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아멘교회 송영춘 목사의 목회 수상(隨想) (11)

 

어릴 적 명절은 새 옷 한 벌 얻어 입을 욕심에 벌써 전부터 손꼽아 기다려졌었다.

또한 맛난 쇠고기 동그랑땡과 명절이 아니면 여간해서 먹을 수 없었던 상어고기 산적의 쌉싸래한 맛의 기대감에, ‘사내 녀석이 부엌 얼쩡거리면 고추 떨어진다’는 할머니 말이 무섭지가 않았었다.

추석 명절은 형형색색의 분명한 색깔들이 내 눈을 선명하게 정화하는 것 같아 좋았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

손꼽던 한 벌 옷은 드레스 룸이 있어야 할 판이고, 건강을 생각한답시고 고기는 손이 꺼려하고, 쌉싸래한 상어고기 산적 대신 더 자극적인 음식들 찾게 됐다.

산이고 들에서 찾던 선명함을 방 안 HD TV 모니터가 더 선명하게 선사하는 시대가 아닌가!

요즘은 웬만한 병은 걱정도 안 하는 것 같다.

아니 웬만해서는 못 고치는 병이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해야 바른 표현인 것 같다.

내 어릴 적에는 맹장수술도 일주일은 입원해야 하는 수술이고, 좀 큰 병이라면 병원보다는 기도원에서 신에게 먼저 보이고, 맡기려 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세상 참 좋아졌다!

그 때는 신을 먼저 의지하고 믿었는데 요즘은 기계를, 기술을 의지하고 믿는 것 같다.

믿고 의지해도 될 만한 존재가 생겼으니 신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신은 내 양심의 무게를 덜어주면 그것으로 족한 존재로 전락시켜버렸다. 신앙생활은 품격 있는 사회생활의 일환이 되고 말았다.

신은 세상을 창조하셨다. 신은 생명의 근원이시고, 만유의 근본이시고 주인이시다.

바벨탑을 지을 때 인간은 신이 만드신 것들 대신할 것을 만들기 위해 가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견고한 벽돌을 보고 기꺼이 만족하고 하늘 높이 치솟아 끝까지 쌓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너무나 만족한 나머지, 신을 대신해 자신들의 이름을 의지하고 자신들의 이름을 널리 알려 신을 대신할 존재로 부각시키고 싶어 했다고 한다. 겨우 벽돌 한 장에 말이다.

세상 참 좋아졌다??

“이 후로는 그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 없으리로다.” (창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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