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CEO 신호정, 김정현, 전찬경 대표를 만나다

신학교 1학년 들어갈 땐,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하다가, 4학년 말, 신대원에 들어가면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골라 골라 가오리다”로 바뀐다는 말이 있다.

한해 신학교에서 배출되는 졸업자의 상당수는 사실 사역할 교회가 없다. 게다가 집주고, 차주고, 시스템화 되어 부서 세팅까지 다 돼있는 소위 ‘미래가 보장된 대형교회’ 부교역자 자리는 대기업 입사 경쟁률만큼 치열하다.

그런 통념을 깨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색다르게 살아가는 신학생 CEO 신호정 대표(캐시미어 전문점 ‘스파게티’), 김정현 대표(디자인회사 ‘밸류메이커스’), 전찬경 대표(교육·상담 컨텐츠 ‘로이포스’)를 10일 한국성서대학교(총장 강우정) 교정에서 만났다.

이들은 한국성서대학교 2013학번 신학부 성서학과 편입 동기이자 신학대학원에 재학 또는 휴학 중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신호정: 캐시미어 전문점 ‘스파게티’(02-2234-5933/ 010-7102-7149)를 운영하고 있는 신호정입니다. 늦은 나이인 43세에 성서대에 편입해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M.Div) 과정 5학차를 마쳤어요.

저희 가게는 동대문 최초로 수입 의류품을 취급해 왔습니다. 명품으로 알려진 브랜드들의 모작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일찍 결혼한 탓에 25세 된 딸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매장에서 저를 여러모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 신호정 대표(캐시미어 전문점 스파게티)한국성서대학교 신학대학원 M.Div 5학차

김정현: 디자인으로 최고의 가치를 만드는 ‘밸류메이커스’(http://www.valuemakers.co.kr/ 031-544-3556/ 010-4707-4833 )의 31살 김정현 입니다.

저는 안양대 신대원 M.Div 3학차 휴학 중에 있고요. 신학교를 다니면서 생계를 위해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포천 지역 업체들이 디자이너 채용 공고를 수차례 올리지만 교통의 문제로 지원자가 없고, 높은 월급을 지불하기 어려워 채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회사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 사진 중앙 김정현 대표(디자인회사 ‘밸류메이커스’) 안양대학교 신학대학원 M.Div 3학차 휴학

전찬경: ‘쉽고 재미있는 교회사 여행’ 과 ‘삶과 영혼을 회복시키는 힐링 공간’ 심리상담센터 ‘로이포스’(www.loipos.com, 02-938-1005/ 010-9689-2219, 남은 자들)를 운영하고 있는 32살의 전찬경입니다. 결혼 3년차 신혼이고요, 아내는 기독교상담학 박사과정에, 저는 목회학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많은 선교단체와 교회들이 다음세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도 ‘다음세대’ 맞죠? 어려서부터 저와 함께 교회생활해 온 친구들 가운데서 보자면 그중에서도 정말 하나님 나라를 위해 기도하며 가슴 아파하고, 고민하는 자들이 구별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런 그들이 진짜 ‘다음세대’임과 동시에 하나님께서 남기신 ‘남은 자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남은 자들’로 인해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전찬경 대표(교육·상담 컨텐츠 ‘로이포스’) 한국성서대학교 신학대학원 M.Div 1학차

▲세분 모두 신학생이면서 개인 사업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신호정: 저는 중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중국어를 배우다가 1994년 북경대학 중문과에 입학해 남편과 함께 육아와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이 위암으로 소천하게 되었는데 그 때 제 나이가 25세였죠.

두 돌이 지난 딸아이를 키워야 했기 때문에 밤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동생의 소개로 지금의 가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여사장님이 신임해 주셔서 주야간으로 일을 하게 됐고, 2005년에는 가게를 인수해 지금까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많은 어려움들도 잘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게를 인수하고 난 후, 직원들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사람’이라고 믿고 빚진 마음으로 함께 예배드리고, 어려움을 살피고 함께 기도하며 성경을 읽어가고 있습니다.

김정현: 처음 인터넷을 접하게 된 것 은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방과 후 활동으로 “인터넷 검색”이라는 수업을 듣게 됐는데,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검색을 하면 많은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나모웹에디터’라는 프로그램에 푹 빠져서 매일 ‘홈페이지를 어떻게 만들까?’를 생각을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겠다’ 싶어 직업으로 선택하기엔 미래 전망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다 교회 안에서 포토샵, 일러스트, 엑셀, 파워포인트, 한글 등으로 예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배워고 활용하면서 농어촌지역 교회 봉사활동도 다녔고요. 그러다 이 분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지요.

