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기쁨의교회 김대조 목사 ‘신앙 에세이’ (3)

▲ 김대조 목사

“아버지, 우리도 없는데 어떻게 사람들에게 나누어 줘요?” 가난에 쪼들리던 어린 시절. 그런데도 양식 나눠주기를 좋아하시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 철없던 아우성들이 있었다.

교회가 없는 지역에 교회를 건축하고 봉헌식에 참석차 인도를 방문했다. 뭄바이 공항에 도착한 건 새벽 한 시, 입국 심사를 마치니 벌써 한 시간이 더 지나 있었다.

마중 나온 선교사와 차를 타고 다시 6시간을 달려 새로 세워진 ‘무사교회’가 있는 구자랏이란 곳에 도착했다.

인도에 대한 나의 기억은 십 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랑의 교회에서 법조인을 담당하고 있을 때 인도에서 열린 법조인 선교대회에 참석한 때였다.

도심에서 채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을. 얼기설기 지어진 집에는 온통 “연료로 쓴다.”는 소똥으로 동그랗게 만들어진 것들이 쌓여 있었다. 곳곳에는 소똥 냄새와 소똥을 태우는 연기로 가득했다.

“호텔”이라고 묵었던 숙소 천장에는 도마뱀이 달려 언제라도 내 몸 위로 떨어질 것만 같았던 불안했던 기억들까지. 인도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풍경들이 그대로 마음에 새겨졌다.

밤새 비행기를 타고 새벽을 깨우며 달려간 구자랏 시골 마을.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을 임시 숙소로 들어갔다. 피곤함에 지쳐 샤워라도 할 요량으로 들어간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었다. 숙소의 주인은“티슈는 두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옆에 손을 씻는 세면대가 있었다. 한쪽에 양동이와 손잡이가 짧은 인도식 바가지가 놓여 있었다.‘손으로 뒤를 닦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아, 여기가 인도구나!’하고 인도에 온 것이 실감 났다.

오랜만에 바가지로 물을 끼얹으며 샤워를 했다.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했다. 무더운 여름날이면 펌프로 물을 끌어오려 한 대야 물을 받아 놓고 바가지로 시원하게 물을 끼얹으며 행복해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구자랏 시골 마을 입구 쪽에 지어진 무사교회.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언제든 모일 수 있는 교회가 생겼다’는 게 꿈만 같은 듯. 교회 앞, 임시 천으로 만든 그늘에 찬양하는 성도들의 기쁨과 감사의 찬송 소리. 봉헌식 시작 전부터 깊은 감동이 몰려왔다.

이윽고 테이프 컷팅식을 하고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교회 한쪽 머릿돌에는 주님기쁨의 교회와 성도 몇몇 이름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온 성도들의 얼굴에 번지는 웃음과 함께 찬송하고 말씀을 나누며 “이제 이곳에서 예수의 이름이 희망이 되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축하의 시간, 성도들이 손수 만든 장미꽃을 서로 나누는 모습. 수고한 성도들에 대한 감사와 따뜻한 포옹. 예배 후 나누는 식사는 푸들푸들한 밥에 카레와 이름 모를 반찬 한 가지. 손으로 비벼가며 정담을 나누며 먹는 그들의 순박한 얼굴들은 인도 복음의 희망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나누어야 할 사명이다. 개척 10년 차. 우리 교회는 교회 건물을 가지지 못하고 학교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지만, 인도에 이렇게 복음의 열매, 보이는 교회가 세워짐이 얼마나 감사한지. 하나님의 기쁨이 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교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어린 시절, 원망스럽던 아버지가 보고 싶다. 나눌 것이 콩 한 쪽이라도 나누면 마음이 더 풍성해짐을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아버지 심정이 느껴진다. 온 열방이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들로 충만케 되기를 원하시는 주님의 마음처럼.

저작권자 © 뉴스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