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합의서 작성… 11일 한기총서는 합의 내용과 다른 모습 보여

▲ 11일 열린 한기총 임원회 모습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위해 한기총ㆍ한기연ㆍ한교총 이렇게 셋으로 나뉜 교회연합단체들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이들은 없다.

그래서 한기총으로부터 한기연(옛 한교연)이 독립해 나가 둘이 됐다가, 한교총 탄생으로 셋이 된 상황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통합하기로 한다’는 합의서가 작성돼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러한 합의서를 믿지 않는다. 합의서를 작성하는 사람들과 실제로 해당 단체를 이끌어 가는 이들의 생각이 달라 합의서는 합의가 아닌 ‘의지’ 내지는 ‘희망사항’을 담은 종잇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의 실체를 보여주는 일이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일어나 많은 이들의 마음에 씁쓸함을 자아냈다.

10일 오후 한기총 통합추진위원장 이태희 목사와 황덕광 목사, 한기연 통추위원장 권태진 목사와 송태섭 목사, 한교총 통추위원장 신상범 목사와 이경욱 목사 등 6인은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한국교회 통합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사진)

이날 3개 연합기관은 2개의 연합기관만의 통합은 의미가 없음을 확인하고, 3개 연합기관이 모두 하나가 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오는 17일 각 연합기관 통추위원들 5명씩 모두 15명이 모이는 확대모임을 갖기로 했으며, 6월에는 전체 교단이 모여서 하나가 되기로 합의했다. 

다음날인 11일 오전 한기총 임원회가 열렸다. 그런데 중요 안건 중 하나였던 ‘연합기관 통합 추진’의 건은 이에 대한 한기총 내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어떠한 결론도 맺지 못한 가운데 다음 번 회의로 넘겨졌다.

전날 합의서에 한기총 대표 자격으로 서명을 한 1인인 서기 황덕광 목사는 통합추진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태희 목사와 서명을 한 것에 대한 문책성 발언이 있자 “절차가 하자가 되는 것으로 안다”고 인정했다. 대표성도 없는 이가 합의서에 서명을 한 것이다.

또 황 목사는 “하지만 통합을 했다는 것이 아니다. 대국민ㆍ교계ㆍ교회ㆍ교인들에게 한국교회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면서 “한기총을 버리고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 10일 서명한 합의서의 기본 정신을 왜곡시키기까지 했다.

3개 연합단체 통합에 가장 열성인 기하성여의도 소속인 최성규 목사 역시, 자신이 속한 교단의 뜻과는 달리 “한교총은 임의단체지 법인이 아니다”라면서 “그냥 한기총에 들어오면 되는 것이다. 통합이라 말하지 말고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 맞다”고 강변했다.

그러자 엄기호 대표회장은 “통합을 하느냐 마느냐를 가부를 묻겠다”면서 “이중언어를 쓰는 것이 아니고 이곳에서는 복귀하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지만 저쪽에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회원들 설득에 나섰으나 소득이 없었다.

심지어 한 임원은 한기총 정관이 WCC와 관련이 있는 교단과의 교류를 금하고 있음을 말하며 “한교총 안에는 (기감, 예장통합 등) 한기총 정관에 위배된 교단이 있어 통합은 불가하다”면서 “들어오는 교단은 아무 이상이 없어야 한다”고 구체적 가입조건까지 제시했다.

이날 임원회에서는 회의 중간 중간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은 불가하다’는 문서가 나돌기도 했다. (사진)

참고로 한교총은 통합을 위한 제1조건으로 한기총 내에 있는 이단관련 교단 및 인물들에 대한 정리를 내부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은 10일 작성된 합의서대로 일이 진행될 경우, 실무진 모임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이고 한 치도 양보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교총 한 관계자는 “예장 합동ㆍ통합ㆍ고신ㆍ합신 등에서는 이 문제가 처리되지 않으면 총회에서 통합된 연합기구에 참여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선결을 요구하고 있다”며 절대 양보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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