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노충헌의 '문화' '책' 이야기 (14)

앞서 ‘성탄트리의 유래’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내친김에 성탄과 관련된 다른 것들의 유래에 대해서도 전해드리려 합니다.

성탄캐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오스트리아 작은 마을에 있는 성 니콜라이교회에서 성탄 예배를 준비하던 찬양대원들은 갑자기 고장난 오르간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수리를 시도했지만 좀체 고칠 수가 없었습니다. 예배 시각은 점점 다가왔고 대원들의 걱정이 쌓여갈 때 오르가니스트 구르버가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간단한 캐롤만 있다면! 그러면 우리는 거룩한 이 밤에 오르간 없이 찬양할 수 있을지 몰라요!” 이 말을 듣고 모어 목사가 급히 시를 적었고 구르버가 곡을 붙였습니다.

전 세계가 가장 사랑하는 성탄캐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이처럼 부족한 환경 가운데도 찬양하기를 기뻐했던 사람들에 의해서 탄생했습니다.

성탄양말

먼 옛날 가난한 집 아이들은 양말을 오직 한 켤레 밖에 가질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저녁이면 신던 양말을 빨아서 밤새 마를 수 있도록 창문이나 벽난로, 또는 출입문에 걸어두었습니다.

부모들은 성탄절 전날 아이들이 깊이 잠든 밤에 깨어 미리 준비한 선물을 양말 속에 넣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의 양말은 매우 작았기에 처음에는 오렌지나 사과 등의 과일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아침에 잠이 깬 아이들이 매우 기뻐했을 것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크리스마스 휴전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14년 벨기에 서부 이프레 전선에서는 영국군과 독일군이 총격전을 벌이면서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성탄 이브 싸움이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을 때 독일군 진영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찬송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영국군들도 이에 화답해서 ‘참 반가운 신도여’를 합창했습니다. 성탄 찬송이 오가다가 급기야 양국 군인들은 총을 내려놓고 중립지대에서 만나 생필품을 나누고 사진을 찍었고 심지어는 축구경기까지 벌였습니다.

참혹한 전쟁의 와중이었지만 만 하룻동안 일어났던 이 기적같은 이야기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왕길지 선교사의 성탄

“선교부 뜰은 태극기, 영국기, 초롱(등불) 그리고 푸른 사철나무 잎으로 장식되었다. 교회 건물은 성탄아침 모인 사람들을 받아들이기에 무척 좁았다. 몇몇 아이들과 처녀들은 색동옷을, 젊은 남자들은 자주색 비단 두루마기를, 노인들은 흰 비단옷을 입었다. 모두가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교회로 나왔다. 예배 후에는 열심히 주일학교에 출석한 소년 소녀들에게 신약성경과 석필을 주어 격려했다. 여성들에게는 땅콩, 일본사탕, 일본과자 두 개, 오렌지가 들어있는 선물봉지를 주었다. 저녁에는 초롱불빛 아래 모여서 함께 놀이를 했다.”

이상은 왕길지 선교사가 기록한 1900년 부산 한 교회의 성탄절 모습입니다. 온 마을이 함께 즐거워했을 당시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저작권자 © 뉴스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