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에선 ‘한국교회 기도의 날’ … 전광훈 목사는 ‘대통령 탄핵 집회’

개천절인 10월 3일, 서울 숭례문에서 광화문에 이르기까지 보수진영 3백여만명(언론 추산)의 인파가 모여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 6개 단체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고(집회 현황도 참조), 4시경 하나로 결집해 청와대를 향해 행진했다.

6개 동시다발 집회 가운데, 두 개가 기독교인들에 의한 것이었다. 하나는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묵사가 이끄는 ‘10·3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측 집회였고, 다른 하나는 ‘한국교회 기도의 날’ 집회였다.

 

같은 보수 기독교인들에 의한 집회였지만, 두 집회의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 하나는 말 그대로 기도회로 기독교적 행사였던 반면, 다른 하나는 비록 예배 순서가 있긴 했으나 문재인 정부를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의 정치적 행사였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진행된 ‘한국교회 기도의 날’ 집회는 설교나 특별한 연설 없이 순수 기도회로만 진행됐다. 태극기·성조기를 흔들거나 조국 장관의 사퇴·문재인 정권 퇴진 발언 등 정치적 요소들은 없었다.

주최 측은 “우리나라와 교회가 존망의 고비에 처했다”면서 “하나님의 긍휼히 여기심을 얻는 한편 국민들을 각성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성도들이 대거 모여 일심으로 하나님을 향해 회개하고 간구하며 찬송하는 것”이라고 기도회 개최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참석자들은 △회개 △대한민국을 위해 △북한 동포를 위해 △성경에 배치되는 제도·법률 반대 △모든 교회 △선교 사명 △그리스도인들의 성령 충만과 주의 일에 힘쓸 것 등 7개 기도 제목을 놓고 합심으로 기도했다.

옥의 티라면 오후 2시경 행사를 마무리하며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 참석을 권고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한국교회 기도의 날' 모습

반면에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진행된, 전광훈 목사 주도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는 이재오 전 국회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신해식 신의한수 대표, 조갑제 대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참여, 말 그대로 ‘반 문재인 정부’ 색채를 뗬다.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문재인 하야‘ ’조국 구속‘을 외쳤다. 특히 전광훈 목사는 자신이 한기총 대표회장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듯, 육두문자까지 써가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해 건강한 기독교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 목사는 인근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집회 중 황교안 대표의 발언이 있자 집회를 중단하고, 황 대표의 발언을 경청한 후 “문재인은 끝났다. 문재인 빨리 나와. 개자식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4시경 청와대로 행진을 하기에 앞서서는 “오늘은 4·19식으로 청와대에 진입해 문재인을 끌고 나오는 날”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뒤주에 가둬 서울구치소로 보내자”고 외쳤다.

청와대로의 행진은 경찰이 막아서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밤늦게까지 집회를 이어 갔다. 이들은 다음번 공휴일인 9일 한글날에도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집회와 관련 한 목회자는 한국 기독교계가 이데올로기의 양극화와 갈등을 부추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 기독교계가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선전하는 선동가(demagogue)가 되고 있고, 교회가 이데올로기의 선전장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면서 “기독교와 교회가 ‘비판적 이성(理性)집단’이 아닌 ‘비판적 이상(異常)집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쓴소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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