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 살리려 자신들이 결의한 ‘세습 금지법’ 포기

▲ 명성교회수습안 처리를 위한 회무 모습

2017년 11월 장로교회 중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명성교회를 잃은 한국교회가, 2019년 9월 26일 한국 장로교회의 장자교단이라고 자부하는 예장 통합총회를 잃었다.

예장 통합총회는 제104회 총회 넷째 날인 26일 오전, 명성교회 뿐 아니라 모든 교회에 세습의 길을 열어주는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의 수습안을 통과시켰다. 명성교회를 위해 2013년 자신들이 결의한 ‘세습 금지법’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다.

수습안의 표결에는 1204명이 참여해 이 중 과반이 넘는 920명 찬성했다. 투표는 무기명비밀로 하자는 의견이 부결돼, 거수로 진행됐다. 수습안 내용은 아래 사진과 같다.

 

수습위의 7개 안 중 핵심은 △2021년 명성교회의 세습을 허락하는 세 번째 항과 △이번 총회의 세습허용 결의에 대해 법적 대응을 불허하는 일곱 번째 항이고 나머지는 형식상 명성교회의 잘못에 대해 징벌하는 안이어서 ‘눈 가리고 아웅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수습위의 이번 ‘세습 허용’ 안은, 총대들이 1년 연구를 허락한 총회 헌법위원회 상정 ‘담임목사 은퇴 5년 후 세습 가능’ 시행 규정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시행령은 통과시 소급 적용케 돼 있다.

예장 통합총회의 이번 결정은 명성교회 하나 살리려고 자멸의 길을 택한, 돈과 타협한 매우 슬픈 결정이라는 평가다.

새문안교회 담임을 역임한 이수영 교수는 자신이 속한 서울노회 카톡방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려 비통함을 드러냈다.

“명성집단(차마 교회라고 부르기 민망하여 그렇게 부르는지 오래입니다)의 세습과 관련하여 이번 총회가 내린 결정은 신사참배 결의 이후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사참배 때는 외세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고 이번에는 돈의 위세에 굴복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단정합니다. 이 교단에 소속된 목사라는 것이 오늘처럼 부끄러울 수가 없습니다. 참담한 심정입니다.”

동남노회비대위의 장병기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와 한국교회와 저를 포함한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부끄러움”이라며 “한국교회사에서 일제 때 신사참배 결의보다 더 부끄러운 일로 남을 것이다. 많이 아프고 슬프다”고 비통함을 토했다.

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는 “교단이 명성교회를 잃으면 큰 손해가 될 것으로 계산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신학적이고 성서에 근거를 둔 판단이 아니라 전적으로 자본주의적 계산에 따라 내린 판단”이라고 쓴소리 했다.

기독법률가회(CLF)는 “이번 결정으로 명성교회가 예장통합 교단을 이탈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국교회는 또다시 큰 충격과 고통을 받게 됐다”며 “한국교회가 교회세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주어졌으나 예장통합 총회는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고 지적했다.

예장 통합총회의 이번 결정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일반 언론들도 ‘신도 10만의 힘? 명성교회 세습 허용에 소송도 금지시켰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 수습? 면죄부만 준 꼴!’ ‘지교회 설립·목회지 교환·손자 세습.. 목사 세습금지법 비웃는 변칙 수법 난무’ 등의 기사 제목으로 일제히 비판적 기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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