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하, 손봉호, 박경조, 박종화, 김명혁 등 교계 원로 31명 성명 발표

▲ 18일 교계 원로들의 기자회견 모습

“희화거리가 주요뉴스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부탁입니다.”

신경하, 손봉호, 박경조, 박종화, 김명혁 등 교계 원로 31명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광훈 목사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피력했다. (31명 명단, 하단 성명서 참조)

한 마디로, 전광훈 목사의 최근 행보는 한 개인의 일탈일 뿐인데 언론이 크게 다룸으로써 그의 주장이 기독교회의 신앙이며 대표적인 행태인 양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바 신경을 써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전광훈 목사의 언행은 새 일도 아니고, 의미 있거나 주목할 만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작금 한국사회 주요 언론에서 이 일을 매일 크게 취급하고 있어서, 마치 그와 그의 주장이 기독교회의 신앙이며 대표적인 행태인 양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 이에 우리는 보다 못해, 통회의 마음을 담아 이 사태에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기총은 기독교의 대표성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한기총 내부에서도 전 목사의 언행을 심각하게 비판하고 있으니, 이 사태는 결국 주로 전 목사 개인의 일탈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면서 “온 언론이 이 일을 주요 뉴스로 타전하는 것이 온당한가 하는 염려도 없지 않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작금 전광훈 목사의 언행은 극단적 적대적 대립적 사고구조의 한 표본이자, 그 산물”이라며 “극단적 적대적 이념이나 신념을 기독교 신앙과 뒤섞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것은 기독교의 복음을 훼손하고 욕되게 하는 일이고, 거룩한 복음을 세속 욕망과 뒤섞는 일로서 복음은 오직 그리스도에게서 드러난바 ‘타인을 위한 희생과 사랑’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원로들은 “한국교회 대다수는 이 일로 부끄러워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언론에서도 이 사태에 대한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시기를 당부했다. “작금의 언론지형과 환경을 모르는바 아니나, 희화거리가 주요뉴스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부탁”이라는 말과 함께다.

뿐만 아니라 원로들은 전광훈 목사에게는 “세속적 욕망으로 정치에 나서려 한다면, 교회나 교회기구를 끌어들이지 말고, 목사라고 내세우지 말고, 한 개인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면서 자신의 정치적 욕망이나 신념을 위해 교회를 욕되게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크게 염려하고, 크게 통회합니다

전광훈 목사의 언행은 새 일도 아니고, 의미 있거나 주목할 만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금 한국사회 주요 언론에서 이 일을 매일 크게 취급하고 있어서, 마치 그와 그의 주장이 기독교회의 신앙이며 대표적인 행태인 양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보다 못해, 통회의 마음을 담아 이 사태에 입장을 밝히기로 하였습니다.  

한기총은 기독교의 대표성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한기총 내부에서도 전 목사의 언행을 심각하게 비판하고 있으니, 이 사태는 결국 주로 전 목사 개인의 일탈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온 언론이 이 일을 주요 뉴스로 타전하는 것이 온당한가 하는 염려도 없지 않습니다. 언론은 공익적 가치로서, 뉴스 가치에 대한 판단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1. 한국사회, 특히 정치는 불문곡직 반대와 비난, 대립과 갈등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사실을 왜곡해석하고, 상대를 폄하하고 막말로 비난하는 것이 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국익은 사라지고, 국민과 국가는 각자 자기 정파를 지지하는 수식어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작금 전광훈 목사의 언행은 이런 극단적 적대적 대립적 사고구조의 한 표본이자, 그 산물입니다.

우리는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제반 주체들이 서로 입장은 다르나, 상대의 입장에도 서 보고, 그래서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서 대화하고 토론하는 민주적 절차가 확립되고, 상생의 기풍이 굳게 세워져서, 사회와 국가가 평화롭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합니다.

 2. 극단적 적대적 이념이나 신념을 기독교 신앙과 뒤섞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은 기독교의 복음을 훼손하고 욕되게 하는 일입니다. 거룩한 복음을 세속 욕망과 뒤섞는 일입니다. 복음은 오직 그리스도에게서 드러난바 ‘타인을 위한 희생과 사랑’입니다.

전광훈 목사가 견강부회 내세우는 순교자 본회퍼는 그리스도를 ‘타인을 위한 존재’로 인식했습니다. 본회퍼는 기독교신앙에다 인종우월주의와 반공산주의를 뒤섞어 수백만을 학살하고 처형한 히틀러의 나치지배에 저항하다 순교했습니다. 그는 ‘자신들’을 위해 신앙과 인종 및 체제의 이데올로기를 뒤섞은 권력에 대해, 오직 ‘타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그리스도의 신앙으로 맞선 것입니다.

전광훈 목사의 부끄러운 행태는 사실 그 사람 하나만의 일이 아님을 압니다. 우리 한국기독교회 내에 작든 크든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복음을 제대로 가르치고 실천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잘못입니다. 하나님과 한국사회 앞에 참담한 마음으로 통회하며, 이번 일이 한국기독교회가 복음으로 돌이키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3. 우리는 단호하고 엄중하게 요구합니다. 전광훈 목사가 세속적 욕망으로 정치에 나서려 한다면, 교회나 교회기구를 끌어들이지 말고, 목사라고 내세우지 말고, 한 개인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정치적 욕망이나 신념을 위해 교회를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최소한 자신을 파멸로부터 막는 길일 것입니다.  

4. 한국교회의 대표성은 하나의 기구에 있지 않습니다. 설립 순으로 보면, 교회협(NCC)이 있고, 한기총과 한기연이 있으며, 한교총이 있습니다. 다들 각각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한기총은 대표성이 현저히 약화되었습니다. 주요교단들 다수가 떠나 한교총 등을 설립하였습니다. 한기총은 전광훈 목사 사태를 속히 해결하고, 갱신하여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이 연합기구들의 분열과 쇠락의 과오에서 우리 역시 자유로울 수 없음을 통감하고 깊이 회개합니다.
  
5. 한국교회 대다수는 이 일로 부끄러워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도 이 사태에 대한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시기를 부끄러운 마음과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부탁합니다. 작금의 언론지형과 환경을 모르는바 아니나, 희화거리가 주요뉴스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부탁입니다.

                                                                                                          감사합니다.

김고광 목사(수표교교회 원로)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 은퇴목사)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
김영태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전 총회장)
김재열 신부(대한성공회 전 교무원장)
민영진 목사(대한성서공회 전 총무)
박경조 주교(대한성공회 전 의장)
박종덕 사령관(한국구세군 전 사령관)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
백도웅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 총무)
백장흠 목사(기독교대한성결교회 전 총회장)
성명옥 목사(예장통합 전국여교역자협의회 전 사무총장)
손봉호 장로(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신경하 감독(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회장)
안재웅 목사(아시아기독교협의회 전 총무)
유경재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원로)
유춘자 장로(한국여신학자협의회 전 총무)
윤경로 장로(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사장)
이동춘 목사(기독교대한복음교회 전 총회장)
이명남 목사(예장통합 원로)
이용호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전 총회장)
이정익 목사(기독교대한성결교회 전 총회장)
임헌택 사관(구세군대학원대학교 전 총장)
장차남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전총회장)
전병금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전 총회장)
정숙자 목사(기장 원로)
정주채 목사(예장고신 원로)
정지강 목사(대한기독교서회 전 사장)
조병창 목사(예수교대한성결교회 전 총회장)
홍성현 목사(예장통합 원로)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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