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명 “하나님을 대적하여 승리한 권력은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격앙되는 가운데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회자들이 1일 저녁 6시 덕수궁 대한문앞 광장에서 기도회를 갖고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감리교 교회와사회위원회와 감리교 시국대책위원회 공동 주최로 200여 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기도회는 ‘1부 성찬예식이 있는 시국예배’ 및 ‘2부 청와대 행진’으로 진행됐다.

시국예배에서 설교한 김기석 목사(청파교회)는 지난 촛불집회 시 150만 명이 넘는 이들이 들고 있던 촛불이 일제히 꺼졌던 퍼포먼스를 언급하며 “그 장엄한 광경을 보면서 나는 애굽에 내렸던 아홉 번째 재앙을 떠올렸다”고 고백했다.

김 목사는 이어 권력을 내려놓을 마음이 없었던 ‘바로 왕’과 그에게 내려졌던 열 번 째 ‘장자의 죽음’ 재앙을 언급하며 “하나님을 대적하여 승리한 권력은 없다”며 “당장 눈앞의 현실에 절망하거나 낙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을 전했다.

설교 후에는 이경자 권사(삼양교회)와 김형국 목사(감리교농촌선교회)가 ‘사회의 무관심과 침묵을 회개하는 기도’와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기도’를 각각 드렸다.

김형국 목사는 “국민이 허락한 권력을 사적인 이익과 영달을 추구했던 위정자들, 권력에 야합하며 불의한 일을 일삼은 모든 지도자들, 세상과 타협하여 하나님의 공의와 심판을 외치지 아니한 교회의 잘못들을 용서하여 달라”고 기도했다.

성찬예식과 허원배 목사의(부천 성은교회) 축도로 예배를 마친 기도회 참석자들은 이어 십자가를 앞세우고 덕수궁에서 청와대 앞 200미터 지점에 위치란 청운동 주민센터까지 약 2.5km를 행진했다.

행진 도중에 광화문 감리회본부앞 희망광장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가 불의한 사회와 구조를 향해 예언자적 사명을 더 잘 감당할 것을 다짐하고 또 촉구하는 기도의 시간도 가졌다.

청운동 주민센터에 도착해서는 마침 청운동 주민센터 마당에서 시국예배를 드리던 촛불교회(김경호 목사)의 예배에 함께 참여해  합동으로 기도회를 가졌다.

이어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등의 구호와 ‘국민의 명령이다 즉각 퇴진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한 후, ‘박인환 목사(화정교회)의 축도로 시국기도회 및 행진을 마치고 9시경 해산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국민의 명령이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선을 행하지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창세기 4장 7절)

박근혜 정권의 지난 4년은 국민들에게 악몽이었다. 추락하는 서민 경제, 역사교과서 국정화, 졸속 합의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개성공단 폐쇄로 상징되는 남북관계의 단절, 쉬운 해고와 노동악법 강행으로 죽음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 미래가 없는 청년들, 사드 배치, 최하점에 있는 국가경쟁력의 지표들, 어느 것 하나 낙제점을 면한 것이 없다. 답답하고 속상한 가운데서도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형식과 절차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인지라 어서 5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참았다. 지난 역사에서 피 흘려 가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인내였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짓밟고 국민을 비웃었다.

대통령에게 위임된 주권은 국민의 것이고 결코 양도될 수 없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권력을 사적소유로 만들어 최순실 일가에게 통째로 넘겼다. 이 사태의 폭로가 시작된 지 한참 되었음에도 여전히 매일같이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한 개인이 국정을 휘젓고 고위관리직 인사에 개입하였으며 대통령 측근에 자기 사람을 심어놓고 국가기밀을 제한 없이 들여다보았다. 국정만이 아니라 청와대를 등에 업고 기업들을 상대로 각종 이권 장사를 했으며 기업경영에까지 관여하였다. 피나는 노력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신의 딸을 부정한 방법으로 명문대에 입학시켰다. 이렇게 축재한 최씨 일가의 재산이 수천억, 수조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그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최순실과 박근혜의 관계를 뻔히 알면서도 무리하게 대통령으로 만든 모든 기득권 세력들 역시 이 사태의 공범이다.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박근혜 정권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대통령의 비리가 만천하게 공개되자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모든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제1 당사자인 새누리당마저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인양 대통령 탈당과 윤리위 제소, 분당까지 거론하며 발을 빼려고 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김무성 전 당대표도, 유승민 전 비서도 이구동성으로 ‘몰랐다’고 하니 이들 역시 대한민국 정치에서 철저하게 배제하고 죗값을 물어야 한다.

대기업들 역시 공범이다. 이들은 청와대와 최순실의 위계에 의한 강압으로 돈을 갈취당한 피해자인 것처럼 속이고 있다. 그러나 각 기업은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각종 규제 완화,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채용 완화 등의 선물을 받았다. 삼성의 경우 최순실의 딸 정유라 개인을 위한 지원에 수십억 원을 지불했다는 내용이 속속 사실로 확인되고 있고, 국민연금이 5,900억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가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그 손실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맡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자, 종범이 아닌 주범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박근혜는 검찰조사, 특검조사도 거부하고 자신이 제안한 국회 추천총리도 번복하였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개인의 비리로, 정당한 통치행위로, 순수한 의도로 포장하고 있다. 특히 200만의 분노한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후 발표된 11월 29일 3차 대국민 담화는 끓어오르는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 없이 남의 탓으로 돌리는 모습은 여전하며, 본인의 책임과 결단을 정치권에 떠넘겨 시간을 벌려고 하는 술수를 쓰고 있다. 정말 나쁜 대통령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국민들이 성숙한 시민정신으로 평화적 퇴진을 요구할 때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즉각적인 퇴진이 질서 있는 퇴진이며 조속한 결단만이 박근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애국이다. 또한 이를 조사하고 재판할 위치에 있는 검찰과 사법부 역시 한 점의 의혹이나 성역 없이 철저하게 옳고 그름을 밝히고 판단해야 한다. 정치권도 당리당략으로 얄팍한 꼼수를 부릴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온전히 반영하고자 노력하라!

우리 감리교인들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이 사태가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한다.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고자 십자가에 달려 생명까지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의 뜻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민이 주인이 되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루어지는 참된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 최순실 일가의 죄과를 철저하게 밝혀내고 부당하게 취득한 재산을 국고환수하라!
- 새누리당도 공범이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해체하라!
- 재벌도 공범이다. 대기업에 대한 특혜와 부당한 정경유착도 철저하게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 검찰, 특검과 사법부는 권력에 아부하던 과오를 반성하고 철저하게 조사, 판단하라!
- 경찰은 국민적 분노를 직시하고 집회시위권 및 평화시위를 보장하라.

2016. 12. 1.

감리교시국기도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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