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아멘교회 송영춘 목사의 목회 수상(隨想) (4)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 또 일어났다.

성도가 가족을 잃었고, 목사가 성도를 잃었고, 민족이 좋은 정치가를 잃었고, 나라가 자산을 잃었다.

그의 영정 앞에 놓여있는 안수집사 직분의 위패를 보며 일순 죄책감을 느꼈다.

‘평소 존경하는 분이기에 안 올 수가 없었다’는, 일손을 멈추고 달려온 듯한 여인의 풀어진 머리를 보며 또한 감사함을 느꼈다.

남겨진 가족들의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공허한 표정을 보며 오히려 가슴이 아려왔다.

곧 현실로 닥칠 헤어짐의 슬픔과 상실의 아픔을 생각하며 ‘견딜힘을 허락해 주십시오!’ 짧은 기도만 되뇌었다.

내색할 수 없는 뭔지 모를, 목사라는 무게에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당신 지금 그 행동 아버지하고 똑같아요..” 식탁 의자에서 일어서다 풀리지 않은 관절 탓에 엉거주춤 서있는 내게 아내가 한 말이다.

맞다! 낮에 내 아버지도 지금 내 모습처럼 엉거주춤한 불편한 자세로 보행기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두 주 만에 보는 모습은 낯설다 싶을 정도로 야위어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샌드위치라 금세 다 먹어 치울 줄 알았는데 가만히 손에 들고만 있다 슬쩍 내려놓았다.

이내 내 눈초리를 느끼고는 멋쩍은 눈웃음을 치시고 만다. 순간 아버지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고 까닭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많이 힘드신 가보다’ 생각하면서도 어찌할 바 없는 도리가 오히려 회피하게 하는 것 같다.

돌아오는 차 창 너머로 연분홍색 나리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주책없이 흔드는 모양이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눈길을 돌리고 말았다.

간다는 말에 못내 아쉬워하며 ‘다음 주에 또 보자’는 애절함인지, 압력인지 알 수 없는 쉰 소리의 작별인사가 외로움을 고스란히 전하는 것 같아 또 한 번 돌아보게 했다.

‘그래 외롭겠지 나도 외로울 때가 있는데 저이는 얼마나 외로울까……’

돌아오는 차창에는 애꿎은 잠자리 날개만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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