전찬경: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 교회를 보면서 ‘교회가 썩었다’, ‘이제 교회는 소망이 없다’라며 비판합니다. 정말 교회다운 교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썩을 수 없습니다. ‘교회의 소망’이 없다구요? 죄송하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창조 때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은 역사 속에 개입하셔서 교회 역사를 이끌어 오셨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하나님의 역사를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사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역사이래로 교회가 건강했던 때가 있었을까요? 아뇨, 없었습니다. 바울이 사역할 당시에도 고린도교회를 보면 문제가 있었음을 볼 수 있고, 중세교회의 부정, 부패와 타락은 급기야 면죄부까지 등장해, 루터의 종교개혁이 이뤄질 수 있었지요. 오늘날도 교회는 여러 가지 일들로 병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포기하시지 않으시고 자신이 꿈꾸시는 교회를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고 계십니다. 저는 교회사 속에서 열심히 일하셨던 하나님을 자랑하고 가르치고 싶어서 선교단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신학생 때와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신호정: 신학생이 된 후로 말씀을 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야고보서에는 “형제가 가난하여 먹지 못하는데 그들을 돌보지 않는 것은 말로만 하는 믿음”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행함이 있는 믿음대로 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학생이 되고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물질관인 것 같습니다. 돈 버는 재미보다 더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 돈을 따라가는 삶을 살게 되기도 하지요.

예전엔 너무 어렵게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일단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 정말 폼 나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시선을 두고 어떻게 올바르게 물질을 쓰려고 거듭거듭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맡겨주신 이 기업을 통해 동대문 도매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매장으로 변화되길 원합니다.

▲ 서울시 중구 마장로에 위치한 케시미어 전문점 스파게티

전찬경: 호정이 누나는요. 학기 중에도 학생들에게도 밥을 많이 사주시고요. 저희 동기들이 제일 많은 수혜자일걸요.(웃음) 학생들을 돕기 위한 바자회에도 필요한 물품들과 도서들을 기증해주시고요. 학생들에게 실제적인 도움도 많이 주고 있습니다.(웃음)

저희 로이포스 선교회에서 교회사 교육과 상담을 한다고 하니까 ‘이 둘은 상관없어 보이는데’하시는 분이 있으실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둘은“하나님의 나라를 회복”이라는 점에서는 하나입니다.

역사로 신앙의 뿌리를 단단히 하고 상담으로 이뤄진 내적치유를 통해 건강하고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남은 자들’을 세워 가는 게, 제 비전이고 사명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심리상담센터를 맡아달라고 부탁했고요. 

▲ 경기도 포천시 자작로에 위치한 로이포스

김정현: 로이포스 선교회 홈페이지를 저희 회사에서 만들어 주었지요.(웃음) 저는 ‘신뢰를 얻는 대상’이 달라졌다는 점인 것 같아요. 신학생 때는 저를 통해 보게 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 상대방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 같고요.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서는 회사의 번영을 위해 거래처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려 한다는 점이예요.

저희 회사가 있는 포천에는 동종 업체는 없지만, 의정부에는 몇 군데 업체가 존재합니다. 타 디자인업체는 건 단위 금액으로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지요. 하지만 저희 밸류메이커스는 용역계약서를 작성하고, 월정액의 금액으로 제작하는 수량과 수정의 제한이 없습니다. 디자인 전문 용역과 직원의 개념을 합해 디자인, 마케팅, 쇼핑몰, 브랜드케어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지요.

월 고정액 외 추가금액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밸류메이커스의 장점입니다. 이런 일들을 신뢰를 바탕으로 정직하게 해나가면서 신학생 때 가졌던 마음으로 회사를 운영해 일로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싶습니다.

▲ 경기도 포천시 자작로에 있는 디자인전문 밸류메이커스(www.valuemakers.co.kr)는 직원 두 명과 함께 2016년 6월 1일에 시작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신호정: 이제 한 학기만 하면 신대원을 졸업합니다. 학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도 있고 목회를 할 수도 있고 비즈니스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역할도 할 수 있겠지요.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입니다.

이제껏 저를 인도하신 하나님은 항상 저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이끄셨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러하시리라고 봅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영혼을 구원하는데, 복음을 전하는 데 쓰일 것입니다.

김정현: 포천의 업체 중에는 대부분 제조사들이 많습니다. 자체 브랜드로 인터넷에 판매하고 싶어 하는데, 디자인뿐만 아니라, 쇼핑몰 관리, 블로그 SNS 관리까지 하기를 원하는 업체가 많습니다. 전체적인 관리와 사업성, 업체의 만족성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3D프린터로 제품을 만드는 수준의 사업이지만, 자신만의 장점을 가진 ‘나만의 것’을 만들어 서비스 하는 분야를 발전시켜 제공하고 싶습니다. 아직 구상 과정에 있지만, 제품이 아닌 서비스를 어떤 식으로 제공할지 기대가 됩니다.

전찬경: 아! 그러고 보니 저희는요. 오는 13일(목) 저녁 7시에 김대영 교수님(첫걸음교회 담임, 성서대평생교육원·재건총회신학원 교수)과 떠나는 교회역사여행 ‘종교개혁과 제4차산업혁명: 역사를 통해 배우는 하나님의 섭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순복음다리놓는교회에서 세미나를 갖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교회 역사 순례를 떠날 계획입니다. 성경과 교회사를 통해 듣고 배운 것을 가깝게는 국내, 멀게는 유럽과 이스라엘 등으로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 글과 사진, 영상들을 홈페이지에도 게시하려 합니다.

또한 개인, 가족단위, 또는 각 세대별 힐링 캠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자연을 통한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를 누리며 그 안에서 자유롭게 예배하고, 대화하며 영적인 쉼을 갖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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