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서 보수ㆍ진보 ‘다른 소리’

▲ 사진: 청와대


같은 침대에서 자면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같은 입장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의견이나 주장이 다른 사이를 일컫는 4자성어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있다.

우리 사회의 현안 앞에만 서면 서로 다른 입장을 피력해 온 보수교계와 진보교계가 이번엔 대통령 앞에서 서로 다른 소리를 냈다. 동상이성(同床異聲)의 병이 재발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12시부터 14시까지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7대 종단 대표와 간담회는 지난 2017년 12월과 지난 2월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 오찬에는 김성복 한국교회총연합회 공동대표(예장 고신 직전 총회장)와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를 비롯해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스님, 김희중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김영근 성균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이 함께했다. 박우균 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치 못했다. 기독교만 2명의 대표가 참석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지금 2년 가까이 흘렀는데, 국민통합이라는 면에서는 우리들 나름대로는 협치를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하고, 또 많은 분야에서 통합적인 그런 정책을 시행하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지만 그러나 뭐 크게 그렇게 진척이 없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평소에 늘 생각해 오셨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도 오늘 지혜로운 말씀을 청하고 싶다”며 간담회를 계속 이어갔다.

간담회 후, 한교총 공동대표 김성복 목사와 교회협 총무 이홍정 목사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개한 간담회 당시의 발언에 의하면, 보수교계와 진보교계 대표로 참석한 두 사람은 ‘동성애(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 전혀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이홍정 목사는, 동성애 문제에 대해 “차별금지법은 한국 사회의 기본 인권 지수를 높이는 일로, 종교가 관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동성애자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안에 머물 수 있도록 목회 지침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반면 김성복 목사는 “교계는 소수자 인권, 성소수자, 동성애, 동성혼,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한교총에서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 등 동성애 문제에 대한 교인들의 염려가 담긴 서명 107만건을 전달할 예정이다. 교인들의 불안한 마음을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김 목사에 의하면 문 대통령은 ‘동성결혼 합법화는 현실적으로 요원한 문제인데 교계가 다소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밖에도 김성복 목사는 “국민통합에 종교인이 앞장서 달라는 (대통령의)말에 공감하지만 분명 한계도 있다”면서 “일본과의 수출 규제 문제 같은 외교 사안에 대해서도 국민들 사이에 분열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김 목사는 “정부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갈등을 해소하는 단초가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정부도 통합에 노력을 기울여 달라”로 요청했다.

이홍정 목사는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분단과 냉전으로 인한 적대감을 극복하고 평화, 번영, 통일을 본격화하는 ‘행동하는 정부’”라면서 “현재 북미관계가 장벽을 넘지 못해 남북 공조 또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지만 남북의 평화적·자주적 공조가 유보되어서는 안 된다”며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적극적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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