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규 목사 (UMC 목사, 미주중앙일보 칼럼니스트)

▲ 총기 들고 진행 된 ‘세계평화 통일 성소 교회' 합동결혼식 모습

최근 17명의 학생이 무참히 사살당한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고등학교 총격 사건이 있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펜실배니아주 뉴펀드랜드의 ‘세계평화 통일 성소’라는 교회는 참석자 모두 총기를 소지하고, 집단 결혼식을 개최하는 이상한 광경을 연출했다.

그러자 그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부근의 초등학교는 휴교조치까지 취했다. 문선명의 통일교 계통인 이 교회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철장’(rod of iron)을 총이라고 해석을 하며 총기 소지를 적극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11월, 텍사스의 시골 동네의 한 침례교회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난 무차별 총격사건이 발생한후, 템파배이 지역의 한 교회는 교회 앞에 커다란 경고판을 세워 놓았다. “경고! 이곳은 총없는 구역이 아니다. 우리는 중무장하고 있다.”(WARNING! This is Not a Gun Free Zone. We Are Heavily Armed.) 

그 교회의 목사나 교인들은 예배나 집회시 총기를 휴대하고 있다. 로드니 브라운 담임목사는 “우리는 교인들이 대량 살상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총기무장’이라는 ‘차악’을 선택하고 있다”라며 총기무장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오래전 텍사스에서 목회하고 있을 때다. 캠블이라는 친한 미국인 친구와 함께 그의 친척이 사는 시골 지역의 한 ‘랜취’(ranch, 대농장)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랜취는 광활한 벌판에 위치해 있었는데 랜취 입구에 “우리는 중무장하고 있다. 무단 침입자는 총격을 받는다”라는 싸인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 랜취의 주인은 우리에게 그가 보유하고 있는 무기들을 보여주었는데 거기에는 여러 정의 권총, 단발소총, 연발 자동소총, 엽총, 기관총 그리고 작은 박격포(구경 61밀리)까지 있었다.

이런 황량한 벌판에서는 언제 무장 강도 같은 적이 처들어올지 모르므로 중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중무장 때문에 강도나 침입자들이 감히 침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기 소유의 긍정적인 면도 있음을 거기서 보기도 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인해 미국인들은 여전히 총기 소유를 좋아한다.

총기 문화는 미국 전통 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해 왔다. 미국이 시작될 때, 사람들을 지켜줄 국가나 정부가 없었다. 유럽에서 건너온 개척민들은 스스로 무장하고 악전고투하며 자기 스스로 안전을 지키면서 개척을 해 나갔기 때문에 총기 무장은 처음부터 필요 불가결한 것이었다. 

특히 독립 전쟁 때 영국군과 싸운 미국측 ‘민병대원’(minutemen)들은 스스로 자기 집에 있던 무기를 들고 나가 싸웠다. 그래서 수정헌법 2조에 총기 소유의 권리가 명시되게 된 것이다.  지금도 만일 당신이 시골 지역을 지나 가다가 어떤 집에 불쑥 들어가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집주인이 총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볼 것이다.

지금 21세기 미국사회는 4백년 전의 개척 시기도 아니고, 민병대가 활동하던 독립전쟁시대도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막강한 군경 및 국가 기관, 조직들이 있다. 그럼에도 개척시대나 독립전쟁시대의 유물인 총기 소유 자유를 계속 견지하는 것은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요즘 마치 유행처럼 무차별 총격사건이 각처에서 계속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관련법 개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총기 규제 반대 및 총기소유 지지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의 플로리다 고교 총격 사건 후, 총기 규제 강화지지 의사를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구매자 신원조회 강화, 연령 상향조정, 정신 질환자의 총기소지 금지 등을 주장하며 의회가 조속히 관련 ‘규제 법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금 시점에서 최소한의 필요한 처방처럼 보인다. CNN 조사에 의하면 국민 중 63%가 트럼프의 강한 총기 규제 제안을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총기 소지 자유는 놔두고, 일부 ‘규제’ 법을 제정한다고 근본 문제가 해결될까? 누구나 자유롭게 총기를 소지하는 한 총기에 의한 살상 사건, 무차별 총격 사건은 계속 일어날 수 있다.

아예 총기 소지 자유 제도를 철폐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헌법을 수정해야 하는데 미국은 헌법 개정 같은 것 쉽게 하지 않는다.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헌법부터 뜯어 고치려 하는데 그것도 문제지만, 100년 200년 전에 제정된 법을 쉽게 고치지 않는 미국도 문제다. 수정 헌법 2조에 명시된 총기소지권에 대하여 이를 다시 수정해야 한다.

그런데 처음 언급한 팬실베니어의 통일교 계통 교회의 집단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서 온, 같은 계통의 교도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들아 ‘한국도 미국같이 총기소지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들었다. 한국에서 지금 젊은 층에서 총기 소지 자유를 많이 원한다고 한다. 사실인지는 몰라도.

과거 해병대 장교 근무시절 특등사수였고, 또 사격선수로 활동했었다. 그래서 총기에 대하여, 특히 총기가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해서 잘 안다.

실탄이 장전된 총에 안전장치를 잠그지 않고 들고 있을 때,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도 격발될 수도 있다. 물론 그 확률은 10만분의 1이지만 말이다. 총기에 대한 사용법, 관리 방법, 안전수칙, 사격술 등을 교육, 훈련받지 않은 자가 총기를 소지하는 것은 어린애에게 총을 맡긴 거나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총기 소지 자유가 허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도 언젠가는 캐나다 같이 총기소지 자유가 없어지게 될 줄 생각한다.

저작권자 © 뉴스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