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차민종의 세상사는 이야기 (1)

▲ 사진은 '내 딸의 남자들' 제작발표회 모습

모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내 딸의 남자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연예인인 아버지들이 방송에 나와서 자신의 딸이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내용이었다.

프로그램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서 연예인 하나로 모자라 아들딸을 출연시키다가, 엄마 아빠 형제 자매가 화면에 비치고, 이제는 자녀들이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설정이니, 참 연예인은 피곤하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 개그맨의 딸이 데이트를 하는 모습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출연자의 귀여운 용모도 마음에 들었지만 남자친구가 얼마나 자상한지, 정말 감탄하면서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데이트에서 보았던 인상적인 한 장면이 오랫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날도 남자친구가 준비한 환상적인 이벤트를 함께 즐긴 뒤 휴식을 위해서 조용한 벤치에 앉았다. 남자친구는 준비한 선물과 편지를 여자에게 전했다.

선물을 풀어 본 뒤, 이어서 정성껏 쓴 손 편지를 읽은 그 연예인의 딸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녀는 사랑스런 눈으로 남자친구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살면서 ‘힘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 나는 10년 동안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했는데 그때 너무 외롭고 힘들었어. 사람들은 나에게 ‘힘내라’면서 격려했어.

그러나 나는 그 ‘힘내라’는 말이 사실 힘이 되지 않았어. 오히려 부담스러웠고 나중에는 ‘다들 힘들어. 너만 힘든 거 아니니까 힘들다는 말 하지 말아’처럼 들렸어.

그런데 너는 지금까지 나에게 한번도 ‘힘내라’고 말하지 않았어. 그 대신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어.”

이 고백을 듣고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반성했다. 아무래도 나는 다른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을 더 많이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정작 힘이 되어준 바는 적었던 것 같아서였다.

성도들에게 힘내라는 식의 메시지를 많이 전했지만, 정작 힘이 되는 길을 제시하는 데는 수없이 실패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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