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석탄일 법요식서 불교 의식을 따르지 않은 것에 “유감”

▲ 지난 12일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참석 중 합장을 하지 않고 있는 황교안 대표 모습(CHANNEL A 뉴스 화면 캡쳐)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신앙 소신을 지키려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행위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자칫 종교간 분쟁으로 비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만당)는 22일 보도자료를 내, 지난 12일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불교 의식을 따르지 않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난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황 대표가 믿고 따르는 종교와 신앙생활을 존중한다”면서도 “거대 정당의 대표로서, 지도자로서 참석해 개인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논란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남을 존중하고 포용하기보다는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개인의 삶을 펼쳐 나가는 것이 행복한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시대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지식인이자 교양인으로서 그 예를 갖추는 것조차 손사래를 칠 정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우리 사회를 얼마나 행복하게 이끌고 나갈지 우려된다”면서 “지도자로서의 자세에 대해 깊이 참구하라”고 권했다.

황교안 대표의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신앙 소신을 지키려는 행위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14일 황 대표가 당대표 취임 인사차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예방했을 때도, 불교식 인사인 합장 인사 대신 악수와 함께 허리 숙여 인사 나눈 것을 두고 불교계는 시비한 바 있다.

당시 교회언론회는 “불교가 소중하다면 이웃 종교인 기독교도 소중하다. 황 대표가 정치를 하는 것은 잠깐이지만, 그가 끝까지 간직할 것은 기독교 신앙”이라면서 “이것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 했었다.

다음은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의 입장문 전문이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의례 논란에 부쳐 -


지난 5월 12일,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 한 사찰에서 진행된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던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가 합장과 관불(灌佛) 의식을 거부했다고 하여 모든 언론에서 기사화되고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날에 이러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불교계에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받아들이며, 깊은 우려와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우리는 황교안 대표가 믿고 따르는 종교와 신앙 생활을 존중합니다.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함부로 남의 신앙을 폄훼하거나 다른 종교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모두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황교안 대표가 스스로 법요식에 참석을 한 것은 자연인 황교안이나 독실한 기독교인 황교안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대 정당의 대표로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도자로서 참석한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지도자이기 보다는 개인의 생각과 입장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의 황교안 대표의 모습은 단순히 종교의 문제를 넘어 상식과 합리성, 존중과 이해를 갖추지 못한 모습이기에 깊은 우려를 표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신앙에만 투철했던 황교안 대표로서는 불교 의례를 따르는 것이 불편하고 옳지 않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날 이렇게 우려할만한 언행을 해 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지구촌 곳곳은 배타적 종교와 극단적 이념으로 테러와 분쟁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원한과 보복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구촌의 진정한 평화는 어떤 무력이나 현란(絢爛)한 정치나 어느 한 이념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황교안 대표가 참석했던 불기2563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발표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예하의 봉축 법어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습니다. ‘배타적 종교와 극단적 이념으로 테러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황교안 대표는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질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만일 이러한 상황에서 남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포용하기보다는 오로지 나만의 신앙을 가장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개인의 삶을 펼쳐 나가는 것이 오히려 황교안 대표 개인을 위한 행복의 길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독재와 권위의 시대를 지나 민주와 평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여정에서 우리는 획일화하고 통제되었던 과거와 달리 다양성과 차이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함을 알게 되었고,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의 범주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견해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정치인, 특히 지도자들이야말로 이러한 자세를 가장 잘 실천해야 할 당사자들입니다. 사회 통합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어야 할 책무를 이 시대의 지도자들은 짊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고 따르고자 하는 거룩한 스승들이 있습니다. 설사 내가 섬기지 않는 스승이라 하더라도 이 시대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지식인이자 교양인으로서 그 예를 갖추는 것조차 손사래를 칠 정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우리 사회를 얼마나 행복하게 이끌고 나갈지 우려됩니다.

십여 년 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장에서 거룩한 인류의 스승들을 올바로 볼 수 있는 지혜를 직접 일러주신 종정 예하의 봉축 법어를 황교안 대표님께 전해드리며 그 뜻을 화두삼아 지도자로서의 자세에 대해 깊이 참구하시기를 바랍니다.

번뇌煩惱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이는 부처를 볼 것이요
사랑 속에 구원救援을 깨닫는 이는 예수를 볼 것입니다.


불기 2563년 5월 22일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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