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차민종의 세상사는 이야기 (3)

앞선 글에서 영화 이야기를 했기에 주제를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깜짝 놀랄만한 소리를 들었기에 영화 한편을 또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상영 중인 영화 <흥부>가 그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전래소설 ‘흥부전’이 단순한 교훈을 담은 작품이 아니라 시대와 가족사의 아픔을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이라는 설정을 했다.

영화 속에서 흥부(정우 분)와 놀부(진구 분)는 조선시대 헌종 때 살았던 형제며 사이가 나빴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각별했다.

그들은 어릴 적 홍경래의 난으로 생이별을 해야 했는데 이후 흥부는 천재적인 글 솜씨로 통속소설을 쓰면서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면 형이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흥부는 어느 날 세도가 조항리(정진영 분)가 정치적 목적으로 청탁한 <정감록 외전>을 집필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정감록의 영웅 ‘진인’의 출생을 어떻게 시작할지를 고민하며 중얼거린다.

“진인의 탄생을 어떻게 써야 하나? 무슨 마구간에서 태어났다고 할 수도 없고….” 그때 작가의 조수역할을 했던 선출(천우희 분)이라는 인물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의견을 보탠다.

“마구간요? 서양 어느 나라에는 마구간에서 태어난 분이 계시다던데, 그분은 사람들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가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고 합디다.”

이 말을 들은 흥부는 “예끼! 거짓말 좀 하지마라”라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선출은 곧바로 “사실인데…”라면서 말대꾸를 했다.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며 매우 놀랐다. 예수께서 우리의 죄를 속죄하시려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가 부활하셨다는 복음의 진리를 대놓고 외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백성을 위한 삶을 살다가 죽음의 위기에 처한 지도자를 걱정하는 흥부에게 그 지도자는 “사람은 무릇 쓰임을 받다가 가는 것일 뿐”이라면서 “살고 죽는 것에 연연하지 말라”고 도리어 위로를 한다.

성경의 위인들을 가만히 보면 그분들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성공과는 달랐다. 복을 받아야 할 것 같은 사람이 고난을 당했고, 벌을 받아야 할 것 같은 사람이 성공을 하기도 했다.

이것을 개인이 잘나거나 못나서 복과 고난을 당했다는 시각으로 본다면 해석이 어렵지만, 그들의 삶이 다음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주의해서 본다면 성경의 인물들의 면면이 이해가 된다. 즉 성경의 영웅들은 모두 이런저런 모양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뤄 가는 데 쓰임을 받았던 도구들이었다.

범상치 않은 스토리를 창작해낸 작가는 백미경으로, 최근 많은 인기를 얻었던 텔레비전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과 <품위 있는 그녀>를 집필했다.

조근현 감독은 <형사>(2005, 제 26회 청룡영화상 미술상)등에서 미술을 담당해서 뛰어난 영상미를 보였으며 <26년>(2012), <봄>(2016, 제 13회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을 감독했다.

위트 있는 각본과 아름다운 영상이 눈에 띄는 이 영화를 많이 보고 응원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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