욱 ‘새문안교회’에 들어가 기도하는 것이 행복했던 시절입니다. 일부러 기도하기 위해 광화문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예수전도단의 화요찬양모임이 광화문에서 열렸던 시절이라서 화요일에는 꼭 '예수전도단 화요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지금, 찬양사역자로 활동하는 최인혁 집사님과 박종호 장로님이 예수전도단 화요모임에서 찬양인도를 하던 시절입니다. 그때부터 박종호 장로와 친구로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훗날 최인혁 집사부부가 내 결혼식 축가를 위해 왔다가 주례 목사님이 시간이 급하니 축가를 한 팀만 하라고 갑자기 말씀하셔서 끝내 축가를 못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당시 예수전도단 화요찬양모임이 최고 전성기였던 것 같습니다.

장황하게 옛이야기를 한 것은 ‘새문안교회’에서 나그네처럼 길을 가다가 이루어졌던 많은 나와 같은 성도들의 ‘기도영성’이 그리워지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종식 후 한국교회는 나의 광화문 새문안교회 옛추억이 아주 오랜 ‘역사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교회에 출입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더구나 남의 교회에 들어가 것은 상상도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 입장에서는 예배를 중단시킨 코로나19를 바라보면, 신천지가 떠오릅니다. 대형교회들은 인터넷 예배를 결정하면서, 교회 출입 관리시스템을 강화했습니다. 신천지 교인들에 의해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교회 입구에서 교인등록증을 확인한 뒤 출입을 허용한 것입니다. 그것은 신천지의 포교전략에 따라 ‘기성 교회에 잠입시킨다’는 ‘추수꾼’의 출입을 봉쇄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신천지의 현장예배가 중단되면서 신천지 신도들이 한국교회, 특히 대형교회의 현장예배 참석을 할지 모른다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추수꾼들이 대부분의 대형교회 안에 이미 위장교인으로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어느 대형교회는 이미 ‘바코드 명패’를 사용해왔습니다. 대부분의 대형교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회 출입 때 명단을 기록하고 체크하며, 성도증으로 확인합니다. 아마 정부와 지자체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끝나더라도 당분간 교회출입 성도 확인시스템은 계속될 것입니다. 기네스북에 오른 우리나라 최대 교회는 교인등록증(카드)으로 성도들의 출입을 확인할 뿐 아니라 교회 주변 음식점과 호텔 등 여러 업소의 할인 혜택 제공 등을 위한 다목적용으로도 활용됩니다.

천주교도 성당 출입이 강화되었습니다. 서울대교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단됐던 미사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신분 확인을 위한 바코드를 신자 152만 명에게 배포하기로 했는데, 구한말 사제였던 최양업의 이름을 딴 ‘양업시스템’을 도입합니다.

신자들이 미리 받은 바코드를 성당 들머리에 있는 리더기에 가져다 대면 3초 만에 교구 전산 행정시스템인 ‘통합양업시스템’에 전송돼 신분이 확인된다고 합니다.

가톨릭에서는 고해성사를 1년에 꼭 1번은 하도록 교회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고해성사’를 매년 12월 25일 성탄절 이전의 대림시기 및 부활절 이전의 사순시기에 자신의 죄를 모아서 한꺼번에 고해하고 참회하는데 이것을 ‘판공성사’라고 합니다. 그리고 신자들의 신앙 상태와 출석여부 등을 체크할 수 있게 한 것이 종이로 만든 ‘판공성사표’입니다. 한국 가톨릭에만 존재하는 연례성사입니다.

가톨릭은 ‘판공성사표’를 전산으로 관리하기 위해 ‘판공성사표 바코드’가 있었는데, 이것을 모든 신자의 교적 관리를 위해서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서울대교구와 신자들로선 바코드 사용으로 신앙생활이 한층 편리해지지만, 비신자의 경우 슬그머니 성당에 들어가기 한층 어려워졌습니다. 다른 교구 신자들도 다른 지역 성당에 들어가는 것도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명동대성당은 바코드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명동대성당의 경우, 자체 신자 2만5천명 외에 다른 성당의 신자들과 관광객도 적지 않게 찾아오기에 성당 외 장소에서 명단을 작성한 뒤 번호표를 받아 입장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성경은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마가복음 11:17)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2,000년 동안 교회는 신자, 불신자를 떠나 하나님을 만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된 공간이었습니다. 구원의 길을 넓게 열어 길을 만드는 것이 교회의 사명인데, 이런 ‘기도하는 집’ 교회의 모습이 코로나19 재앙(?)으로 인해 점차 등록된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는 통제된 공간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바코드 없이는 교회에 나갈 수 없는 기묘한 세상, 기도하고 싶어 다른 어느 교회라도 출입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포스트 코로나’의 또다른 얼굴입니다. “내 집은 바코드로 구별된 사람만이 들어오는 집”(코로나복음 1:19)이 될지도 모릅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