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있기를!” 주제 ‘2018년 부활절맞이’ 일환으로

지난 2015년부터 고난의 현장을 찾아가는 ‘부활절맞이’를 시행하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가 ‘2018년 부활절맞이’를 실시 중이다.

2018년 부활절맞이는 마가복음 15장 12-14절과 요한복음 20장 19-21절에 기초해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주제를 선정하고 주제해설과 ‘사순절에서 부활절까지’ 기도묵상집 출판 해 공급 등으로 진행 되고 있다.

또한 사순절 다섯 주간 동안 고난의 현장을 선정하여 방문함으로 교회가 안은 시대적 과제를 점검할 예정이다.

고난주간과 부활절 예배를 통해서는 고통의 상흔이 새겨진 삶과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고 고통이 희망과 평화의 발걸음으로 나가는데 힘을 보태기 위함이다.

NCCK는 “평화와 새로운 기대감이 싹을 틔울 수 있는 것은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면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평화’를, 어느 때보다 평화가 필요한 곳에 전하는 사순절기를 보내기 위해 회원 교회와 연합기구와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순절에서 부활절까지’ 기도묵상집이 필요한 교회나 단체는 NCCK 교회일치와협력위원회 02-743-4471에 문의하면 된다.

다음은 묵상집 표지 및 사순절 메시지 전문이다.

사순절메시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부활절맞이를 시작하며
“평화가 있기를!”
(요한복음 20장 21절)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계절과 시대의 칼바람에 맞서서 우리는 촛불을 들었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국정농단이었지만 그 바탕에는 오랜 세월 평범한 이들의 삶을 짓누르는 많은 부조리가 있었습니다. 부조리로 인한 해악은 청년실업, 청소년 자살, 아동폭력, 성차별에 의한 혐오와 범죄 등의 수치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올해 부활절맞이는 촛불 이후를 염두에 두고 준비되었습니다.

마가복음 15장은 악을 써가며 예수를 죽이라는 군중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종교지도자들은 예수가 신성모독죄를 지었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은 사랑과 해방을 선언했지만 율법의 엄격함에 길든 군중은 폭력을 선택했고 결국 예수는 죽임 당했습니다. 모순이 가득 찬 세상입니다.

살아남은 제자들에게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거리에는 제자들까지 찾아죽이겠다는 집단적 광기가 가득 찼습니다. 예수님을 버렸다는 죄책감까지 짊어진 제자들은 극에 달한 공포와 절망에 빠졌습니다. 은신처로 숨어든 그들은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스스로를 감금하기에 이릅니다. 바로 그때, 예수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평화가 있기를!” 

한국인들은 불과 백여 년의 짧은 기간에 제국의 패망, 일제 강점, 분단, 전쟁, 독재, 광주학살, 세월호 참사 등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집중적으로, 연속적으로 경험했습니다. 특히 국민을 보호할 국가가 오히려 국민을 버리고 해치는 일이 반복되었고, 그로 인한 고통의 상흔이 우리 삶에 깊게 남았습니다.

이에 더하여 각자도생과 승자독식을 원리로 하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공동체의 파괴는 일상을 ‘서바이벌 게임’하듯 살아가게 했습니다. 강자는 약자를 멸시하고, 약자는 서로를 불신합니다. 불평등과 혐오, 폭력과 환경 파괴, 그리고 전쟁의 위기는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위협합니다. 이러한 때, 더 이상 살 수 없어서 우리는 촛불을 들었습니다. 모여든 촛불은 거대한 은하수처럼 반짝이며 말합니다. “평화가 있기를!”

“평화”는 인사이자 선언입니다. 목표이며 희망입니다. 제자들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은 즉시 제자들을 세상으로 내보내십니다. 아직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가서 사랑을, 해방을, 살림을 위해 행동하는 책임 있는 그리스도인이 될 것을 요구하십니다.

촛불 이후 그리스도인의 책임은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공동체의 회복, 적폐 청산, 각종 제도의 개선, 물신 지배 구조의 극복, 한반도의 대결 종식 등이 그것이며, 교회 내적으로는 목회직 세습과 혐오의 조장 등을 스스로 끊어내고 지역과 사회에 공헌하는 공동체로서 교회를 재정립하는 일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사순절 기간에 고난의 현장을 찾아갑니다. 특별히 제주4.3사건, 한국전쟁 중 노근리 양민학살, 광주5.18, 그리고 세월호 참사 등 많은 희생자가 있음에도 화해나 치유를 위한 적극적인 사회적 노력이나 대처가 없었던 곳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화해와 평화”를 노래할 것입니다. 그리고 차근차근히 우리를 그토록 옭아매고 괴롭히는 이유를 찾아 하나씩 이겨나갈 것입니다. 이런 작은 노력이 쌓인다면 예수님께서 죽음조차 마다치 않고 가꾸신 꿈을, 촛불이 간절히 바라는 세상을 우리는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시작하는 사순절이 그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8년 2월 1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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