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새노래 ‘사임’, 저녁에 명성 ‘세습’… “총회ㆍ사회 재판쯤이야”

▲ 김삼환 목사가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안수하고 있다.

장시간 세습을 계획해 온 세계최대장로교회인 명성교회가 세습 마무리만큼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뤄냈다. 12일 주일 저녁 급작스레 ‘김삼환-김하나 세습식’을 거행한 것이다.

명성교회의 번갯불 세습 작전은 지난 10일 최종 확정된 듯 보인다. 김하나 목사가 느닷없이 10일 새노래명성교회 구역장 모임에서 ‘이번 주일(12일) 사의한다’고 말한 것이나, 명성교회 핵심층이 10일 김삼환-김하나 목사 이ㆍ취임식을 12일 저녁예배 시간에 갖기로 한 것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 명성교회 교인들은 주보를 보고서야 저녁예배 시간에 취임식이 있는 것을 알았다.)

김하나 목사는 오전 예배 시간에 담임 목사 사임예배를 드리고, 저녁 예배 시간에 새로운 담임 목사 취임예배를 드린 한국교회사 최초의 목사가 됐다.

강남의 모 장로교회가 많은 이들의 질타 속에서 교회 건축을 완공한 후 ‘하나님이 하셨다’고 해 빈축을 받은 것처럼, 세습이 마무리되는 자리에는 ‘하나님의 이름’이 담임 목사직을 주고받는 두 부자의 입에서 거론됐다.

김삼환 목사는 인사말에서 “많은 기도, 많은 눈물이 이 자리를 만들었다”면서 “김하나 목사도 많이 힘든 길을 주님께서 십자가 지워 주셨는데, 여러분과 함께 주님이 감당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시지 않겠나 확실히 믿고 있다”고 말했다.

김삼환 목사는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자신이 착용했던 가운을 입혀주고는 안수하며 “께서 세우셨으니 하나님의 종으로 든든하게 반석위에 세워주시고 성령 충만하게 하시고, 나라와 민족을 구원하며 생명을 바쳐 양떼를 사랑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김하나 목사도 인사말에서 “사랑하는 원로 당회장 아버지 목사님, 우리 사랑하는 목사님께서 눈물로 무릎으로 수많은 세월을 보냈다. 우리 장로님들이 권사님들이 ‘여러분들이 그렇게 세운 교회’”라면서 “하나님이 아름답게 이어가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하나 목사는 또 “우리가 몇 십만이 모여도 하나님이 함께하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요, 우리가 단 한 명만 남을지라도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가장 아름다운 교회인 줄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에는 문제의 서울동남노회 노회장인 최관섭 목사가 사회를 보고, 박보범 목사(마천세계로교회 원로)가 기도했으며, 서울동남노회 직전 노회장인 고대근 목사(축복교회)가 성경봉독을 하고, 김창인 원로목사(광성교회)가 설교했다.

고훈 목사(안산제일교회 원로)는 축시를 했으며 예장통합 증경총회장인 안영로 목사(광주서남교회 원로)는 권면을,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원로)와 장종현 목사(백석대 총장)는 축사를 했으며 예장통합 증경총회장인 림인식 목사(노량진교회 원로)로 모든 순서가 끝났다.

한편, 김삼환 목사의 기도가 끝나고 김하나 목사가 교인들 앞에서 서약을 하기 위해 앞으로 나왔을 때 작은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교인이 일어나 “우리는 교회 사유화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교회 사유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외치자 예배위원 십여 명이 그를 밖으로 끌어냈고. 몇 분 뒤 다른 층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 인터넷신문 기자와 방송국 카메라 기자가 명성교회 관계자들로부터 폭행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교회 밖에서는 부자세습반대를 외치는 교회세습반대연대 등 개혁단체들이 시위를 계속해 나갔다.

명성교회의 이날 세습 완결 소식을 접한 서울동남노회정상화추진위원회 한 관계자는 “세습 청빙 결의 무효를 놓고 총회 재판과 사회 재판이 제기된 상황에서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세습을 강해하는 저들의 눈에는 노회도, 총회도 안중에 없음이 틀림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총회 재판을 빨리 열어 서울동남노회의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함은 물론, 세습을 금하고 있는 교단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 적합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어람 양희송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장로교 통합교단이 살려면 명성교회 퇴출하고, 목사직 면직시키시오. 버젓이 법 만들어 놓았는데 대놓고 그걸 어기는데 이런 제재도 못하면 교단이 뭘 할 수 있겠소?”라며 예장통합 총회의 바른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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