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된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시국선언은 한국교회의 정치 참여에 대한 근본 문제를 되짚어 보게 했다. 이에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가 토론회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했다.

2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교회가 나아갈 모습과 역할을 위한 시국선언(교회와 정치) 논란에 대한 토론회’가 그것이다.

토론회는 임성택 박사(KC대 전 총장)의 주제 발제 후, 김명혁 목사(한복협 명예회장), 박종언 목사(한장총 부회장), 이호선 교수(국민대),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 이성민 교수(감신대) 등 패널들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임성택 박사는 ‘정교분리와 교회 정치투쟁의 당위성’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정교분리가 국가에 대한 ‘종교의 불간섭’이라는 왜곡된 주장으로 나타나, 교회가 집단으로 비난받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며 “정교분리의 개념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 박사는 “정교분리란, 국가는 국민의 세속적ㆍ현세적 생활에만 관여할 수 있고, 내면적ㆍ신앙적 생활은 개인의 신앙과 양심에 맡기고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 내지 비종교성’을 의미한다”면서 “이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고, 제도적으로는 국가와 종교가 분리된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우리 한국교회는 정교분리의 수준 높은 교회정치 사상을 폄훼하고, 스스로 세속정치의 어느 일파가 되어 상대를 정적 개념으로 복음과 교회의 이름으로 저주하고 있다”면서도 “교회가 직접 정치를 할 수는 없지만, 정치가들이 바르게 정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은 포기해선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는 ‘정교분리’가 매우 당연하며, 기독교계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기독교인을 통한 간접적 정치 참여가 정답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박 목사는 “기독교인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고, 당연히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이라면서 “교회가 직접 정치에 들어가면 정치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뜻을 가진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 현장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목사는 “여야 불문하고 정치인들을 교회로 불러서 하나님 뜻을 가르치고 지키게 하는 것이 훨씬 보람과 가치가 있다”며 “다종교사회에서 기독교 정당은 감당하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가야 한다. 국가별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한국형 정교분리’를 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혁 목사(한복협 명예회장)는 “예수님은 교회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여덟 가지 복된 길을 말씀하셨고,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며 “오늘의 한국교회가 바람직한 소금과 빛이 되고 착한 행실을 나타내고 여덟 가지 복을 위해 애쓴다면, 북한도 정치도 다 바로 되지 않을까”라며 원론적인 발언으로 입장을 대신했다.

이성민 교수(감신대)는 “정치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한국교회에 여러 교파와 진영이 있는데, 우리가 먼저 하나 되었는지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며 “싸우는 집에 누가 가고 싶겠나. 남을 포용하기 전에 기독교 안에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실수가 있더라도 포용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쓴소리 했다.

박종언 목사는 “전광훈 목사의 시국선언 발언이, 개인의 발언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하나,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의견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 “전광훈 목사의 발언이 지나치다고 말한 교계 원로들의 지적은 매우 정당했다. 교회 목사로서 선을 넘었기 때문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