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및 신임 감독들 “성폭행 의혹 인물과 함께 이ㆍ취임식 할 수 없다”

▲ 여성 총대들이 손 피켓을 들고 회의에 참여 중이다.

얼마 전, 예장통합 총회가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한 재판국의 판결을 거부함으로써 자정능력을 보여준 데 이어, 이번에는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기감)가 자정능력을 보여줘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이임하는 감독들과 앞으로 2년간 각 연회를 이끌어갈 감독 당선자들이 성폭행 논란이 있는 감독 당선자와 함께 이‧취임식을 할 수 없다며 이‧취임식 불참을 선언, 기감 역사상 처음으로 감독 이‧취임식이 없는 총회를 치른 것이다.

30일 인천 계산중앙교회에서 개회된 기감 제33회 총회의 최대 이슈는 이례적으로 감독 이‧취임식 개최 여부였다.

서울남연회 감독 당선자인 J목사가 성폭행 논란으로 여러 차례 재판을 벌였고, 여전히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어, 여선교회연합회 및 여교역자회를 중심으로 J목사에 대한 감독 취임 반대운동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무 첫날에는 회의장 밖에서 ‘교회 성폭력 목사가 감독이 웬 말이냐’ ‘J목사는 사퇴하라’ 등의 들고 시위하는 이들로 시끄럽기 했으나, 회무에까지 지장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 이‧취임식이 예정된 총회 둘째 날인 31일, 마침내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감리교전국여교역자회 회장인 김순영 목사의 반대 발언에 이은 여러 발언자들의 지지 발언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김순영 목사는 “총대로서 세 가지 이유로 도저히 이 분의 취임을 볼 수 없다”면서 “첫째, 그리스도인은 어디서든 예수의 향기 드러내야 하는데 이 분은 가는 곳마다 여성문제 일으킨다. 둘째, 감독은 모든 목회자의 모델인데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셋째, 감독으로서 모든 예배집례 성만찬 안수례 등을 행할텐데 우리 후배 여성 목회자가 성추행 한 감독으로부터 안수 받는 것 볼 수가 없다”고 웅변했다.

이에 총회는 잠시 정회됐다. 정회 시간 중, 이임할 감독들과 취임할 감독들은 긴급회의를 갖고 오후에 있을 이ㆍ취임식에 불참키로 결의했다.

▲ 인사로 취임식을 대신하는 신임 감독들

회의가 속개되자 이임할 감독을 대표한 진인문 감독은 “제33회 총회 감독 일동은 성추행의 문제가 있는 당선자의 취임을 반대하며 이ㆍ취임식에 나가지 않기로 천명한다”고 총대들에세게 자신들의 결정사항을 발표했다.

취임할 감독을 대표한 원성웅 목사 역시 “감독 당선자 11명이 이렇게 은혜스럽지 않고 외부에서 우리 감리교회를 타깃으로 삼게 되는 상황에서는 감독 취임하지 않는 것이 감리교회를 위해 좋겠다고 해서 취임식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이ㆍ취임식 불참을 선언했다.

일부 총대들이 문제가 되는 감독 당선자만 빼고 이ㆍ취임식을 갖도록 하자는 대안을 제시하며 반대의 뜻을 표했으나, 전명구 감독회장은 이취임 감독들의 뜻을 받아들여 이취임식을 거행하지 않기로 하고 이임감독들을 인사시킨 뒤 꽃다발을 전달해 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미진한 부분은 총회실행부위원회에서 처리키로 하고 문제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어진 회무에서 총대들은 신사참배 80년을 맞아 신사참배를 회개하고 “신사참배는 우상숭배와 다를 바 없었다”고 하는 감리교회 신사참배 죄책 고백문을 채택했다.

고백문에 의하면 제3회 총회인 1938년 10월 7일 감리교인 7천여 명이 황성 요배와 황국 신민 서사를 제창한 후 남산 조선신궁을 참배했다. 다음은 고백문 전문이다.

▲ 신사참배 고백문 채택 후, 무릎 꿇고 회개기도하는 감독회장과 감독들 모습


한국감리교회의 신사참배를 회개합니다
(출애굽기 20:5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우리는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인류역사를 섭리하시며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새롭게 변한 시대와 사회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의 복음을 전하고 증거 해야 하는 긍지와 사명을 지니고 있다. 19세기 말 전해진 복음으로 한국감리교회는 지난 20세기를 통하여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님을 통하여 주신 사랑과 정의와 구원의 시대적 사명을 주체적으로 감당하기 위하여 의미심장한 역사의 지평을 열어왔다.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며 통일한국을 견인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21세기는 지난 세기와는 전혀 다른 삶의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특히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평화와 통일의 축으로 진행하며 전 인류를 향한 희망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감리교회가 새 시대에 하나님께서 주신 새로운 사명을 감당하려면 지난 역사에서 발생한 어두운 변절과 굴복을 철저하게 성찰하고 회개하는 신앙고백의 천명으로부터 가능하게 된다.

일제가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폭압적으로 자행한 신사참배 강요에 타협하는 굴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1938년 총리사의 명의로 ‘신사참배는 국가의식으로 종교가 아니며 기독교 교리에 위배 되지 않는다.’고 통고문을 냈으며, 제3회 총회 때인 1938년 10월 7일에는 감리교인 7천여 명이 황성요배와 황국신민서사를 제창한 후 남산 조선신궁을 참배하기도 했다. 신사참배는 창조주 하나님 신앙에서 볼 때 신격화된 천황에 대한 숭배요, 또한 민족적인 양심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더욱이 일제는 중국대륙 침략, 태평양전쟁,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면서 전쟁 수행의 정신적 통제와 지배의 야만적인 수단으로 신사참배를 강요했으니, 결국 그것은 일제의 폭력과 전쟁 신에 굴복하여 절하는 우상숭배이다.

한국감리교회는 해방 후 다른 교파들과 마찬가지로 신사참배 등 일본 군국주의와 침략주의에 굴종한 어두운 역사를 철저하게 성찰하지도 청산하지도 못했다. 그것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앙공동체의 체질 속에서 하나의 암적 요소로 작용하며 새롭고 밝은 역사 창출을 방해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물신숭배가 지배하는 영적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에 한국감리교회는 제33회 총회를 맞이하여 과거 불행한 시대에 있었던 신사참배의 어둔 행위를 창조주 하나님과 구원의 예수 그리스도와 보혜사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민족과 인류 앞에 철저한 회개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신앙공동체로 거듭날 것을 다짐한다, 한국감리교회는 이 시대가 요청하는 한반도와 인류의 생명과 평화와 통일의 밝은 여정을 주체적으로 열어가는 주님의 몸 된 교회가 될 것을 결단하며 선언하는 바이다.


2018년 10월,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3회 총회원 일동

제안자 : 윤보환 감독 / 초안작성자 : 성백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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