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밝히기는커녕 질서위원회 통해 의혹 청원자 조사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 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이르는 말” (네이버 한자사전)

“특검법: 고위공직자들이 연루된 사건이나 기타 검찰의 수사가 적절치 않다고 여겨지는 사건에 수사권의 범위를 한정하여, 특별검사라는 독립한 기관에 의하여 수사를 하게 하는 제도” (매일경제용어사전)

▲ 총무협의회가 상정한 '대표회장 관련 의혹 조사' 건을 다룬 지난달 20일의 한기총 임원회 모습

한기총이 대표회장의 적반하장격 처신으로 시끄럽다 못해 많은 회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자신과 관련 떠도는 의혹에 대해서 조사위원회를 구성, 진상을 규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질서위원회를 통해 조사위원회 구성 청원자를 조사케 한 것이다.

한기총총무협의회(회장 김경만 목사)는 지난달 20일 대표회장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서 공개 질의하는 한편,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처리위원회 설치안을 임원회에 상정했다. (관련기사 보기)

총무협의회가 특별조사처리위원회 구성을 통한 진상규명을 요청한 것은, 대표회장과 관련된 의혹이기에 객관적 사실 규명을 위해서는 이른바 ‘특검(특별검찰)’과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기총 임원회는 다음날(21일) 열린 정기 임원회에서 격론 끝에 조사처리위원회 구성 건을 대표회장에게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대표회장은 특별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해 자신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는 대신, 기존의 조직인 질서위원회를 통해 해당 청원을 한 총무협의회 회장을 불러 청원을 하게 된 진상을 조사케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기총 회원들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어, 정기총회를 한 달여 앞둔 한기총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 실행위원은 “대표회장은 자신에 대해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떳떳하다면 먼저 기자회견이든 입장 발표 등을 통해 자신의 무고함을 천명한 후,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동 위원회에 철저한 조사를 당부하는 것이 맞다”면서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라는 기존의 조직이 있음에도 대통령 관련사건 같은 경우 특검을 통해 조사케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객관적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 아니냐”면서 “대표회장이 기존의, 그것도 자신이 임명한 사람들로 구성된 질서위원회를 통해서 자신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조사케 하는 것은 전혀 상식적이 못해 오히려 문제를 키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한 실행위원은 “‘의혹’이 제기되면 제기된 의혹에 대한 사실여부를 조사해 밝히는 게 순서지,  의혹을 제기한 것도 아니고 떠도는 의혹이 있기에 조사해달라고 하는 사람을 질서위원회에서 불러다가 조사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핵심은 ‘떠도는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또 다른 한 회원은 “△대표회장이 대통령에게 이석기, 한상균 같은 이들의 특사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이에 ‘이러한 처신은 한기총 정체성과 맞지 않다’며 분노하는 회원들이 많은 상황에서 여기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건은 대표회장이 자신의 입장과 그렇게 발어한 배경에 대해서 설명하면 되고 △돈과 관련된 건은 본인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인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해 조사 결과를 발표케 하면 될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렇게 하는 대신 이 회원은 “오히려 ‘대표회장을 흔든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게 하고,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단체 책임자를 질서위원회로 하여금 불러 조사케 함으로써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처신”이라면서 “이는 많은 회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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