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노충헌의 '문화' '책' 이야기 (10)

10월은 독서의 계절일 뿐만 아니라 노회의 계절입니다. 국내 기독교 각 교단에서는 지금 가을노회가 한창 열리고 있습니다.

봄노회의 하이라이트가 총대선출에 있다면, 가을노회의 꽃은 목사안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간 하남에서 열렸던 한 노회에 참석했습니다. 목사안수 및 강도사 인허식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노회 내부에 분쟁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노회가 열리는 순간까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서 한편은 예배당을 차지한 채 회의를 진행했고, 다른 편은 예배당 밖에 있는 10평 남짓한 콘테이너박스 교육관에서 회무를 처리했습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 경찰까지 출동해 있었습니다. 긴장감이 감돌았고 자칫 목사 안수 및 강도사 인허식이 무산될 수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양측이 상대편의 회의진행을 더 이상 방해하지 않았고 예정된 시각에 ‘목사 안수식’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콘테이너박스에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앉으니 옹색해 보였습니다. 가장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안수식 예배인데 사람들이 부대껴 앉아 있고 들어오지 못한 하객들이 밖에서 기다리는 안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안수식 예배 순서를 맡은 목사님들은 한결같이 "죄송하다"고 서두에 한마디씩 하면서 식을 진행했습니다. 강도사 인허를 위한 서약과 증서 수여가 먼저 있었고 드디어 목사안수 순서가 되었습니다.

순서를 맡은 목사님들의 설교와 기도, 그리고 축사 등 모든 말씀은 순수했고 따뜻했습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까마득한 후배 목사에게 덕담을 건네는 선배로서의 애정이 듬뿍 묻어있었습니다.

권면사는 신임 목사님의 교회 담임이 하셨습니다. 이 어르신은 "이제부터 언제 어디서든 어떤 형편에 있든지 그대가 목사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서 목사님은 자신을 따라 하라고 부탁했습니다. 목사님은 먼저 "나는 목사다. 나는 목사라는 의식을 늘 지니고... 살겠다"라고 선창하셨습니다. 새내기 목사가 힘차게 따라했습니다.

권면자 선배 목사님이 다시 말씀했습니다 "자, 김 목사님! 한번 더 따라 해주십시오. 나는 목사다...나는 목사라는 의식을 늘 지니고... 살겠다".

순간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신임 목사는 무슨 생각 중인지 복창을 하지 않았습니다. 목회의 대선배들이 주목하고 있는데 결례를 범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단상을 향해 서 있었기에 청중들은 신임목사의 등을 바라볼 뿐 영문을 모른채 옆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잠시 후 "나는...  목...사...다..."라고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젊은 목사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 따라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그의 음성은 적어졌고 떨렸습니다. 여전히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그의 소리에는 분명 두려움과 감격의 눈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장내는 이내 숙연해졌고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마저 들렸습니다. 저도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순간 목사만 자신이 목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평신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는 그리스도인이다"라는 자긍심과 자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저의 친구들은 제가 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로 좋지 않은 일들로부터 저를 보호해주었습니다. 동네 분들도 교회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요사이 교회 다니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하는 소리를 종종 듣습니다. 비록 부모가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해도 부모를 부끄러워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교회의 모습이 잘못에 물들었다고해서 그리스도인이라는 자의식까지 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목사 안수식에서 받았던 감동을 기억하면서 당분간 "나는 그리스도인이다"라는 생각을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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