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사건과 신학] ‘국가조찬기도회’의 문제점 집중 다뤄

▲ 웹진 <사건과 신학>의 표지 사진

“기도회를 왜 문제 삼느냐고, 지나친 비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가조찬기도회’로 이름 붙여진 그 연례행사가 거룩한 기도와 식탁의 남용이고, 오용이고, 모욕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에 판단이 끝난 일이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는 2019년 6월의 「사건과 신학」으로 ‘국가조찬기도회’를 선정, 매년 대통령을 초청해 중요 정치지도자들과 함께 조찬을 겸하여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고급 호텔에서 갖는 기도회에 대해서 신학적 정당성 여부를 집중 분석했다.

1968년 처음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는 매년 대통령을 초청 중요 정치지도자들과 함께 조찬을 겸하여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기도회를 갖고 있다. 올해 6월 17일, 주최측은 이 날을 '국가기도의 날'로 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양권석 교수(성공회대)는 6월의 「사건과 신학」 취지문에서 “기도회를 왜 문제 삼느냐고, 지나친 비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국가조찬기도회’로 이름 붙여진 그 연례행사가 거룩한 기도와 식탁의 남용이고, 오용이고, 모욕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에 판단이 끝난 일”이라고 못 박았다.

‘나라를 위해 함께 모여 기도하는 행위’나 ‘나라를 위한 기도 모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목적과 의도가 신학적 정당성을 벗어났음이 국가조찬기도회가 걸어온 길을 보면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석환 교수(장신대)는 「'국가조찬기도회', 종교가 권력과 연애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국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지만, 그 동안 과거의 행적을 돌이켜 볼 때 그 명분의 역사적 그리고 신학적 정당성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기독교 패권주의’의 상징이 국가조찬기도회라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이들을 모시고 세를 과시하며 자신들을 무시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인지, 겸손한 마음으로 신께 기도를 드리려 모이는 것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는 것이다.

양권석 교수는 취지문에서 “어느 순간, 교회권력과 정치권력이 서로의 필요성을 은밀히 나누면서 그 수치스러운 기도와 식탁은 계속되고 있었고, 다시 그 국가조찬기도회는 보수 우익 정체세력과 기독교 권력의 정교유착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수현 교수(감신대)는 글 「황사영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기도는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대상도 중요하다”면서 “수많은 목회자들이 참석하여 기도한 대상은 하나님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안전과 기득권을 줄 수 있는 권력자였다”고 쓴소리했다.

강석훈 목사(NCCK)는 「어떤 국가를 위한 기도」라는 글에서 “교회는 힘과 권력을 소유하고 그것을 사용하여 약자들을 돕는 존재가 아니라, 약자와 ‘함께’, 약자와 ‘더불어’ 이 생을 살아가는 존재”라면서 “교회는 약자 그자체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며, 그 속에서 하늘은 하늘의 힘을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양권석 교수는 “복음은 세상 권력에 ‘맞서는’ 수단일 수는 있어도 세상 권력을 ‘쟁취하는’ 수단은 결코 될 수 없다”면서 “권력 욕망의 도구가 된 복음은 복음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을 향한 반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최태육 소장(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은 「국가조찬기도회」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통령 조찬기도회를 통로 삼아 국가 권력과 기독교는 서로의 권익을 주고받았다”면서 “이제 기독교는 자신이 걸어왔던 과거를 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조언했다.

국가조찬기도회가 대형호텔 연회장에서 값비싼 식사와 함께 진행되는 것도 지적됐다.

최영실 교수(성공회대 명예)는 글 「'국가조찬기도회'와 '주의 기도'」에서 “예수는 ‘또 너희는 기도할 때에 외식하는 자와 같이 하지 말라’고 하신 후 ‘차라리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보시는’ 하느님께 기도하라고 하셨다”면서 “골방이 아닌 화려한 홀에서 모이는 ‘국가조찬기도회’를 보면서 예수는 무어라고 말씀하실까”라고 물었다.

이에 신익상 교수(성공회대)는 「밥 한 끼 앞에 두고 기도하는 자들의 책임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국가조찬기도회’라는 이름에서 ‘조찬’을 뺐으면 한다. 그냥 ‘국가기도회’라고 하라”면서 “기왕에 ‘조찬’을 뺀 김에, 남의 끼니 걱정하는 기도도 함께 빼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니면 신 교수는 “국가기도회를 관두고 예수처럼 함께 끼니를 때워야 할 누군가를 찾아서 함께 조찬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이것이 밥 한 끼 앞에 두고 기도하려는 자들의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성석환 교수는 아예 “굳이 하려거든 정말 창피하니까 남들 다 보는 호텔에서 하지 말고 차라리 그 자랑스러운 어느 대형교회에서 하라고, 혹여 조찬이 문제가 된다면, 그냥 샌드위치 드시고들 얼른 목회현장으로 흩어지시라 말해주고 싶을 뿐”이라고 쓴소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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