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트럼프 찬양’에 열광하는 현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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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미국은 그동안 역사적으로 동맹 수준을 넘어 혈맹 관계를 유지해 왔다. 6.25 한국전쟁 당시 미국은 수많은 군 병력을 동원해 우리를 도왔다. 그 후 한국과 미국은 베트남에서 군대를 파병해 공산 월맹에 맞서 싸우는 등 혈맹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한미 간의 동맹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 안보적 동맹을 기본으로 경제 문화 분야까지 긴밀한 협력관계 속에서 견고히 이어져 왔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이 우리나라를 대하는 태도가 심상치 않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왜 미국이 막대한 돈을 들여 부자 나라인 한국을 지켜줘야 하느냐”며 주한 미국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더니 한미FTA와 철강 수입에 대해서도 불공정하다며 우리나라를 연일 걸고넘어지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 카드를 시작으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 적용과 이어서 철강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로 사실상 통상 압력의 수준을 넘는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미국의 한국산 철강 수입 규제 대상에 캐나다와 일본, 호주, 대만 등 다른 우방국들은 빠지고 유독 우리나라만 포함되면서 통상 압박을 넘어 한미동맹에 대한 균열까지 논의되는 시점이다.

이에 대해 보수야당은 미국의 통상압력은 한미동맹의 균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전 세계가 북핵 제재를 위해 대북압박에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당사국인 대한민국이 오히려 친북정책을 취하는 바람에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고, 결국 오늘의 통상 압력은 그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야당의 주장은 맞는 말인 것 같지만 틀린 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이 북한과 가까워지려는 것에 대해 미국의 심기가 편할 리 없겠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이를 구실삼아 자신들의 국익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트럼프 집권 이후 전 세계의 ‘자유무역’ 경제 질서를 거스르면서까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는 국가 간의 동맹관계 조차도 오랜 군사 안보적 신뢰관계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손익을 따지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다루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수야당들이 우리가 북한을 적대시 하고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외교를 했더라면 지금의 통상 압력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트럼프의 백인 우월주의적 보호무역 기조가 바뀔 거라 주장하는 것은 설익은 예단일 뿐이다.

그런데 한국 보수기독교계는 보수야당 보다 한 발짝 더 나가 ‘트럼프 추종’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1절 99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에서 300만 범국민대회를 계획하고 있는 교계 단체들이 얼마 전 준비모임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기울어진 현 상태를 바로잡을 사람은 하나님 빼고는 딱 한 사람 트럼프 대통령 뿐”이라고 ‘트럼프 찬양가’를 부른 것이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99년 전 일어났던 3.1만세운동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어 일제에 의해 꺼져가던 등불 심지에 기름을 부어 활활 태운 ‘민족 자결’의 거센 외침이었다.

그런데 오늘의 3.1절에 친미도 아니고 ‘친트럼프 찬양’에 열광하는 현실을 보며, 이 땅의 기독교가 민족의 역사 앞에 어떤 존재감으로 기록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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