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30주년 기념행사 ‘서른, 다시 봄’ 개최

▲ 29일 감신대 중강에서의 고난함께 30주년 기념식 모습

30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해온 사회선교단체가 있다.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이사장 신경하, 이하 ‘고난함께’)이 그곳이다.

고난받는 이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돕고 위로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에서 함께 고난 받으며 그들이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보는 연대 단체 고난함께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기념식 ‘서른, 다시 봄’을 29일 감신대에서 개최했다.

고난함께는 1989년 민주화를 위해 양심적인 행동을 한 이유로 구금과 구속, 수배 상태에 놓인 동료들의 석방을 모색하고 그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대변하고 물질적ㆍ정신적 후원을 위해 탄생됐다.

수배자와 구속자들의 문제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사회선교의 가려진 측면들을 발견한 고난함께는, 이후 선교의 영역을 넓혀 무연고 장기수와 IMF 실직자, 부당해고 노동자, 세월호 유가족 등 우리 사회 고난 받는 이들과 고난을 함께해 왔다.

지난 2013년부터는 예배공동체 ‘고함’을 시작해,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현장과 재건축 재개발 현장 등 평화가 깨어진 전국 30여 개 공동체에서 76번의 예배를 드렸다.

그래서인지 고난을 헤쳐 나온 이들은 하나같이 고난함께와 함께,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길에 동참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예은 양의 어머니 박은희 씨는 딸에게 주던 용돈을, 고난 현장에서 자신들과 함께해준 고난함께에 ‘용돈’으로 후원하고 있으며, 최근 현장으로 복귀한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은 고난함께와 행보를 같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0일 감신대 중강당에서 열린 고난함께 30주년 기념행사 ‘축사’ 시간은 축하의 인사가 아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 씨(4.16가족협의회 전 집행위원장), 김득중 쌍용차 노조위원장, 박춘자 세종호텔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 고난의 현장에 함께해 주었음에, 그리고 함께해주고 있음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유경근 씨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해 준 것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고난받는 이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바라보며, 원하는 것을 함께 이뤄가는 고난함께가 그 길을 계속 걸어가 달라”고 부탁의 말을 전했다.

김득중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10년을 우리와 함께해 준 덕에 일상으로 돌아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우리 역시 그 길을 함께 걸아가겠다”는 말로 축사를 대신했다.

박춘자 세종호텔 노조위원장은 “투쟁을 한지 9년이 됐다. 투쟁을 하면 아픈데 고난함께와 함께 예배함으로써 버틸 수 있었다”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난함께는 이날 30주년 기념식에서, 양심수들이 보내온 편지를 묶은 책 ‘담장 넘어온 편지’를 발간하고 이를 편지의 당사자들인 장기수 및 양심수 석방자들에게 전달했다.

책에는 비전향 장기수를 시작으로 인혁당 사건, 왕재산 사건, 인도 유학생 간첩 사건 등으로 수감됐던 이들이 쓴 편지가 실렸다.

또한 고난함께는 이날 정유은, 이관택 부부를 극단적인 빈곤과 정치적 폭역, 사회적 갈등 속에 신음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사회선교를 위한 평화선교사로 파송하는 식도 가졌다.

진광수 사무총장은 “고난함께가 걸어온 30년의 기록이면서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이 녹아있는 책”이라면서 “앞으로도 고난당하는 이들과 함께할 우리의 다짐도 담았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의 논리 속에 공동체의 해체가 반복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의 건강성이 점점 후퇴하고 있다”면서 “30주년을 맞아 투쟁으로서 사회적 고난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평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안활동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감사의 말로 축사를 대신하는 세월호 희생자 예은 양 아버지 유경근 씨

▲ 신경하 이사장(왼쪽)이 '담장 넘어온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 평화선교사 파송증을 전달했다. (왼쪽부터 3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장 송병구 목사, 이사장 신경하 목사, 정유은 이관택 파송선교사)

▲ 고난 현장에서 노래로 함께 해온 '암하레츠'의 축하공연 모습

▲ 인사말하고 있는 진광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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