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노충헌의 '문화' '책' 이야기 (7)

“학력, 재력이 으뜸이었던 시대는 가고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가 왔다. TV 속 예쁘장한 여자 연예인만큼, 잘 생긴 남자가 사랑 받는 시대가 왔다.”   

국내 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대세남>의 홈페이지에 실린 홍보문구입니다. 외모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자들을 성형수술과 체중감량을 통해 ‘훈남’으로 거듭나게 합니다.

보기 흉한 모습으로 인해 비웃음과 따돌림을 당했던 신청자들이 멋진 스타일로 변모한 것을 보면 ‘저 이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방송사는 이 프로그램을 ‘Re-born Project'(남자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프로젝트)라고도 선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외모에 관심을 갖는 남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는 9월 2일, 지난해 국내 남성 스킨케어 시장은 1조1000억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라고 발표했습니다. 대표적인 생필품으로 꼽히는 국내 라면시장이 2조원 가량인데 그 절반을 차지할 정도이니 어마어마한 액수입니다.

국내 최대 뷰티카페 ‘파우더룸’의 회원은 2017년 6월 현재 178만여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남성회원이 33만6000여명으로 18.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5명 중 1명이 남자인 셈입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화장품 매장인 올리브영은 남성화장품 카데고리를 운영 중인데 3개년 매출 신장률이 연 40%대 였습니다.

예전에 남자들은 기껏해야 보습을 위한 스킨이나 로션을 사용했거나 심지어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습니다. 이제 웬만한 남자들은 기초 화장품 세트를 활용하거나 비비크림을 바르고 있습니다.

피지와 모공 관리에 신경을 쓰고 피부톤과 미백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팔 다리에 난 털이나 수염 등을 왁싱하고 이마라인을 정리합니다. 네일아트에 가서 손톱 주변의 굳은살을 제거하기도 합니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개그맨 출신 김기수 씨나 원딘 같은 남자들이 뷰티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영상을 올려놓았습니다. 메이크업 방법을 가르쳐 주거나 화장품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남녀를 상대로 미용상담을 하고 제품을 소개하는 남성뷰티컨설턴트라는 직업도 생겼습니다.

의사들이나 상담학자들은 남성 화장과 성형의 증가에 대해 “외모가 경쟁력이 된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합니다. “경제위기와 극심한 취업난 등 과잉 경쟁 시대에 외모도 경쟁력이자 스펙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화장하는 남자를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 매력적인 이성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남성의 이미지는 생존력이 되었고, 매력적인 스타일은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교회에서도 남성이 화장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화행사 때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에 출연하기 위해 그리했고 부흥사들은 흰색 양복에 흰 구두를 멋지게 차려 입고 살짝 화장을 하고 단상에 올랐습니다.

최근들어 화장을 하는 교회 내 남자들이 더 늘어났는데 교계 언론의 발전 때문입니다. 목사님 장로님 교수님들이 방송에 출연을 할 경우, 100% 화장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매년 9월이 다가오면 목사님 장로님들이 유난히 외모에 많은 투자를 하십니다. 각 교단 총회 임원이나 총무, 상비부장에 출마하신 분들이 곱게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매만지고 스튜디오에 가서 사진을 찍어서 홍보전단을 만듭니다.

교단 총회 첫째날 선거가 진행될 때 우리는 입장하는 총대들에게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악수를 청하실, 화장하신 목사님 장로님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화장하는 남자는 이 시대의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화장하는 것을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다음 글 하나쯤 읊조려 본다면 멋지다고 말해주지 않을까요?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뒤쪽이 진실이다!”.
-미셸 푸르니에,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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