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노충헌의 '문화' '책' 이야기 (12)

북한의 핵실험, 미국의 대북제재, 중국특사의 김정일 면담 불발, 북한 병사의 JSA를 통한 귀순 등으로 지금 남북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내년 2월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한국과 미국은 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했고, 북한도 최근 2개월여 동안 도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들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 바라보면서 현재의 상황은 좋지 않은 것 같아도 분명 문재인 정부 하에서 대북관계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현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기조를 계승하고 있으며 국제관계란 변수가 마련되면 언제든지 급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신호탄을 내년 11월 18일 전후로 조심스럽게 전망해봅니다. 바로 그날이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지 20년이 되기 때문입니다.

30대 이상이면 1998년 6월과 10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두 차례에 걸쳐서 1001마리의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모습을 기억할 것입니다.

17세 때 고향 강원도 통천군 아산리에서 부친의 소 판돈 70원을 몰래 들고 가출했던 그는 소떼를 몰고 북으로 가면서 “한 마리의 소가 1000마리의 소가 돼 그 빚을 갚으러 꿈에 그리던 고향산천을 찾아간다”고 감회를 밝힌 바 있었습니다.

정 명예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그해 11월 18일 금강산 관광선인 ‘금강호’가 출항했으며, 금강호를 탄 민간인들이 금강산에 감격의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민간인 관광객들은 당시 금강산관광지역 내에 숙박시설이 없었기에 유람선을 타고 금강산 앞바다에 위치한 장전항까지 가서 낮에는 소형선박으로 육지로 이동하여 관광을 했고 밤에는 유람선으로 돌아와서 숙박을 했습니다.

2003년 9월부터는 육로 관광의 길이 열렸고 2005년 6월에만 금강산 관광객은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2007년 5월에는 내금강관광을 시작했고 2008년 3월에는 승용차 관광도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2008년 7월 11일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을 중단했습니다.
금강산관광이 진행되면서 금강산 빌리지 영내에는 금강산교회가 세워졌습니다. 예배당은 100석 규모의 좌석을 구비했고 주일예배와 수요예배를 드렸습니다.

금강산교회가 있었기에 2001년에는 북한 땅에서 ‘금강산 땅밟기 기도회’와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부흥회가 진행되기도 했고 ‘남북교회 금강산 기도회 및 성가제’가 개최됐습니다.

감리교 목회자들은 방북해서 평화기원예배를 드렸고 온정리 마을에 연탄난로 125대를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했습니다. 통일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사실 금강산교회가 위치한 온정리 인근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가 제20회 총회를 개최했던 금강산기독교수양관이 있었습니다.

총회는 1931년 금강산기독교수양관을 지었고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영성수련의 장소로 사용했습니다. 금강산기독교수양관은 일제의 횡포로 완공 10년이 채 되지 않은 1941년에 철거당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북한에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에서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알다가도 모를 것이 남북관계입니다. 저는 남북통일의 소망을 담아서 내년에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오랫동안 통일을 위해 기도해왔고 많은 준비를 한 한국교회가. 하나님이 문을 여실 때 그동안 준비했던 바를 가지고 즉각 응답하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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