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가정해체 문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발표회서 주장

▲ 발제 중인 송길원 목사 모습

저출산과 이에 따른 가정해체 문제가 한국사회의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교회(엄밀히는 시설)를 공공보육시설’로 제공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이정익 목사)는 11일 아침 서울 한국중앙교회(임석순 목사)에서 ‘저출산과 가정해체 문제를 한국교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5월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가정사역자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는 ‘저출산에 대한 가정사역자의 한 시각’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저출산 시대 속 한국교회의 과제로서 ‘교회 주도형 공공보육’을 제시했다.

정부의 ‘보육공공성 강화’ 정책에 맞물려, 교회가 교회시설을 공공보육시설로 내놓음은 물론 ‘돌봄 절벽’ 문제 해소에도 적극 나서 교회와 지역사회가 연계하는 ‘돌봄 모델’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송 목사는 “출산 축하금 몇 푼 준다고 아이를 낳지 않으며, 출산휴가가 는다고 해서 그 휴가를 얻기 위해 아이를 낳지도 않는다”면서 “답은 간단하다. 출산이 아닌 보육”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학년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엄마들은 1만5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방과 후 돌봄 제도가 젊은 엄마들을 경단녀(경력단절여성)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면서 “누가 기저귀 몇 장 더 나눠준다고 아이를 출산하려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이를 간파했다는 점”이라면서 “‘보육공공성 강화’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돌봄 절벽’ 문제 해소를 위해 △‘초등 돌봄’과 ‘방과 후 학교 연계’를 강화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업하는 ‘돌봄 모델’ 마련과 확산을 위한 논의를 이어간다는 정부의 방침을 두고 이른 말이다.

이와 과련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다음과 같은 국민청원을 내 놓았다.

“취학 전 영유아를 가진 젊은 부모들은 공공보육시설 확충을 간절하게 바란다. 하지만 늘어난 국가부채와 낮아진 경제성장률로 인해 재정 여력이 소진된 탓에 정부는 짧은 시간에 공공보육시설을 많이 짓기가 어렵다.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지으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든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생기는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 일부를, 다시 말해서 지금 특활공간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교실의 일부를 공공보육시설로 활용할 것을 청원한다.”

이 점에 있어서 송길원 목사는 “가장 큰 경쟁력을 갖춘 공공시설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교회라 할 수 있다. 교회는 주일 외엔 많은 시설이 유휴공간으로 남는다”면서 “공공재로서 교회시설을 사회봉사의 터전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이것이 진정한 세상을 구원하는 일이고 선교적 교회가 되는 일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뿐만 아니라 송 목사는 “교회의 기능은 단순한 공간제공을 넘어선 인력수급과 사회 신경망 구실까지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면서 수년 전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이 제안한 ‘교회 모델’ 즉, ‘서비스 모델’을 예로 들었다. 다음은 그의 발언이다.

“저는 결혼식, 장례식 때 교회만큼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본 적이 없어요. 신도나 그 가족이 아프면 교인들이 와서 간병까지 해줘요. 친척보다 더 낫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지금은 사라진 한국의 ‘대가족제’를 유지합니다. 오늘 태어난 아이부터 내일 돌아가실 분까지 하나의 ‘가족’입니다. 실제로 서로를 ‘형제’, ‘자매’라고 부릅니다. 정서적 유대감이 큽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는 아예 집을 한 채 구해서 상설 노인정을 운영합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곳도 많습니다.”

이에 송길원 목사는 “정부주도형의 출산 장려운동이 아닌 종교계가 나서 국가의 짐을 덜어줄 수는 없을까”라고 물은 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고 보낸 한국교회가 세금 문제를 넘어서 세상을 감동시키는 일을 찾아내라면 단연 이 일을 꼽고 싶다”는 말로 발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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