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비상시국대책회의와 한교연 같은 듯 다른 입장문 발표

▲ 26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이 기자회견 모습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과 관련 교계 보수권과 진보권을 대표하는 두 단체가 같은 듯 전혀 다른 성명을 발표, 국가의 매 중대 사안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온 한국교회의 고질병을 또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있은 다음날인 26일, 진보권 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보수권 기구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각기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NCCK는 비상시국대책회의(의장 김상근)가 26일 오전 11시에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시국대책회의의 입장’을 발표했다.

비상시국대책회의는 성명에서 “국정의 최종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국기문란행위를 자행하고 국정의 책임을 회피했다”면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질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큰 불행이다. 나라와 민족을 오늘의 지경에 이르게 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아픈 결단을 촉구한다. 국민을 더 이상 부끄럽게 하지 않는 대통령이기를 바란다.”고 밝혀 사실상 하야를 요청했다.

한교연도 같은 날(26일) 오전 ‘대통령 사과 기자회견 관련 논평’을 냈다. 한교연은 논평에서  “국민들은 ‘신뢰와 원칙’의 정치를 자부했던 대통령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며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논해 NCCK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어진 논평에서 한교연은 “우리는 임기를 1년 4개월여 남긴 대통령이 또다시 역사적으로 불행한 대통령으로 남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NCCK와 전혀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특히 한교연은 “지금 탄핵 운운하는 성난 민심을 헤아리지 못할 바는 아니나 국가적 위기 앞에서 통치권의 공백은 더 큰 위기를 자초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하야’니 ;탄핵‘이니 등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다음은 성명과 논평 전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시국대책회의의 입장


국정의 최종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국기문란행위를 자행하고 국정의 책임을 회피했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질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큰 불행이다. 나라와 민족을 오늘의 지경에 이르게 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아픈 결단을 촉구한다. 국민을 더 이상 부끄럽게 하지 않는 대통령이기를 바란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


2016년 10월 2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시국대책회의


대통령 사과 기자회견 관련 논평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최순실 씨 관련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대통령 취임 전후에 '연설과 홍보'에 관해 도움을 받았던 사실에 대해서만 해명했지만 그 뿐 아니라 최 씨가 국정의 거의 모든 분야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으로 인해 엄청난 국난에 빠져있다. 안보와 경제 위기에 이어 통치권에 대한 권위와 도덕성이 무너지는 사태가 오고야 말았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대통령의 통치 공백이 올 경우 대한민국은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제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국민들은 ‘신뢰와 원칙’의 정치를 자부했던 대통령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런 위기를 맞게 된 데는 여당의 책임이 크다. 그동안 최순실 씨 뿐 아니라 ‘문고리 삼인방’, 민정수석 문제 등 대통령을 농단하고 무소불이의 권력을 휘둘러온 주변 인물들로부터 대통령을 단절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해 온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번 최순실 씨 의혹에 대해 여당이 앞장서서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야당은 국가적 위기 앞에서 자기 정파적 이익에만 골몰해서는 안 된다. 마치 이번 사건이 정권을 획득하는데 “굴러들어온 복”인 것처럼 여기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할 경우 오히려 민심이 돌아서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음을 분명히 명심하고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데 초당적이고 성숙한 협력의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임기를 1년 4개월여 남긴 대통령이 또다시 역사적으로 불행한 대통령으로 남기를 원하지 않는다. 지금 탄핵 운운하는 성난 민심을 헤아리지 못할 바는 아니나 국가적 위기 앞에서 통치권의 공백은 더 큰 위기를 자초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사과한 후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불의와 단절하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또한 대통령이 의지를 표명한 개헌 문제도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제 개헌은 대통령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법기관인 국회로 공이 넘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여야는 오늘의 사태를 불러온 근본적인 통치제도를 뜯어고칠 개헌작업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북핵 문제 등 안보 위기 속에 갈수록 경제 위기가 가속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IMF국가부도 사태마저 슬기롭게 극복한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이러한 자부심으로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오늘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게 되기를 바란다.

 

2016.10.26.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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