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에 교단장 아닌데다가 은퇴도 코앞에 둔 이성희 목사 추대

▲ 총회 회의 모습

새롭고 좋은 전통을 세우기 위해 이전의 전통을 깨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무리하면서까지 전통을 깨는 것은 아무리 좋은 포장을 씌워도 칭찬과는 거리가 먼 것이 세상 이치다.

지지난해 사상 최초로 외국인을 회장으로 추대한 데 이어,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여성을 회장으로 추대함으로써  새롭고 좋은 전통을 세웠다고 칭찬받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하 교회협)가 이번에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전통 깨기’를 해 구설에 오르고 있다.

교회협은 15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제67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잘 진행되던 회무는 돌연 회장 선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공천위원회가 지난해 총회장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연말 은퇴하는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원로)를 추천한 때문이다.

교회협은 4년 임기의 총무 중심 체제인바, 회장은 각 교단이 번갈아가며 1년씩 맡고 있다. 실질적 권한은 거의 없지만 진보 기독교계는 물론 때로는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적 미가 적지 않다.

올해는 한국루터교 총회장이 회장을 맡는 순서였다. 하지만 한국루터교가 내부사정을 이유로 회장직을 고사했다. 이에 다음번 순서 교단이 예장통합의 총회장이 회장을 맡는 게 순리였다.

하지만 인선위원회는 연동교회 이성희 목사를 추천했다. 회원 교단인 예장통합이 현 총회장인 림형석 목사가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을 맡게 돼 있어서 불가한 바, 이 목사를 추대해 달라고 한 요청에 따름이다.

기감 총대인 신복현 목사는 노회에서 은퇴하고 연말 정년을 앞둔 분이 신임 회장에 선임되는 건 가당치 않은 일로 관례에 예외를 두는 것“이라면서 ”총대들의 찬반을 물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예장통합 림형석 총회장이 발언에 나서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을 맡을 예정이라 회장직을 겸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성희 목사는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왔고 향후 교회협의 행보에 꼭 필요한 적임자라 여겼다”면서 총대들의 양해를 구했다. 

그럼에도 공방은 계속됐고, 정회 후 공천위원회의 논의 끝에 ‘교단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이성희 목사를 회장으로 추대했다.



▲ 취임 인사 중인 이성희 목사

이성희 목사는 “어려운 가운데 회장이 됐지만, 산고 끝에 태어난 아기가 더 건강하듯, 이 거룩한 사명을 잘 감당해나가겠다”면서 “NCCK가 가진 정체성과 가치를 극대화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혓다.

이어 “NCCK를 통해 한국교회가 민족과 국가에 공헌할 수 있도록, 또 총무가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그리고 회원 교단이 서로 일치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했다.

이후 이날 총회에서는 내년 신년예배 및 하례회(1월 2일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 소강당)와 4차례 정기 실행위원회(1월 24일, 4월 25일, 7월 25일, 10월 24일, 장소는 회원교단 순회), 제68회 총회(11월 18일 장소 미정) 등 제67회기 주요 일정의 건을 통과시켰다.

또한 헌장 제9장 위원회 중 ‘총회준비위원회’를 삭제하고, ‘문화영성위원회’와 ‘생명윤리위원회’를 통합해 ‘생명문화위원회’로 수정하고 교회와 사회파트에 배정하는 헌장 개정 심의의 건도 다뤘다.

신학위원회와 교회일치위원회, 종교간대화위원회, 화해•통일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생명•문화위원회, 여성위원회, 언론위원회, 교육위원회, 국제위원회, 청년위원회,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 NCCK1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 등 각 위원회 제67회기 사업계획 심의의 건도 통과시켰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 기장 총회는 예장 통합총회에서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 정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각 교단 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제안했고, 통합 사무총장 변창배 목사는 충분히 사전 협의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절차를 밟아 다시 논의토록 하겠다는 통합 측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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