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진섭 교수가 개인 큐티노트를 펼쳐 보이고 있다. ⓒ<교회와신앙>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에서 바울서신을 가르치고 있는 이진섭 교수는 “한국 개신교에서 큐티 운동이 일어난 것은 은혜이고, 축복이다. 하지만, 큐티 운동이 성경 묵상에 이르는 다른 길을 막고 신앙을 개인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큐티에 열심인 사람들이 담임목사와 갈등을 빚거나 설교자가 큐티하는 사람들을 폄하하기도 한다. 사실 큐티와 설교는 함께 가야 한다.”라고 말한다.

전작인 <빌립보서>에 이은 또 다른 책 <성경사용설명서>가 새물결플러스에서 출간됐다. 9월 15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시 소재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총장 이철)에서 이진섭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성경·삶·사역연구소 소장)를 만나 책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부제가 ‘성경묵상, 성경공부, 설교를 위한 종합 매뉴얼’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책 제목을 <성경사용설명서>라고 하신 데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서문에도 밝혔지만 1990년 중반부터 20년 정도 기획된 책이다. 2000년에 처음 쓰기 시작했고,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 ‘성경묵상’이기 때문에 ‘성경묵상의 이론과 실제’라고 하려고 했다. 기존에는 성경묵상을 큐티로만 이해하고 있고 그런 제목으로 내면 사람들이 “아, 이거는 큐티 책이구나!”라고 오해를 할 것 같았다. 성경을 묵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묵상하면 큐티나 PBS가 될 수 있고, 리더가 이끌어주면서 공동체와 같이하면 강의나 설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묵상하면 큐티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는 ‘성경 묵상과 성경 해석’으로 바꾸려 했다. 성경 묵상하는 것(큐티나 설교)이 해석학을 거쳐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책의 1/2을 쓸 때쯤 ‘성경을 사용하는 전체지도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목을 ‘성경사용설명서’라 정하고 부제로 '성경묵상과 성경해석'이라고 하여 성경묵상의 개념을 새롭게 하며 성경해석학의 문제도 설명해보려 했다. 쉽게 쓰려고 노력은 했지만 막상 제목처럼 내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전체구조를 총 3부에 걸쳐 열 개의 챕터로 구성하셨는데요?

목회현장에서 적절한 방식을 고려해 큐티, 성경공부모임, 설교 등을 할 수 있도록 성경적, 신학적, 이론적, 실제적 관점에서 자세히 설명해 보려 했다. 1부 ‘성경을 왜, 어떻게 읽어야 하나?’에서는 성경묵상의 정의와 방법 등을 신학적으로 접근하며 성경 묵상의 의의를 다뤘다. 2부 ‘성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에서는 해석학적 틀을 소개하고 해석과 적용의 문제를 여러 측면에서 접근해보았다. 3부 ‘성경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에서는 성경 묵상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며 어떻게 성도의 삶과 교회의 목회에 활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맺음말에서는 앞선 모든 설명과 제안을 정리했고, 독자들이 궁금해 할만한 각종 의문점과 까다로운 주제들은 ‘질문과 답’(Q&A)을 통해 간략하게 답변을 했다.

성경묵상을 큐티와 묵상, 명상과 차이를 두셨는데요?

성경 묵상은 성경말씀을 주의 깊게 생각하고 곱씹어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그에 합당하게 반응하면서 하나님과 만나는 즐거운 행위다. 성경 묵상은 범신록적 명상(瞑想)이 아니고, 성경묵상과 단순한 묵상은 동일한 개념이라고 보기 힘들다.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묵상’이라는 용어는 영성의 고양(高揚)이 중요하지만 ‘성경묵상’은 성경으로 하나님을 만나 교제하는 것이 목표다.

어느 때부턴가 큐티를 성경묵상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생겼다. 큐티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역현상 중에 하나가 “설교에는 들을 것이 없고 큐티에서는 얻을 것이 많다”는 식으로 설교를 경시하는 경향이다. 큐티를 너무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고, 성경 묵상을 큐티로 축소시켜 점차 개인주의화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자신의 해석과 적용을 절대화하는 오류도 생길 수 있다.

성경을 묵상하는 방법을 6가지로 제시하셨는데요?

아이디어는 故 윤종하 장로님(성서유니온 총무 및 에스라성경연구원 초대원장 역임)께서 LTC(Leadership Tranning Course)때 성경공부 방법의 예로 들었던 것을 변형 확대시켰다. 크게는 성경 묵상의 강조점을 “해석중심”과 “적용중심”으로 나누어 보았다. 해석에 중심을 둔 개인 성경공부, 소그룹 성경공부, 리더의 성경강의와 적용에 중심을 둔 개인 큐티, 소그룹 큐티 나눔, 리더의 설교 등 6가지로 분류(p.306 도표 참고)할 수 있다.마태복음 4장은 예수님의 개인적 성경 묵상, 즉 큐티로 볼 수 있고, 사도행전 4장은 베드로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시편으로 큐티 나눔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울의 설교, 예수님의 산상설교, 에스라가 모인 사람들을 앞에서 말씀을 나눈 것 모두가 성경묵상이다. 큐티, 개인성경공부, 큐티나눔, 그룹성경공부, 설교와 성경 강의, 이 여섯 개의 파이프가 잘 열려 있다면 성경 묵상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고, 하나님과의 교제와 만남도 깊어지며 우리의 삶에 하나님의 통치, 하나님 나라가 실현될 것이다.

성경 묵상의 해석학적 접근(제2부)은 교인들에게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성경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공부를 많이 하신 목사님의 설교는 너무 어렵다.”, “설교를 들을 때 진짜 알고 싶은 부분은 그냥 넘어간다.”고 하신다. 어떤 분에게 성경은 쉽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먼저는 해석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해석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거나 생략하고 곧바로 우리의 현실적인 뜻으로 그냥 적용해 버리면, 마치 키없는 배나 핸들이 망가진 자동차와 같이 위험하게 된다.

학자들에 따라서 해석과 주해, 석의라는 표현을 쓰는 방식이 다르다. 내 책에서 ‘석의’는 보통 말하는 ‘주해’나 ‘해석’과 유사한 의미로 보면 된다.

성경의 올바른 석의(釋義)을 위해 성경 본문의 글의 모습(co-text)과 본문의 상황(context)은 적절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성경 본문 중시, 인간 저자 고려, 역사적 배경과 상황을 파악하며 온전한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

자동차 운전처럼 이론시험과 주행시험에 합격한 후 실제 도로에서 안전하게 잘 다닐 수 있는 상태까지 운전에 익숙해지면 주행 중 차선 변경도 쉬워지고, 주차가 어렵지 않게 되는 것처럼 성경을 해석하는 일도 필요한 방법을 배우고 익혀서 숙달 될 때까지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책의 302페이지에는 성경본문의 원래의 역사적 의미, 온전한 의미, 현재에 적용된 뜻과 나와 우리의 반응, 나와 우리의 삶과 상황, 나를 향한 중심 메시지를 기록할 수 있도록 ‘나의 큐티 노트’를 도표로 넣었다. 또한 20여 년간의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에서 강의와 세미나를 통해 가르쳐 왔던 것들을 중심으로 그룹성경공부에 필요한 교안과 인도 방법, 큐티 나눔 방법(8장), 리더가 청중을 묵상으로 이끄는 성경 강의와 설교(9장)도 자세히 제시해 보았다.

해석 이후 적용 점을 찾을 수 없는 본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한 문장, 한 단어를 꼭 일대일로 적용시키자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한 문단이라든지, 스토리나 내용이 있는 것은 하나님과 인간 저자가 독자에게 뭔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다. 빌레몬서는 바울이 빌레몬에게 도망쳐 나온 그의 종 오네시모를 사랑으로 용서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을 부부싸움이나 용서할 수 없는 상황에 적용시킬 수 있다. 적용을 위해 작위적인 적용점을 찾는 것은 위험하지만, 성경을 오늘 나와 관련 있는 것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 해석에 따른 적용점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이후의 계획들은?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이후 저술의 “플랫폼”(platform) 역할을 감당하기를 기대한다.전체 지도를 요약해서 그렸으니 그다음은 세부 지도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기반으로 성경을 읽는 패러다임을 밝히는 책과 성경 해석을 실제적이고 실천적으로 돕는 책을 써나가고 싶다. 이런 저술 활동은 성경 각 권의 주석서와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또 다른 책들을 염두에 두려고 한다.

이진섭 교수는 서울대학교(B. Sc)에서 공학을, 영국 Redcliffe College와 London Bible College(B. A., Honours)를 거쳐 London School of Theology에서 ‘로마서의 믿음과 율법’을 주제로 박사학위(Ph. D)를 받았다. 국제장로교(IPC, International Presbyterian Church)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에스라성경연구원 설립 기획자로 참여했으며(1993-1997) 그곳에서 성경을 가르치고(1999-2002), 에스라성경연구원을 전신으로 개교한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교수(2003-현재)로 재직하고 있다.

성경·삶·사역연구소(www.BibleMinistry.kr) ‘온라인 성경강좌’를 운영하며, ‘성경사역연합’과 ‘성사모(’성경을 사랑하고 성경적 삶을 꿈꾸며 이루어가는 성도 모임)의 대표로 연구모임을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인의 계획 어떻게 세울 것인가?>(경륜), <데살로니가전후서>(BMC주석, 홍림), <바른 해석을 돕는 깊은 주석: 빌립보서>(문맥주석, 홍림)와 여러 저서와 역서가 있다. 소논문과 각종 자료는 연구소 홈페이지의 ‘연구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 

[본지 제휴 <교회와신앙 > 제공] 원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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