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과 하나의 세계’ 주제로 드려진 예배에서 전한 말씀입니다

한국의 수도, 서울은 저의 고향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나고 자라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정말 서울토박이(echter Seouler)입니다.

20여 년 전 독일개신교회 연수생(Stipendiat der EKD)으로 하이델베르크에 오기 전까지 서울에서 목회자로 사역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서울과 이곳 칼스루에(Karlsruhe) 두 도시의 도시상(Stadtbild)에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서울에는 칼스루에와 같이 방사형거리(Fächerstadt, Radial road system)가 조성된 지역이 있습니다.

독일 바덴-두얼락 변경의 카를 빌헬름 방백(Markgraf Karl Wilhelm von
Baden-Durlach, 1679-1738)이 팔츠 왕위 계승전쟁(Pfälzischer Erfolgekrieg)의 전화를 겪은 후 1715년 6월 17일 초석을 놓음으로 ‘카롤스 루’(Carols Ruh=Karlsruhe)를
새로운 레지던트로 건립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후에 미국의 3대 대통령을 역임한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1788년 4월  약 두 주간 동안 칼스루에를 방문합니다.

그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의 위임에 따라 신생 독립국 미국의 새로운 수도 건립 모델을 찾기 위해 유럽의 12개 메트로폴리탄을 방문하였습니다.

제퍼슨은 원래는 루이 14세의 베르사유궁전에 기원을 둔 칼스루에의 방사형거리로부터 강한 인상을 받습니다. 결국 1800년 미국의 새로운 수도 워싱턴 D.C.는 방사형거리를 지닌 도시로 건립됩니다. 오늘날 이러한 도시상은 위싱턴 D.C.의 캐피털 힐(Capitol Hill)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구한말 이채연(Lee, Chae-Yeon)은 주미대리공사로 1887-1893년, 워싱턴 D.C.에서  근무를 합니다.

아관파천 후 대한제국이 선포되던 1897년 당시 한성판윤이었던 이채연은 새로운 제국의 위상을 높이는 한성개조사업의 일환으로 방사형거리를 덕수궁 앞에 조성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 모습을 서울광장 주변의 육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칼스루에에서 비롯된 방사형 거리가 미국의 워싱턴 D.C를 거쳐 마침내 한국의 서울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저는 지금 제가 관심 갖는 건축사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미 오래전부터 하나의 세계, 하나의 역사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의 전달을 가능케 한 사람(Menschen)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위스 작가 막스 프리쉬(Max Frisch)가 언급한 “우리는 노동력을 불렀는데, 인간이 왔다”(Wir riefen Arbeitskräfte und es kammen Menschen!) 라는 명제는 제가  말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관심 갖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미국인이 1885년 4월 5일 부활절 아침, 한국의 제물포항에 도착하였습니다.

한 사람은 미북감리회 선교사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 1858-1902)이며, 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선조들의 고향은 스위스였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미장로회 선교사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 1859-1916) 였습니다.

그 두 사람은 한국의 개신교를 구형하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한국에 오기 전인 1832년 독일인 선교사 카를 귀츨라프(Karl  Güzlaff)가 이미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그는 한국에 온 첫 번째 개신교 선교사였습니다.  그로 하여금 아시아선교의 먼 행로를 가게 한 신앙의 원동력은 18-19세기 루터파  경건주의(Pietismus)의 영향이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시의 조선은 쇄국정책이 실시되던 때라서 그는 복음을 전달하지 못하고 다만 우리에게 감자를 전해줍니다.

우리는 그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제까지 가축의 사료로만 쓰이던 감자를 구황작물로 식용으로 권장했던) 프리드리히 대제(Friedrich der Große)에게도.

미북감리회와 미장로회의 두 선교사가 동시에 한국에 도착하였다고 앞에서 언급하였습니다.

한국에서의 초기선교는 감리교와 장로교는 물론 미국, 카나다, 호주 등지의 각 교단에서 파송한 선교사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대하고 협력하는 에큐메니칼적인 성격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당시 선교사들은 단지 종교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이전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삶과 존재양식을 가져다 준 사람들 이었습니다. 다른 제 3세계 지역과 달리 한민족은 기독교 선교국과 제국주의 국가가 일치하지  않는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독교 특히 개신교는 한국인에게 서구의 교육, 문화, 예술을 접하는 근대화의 통로이며 그 자체였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두 명의 미국인 선교사 중 아펜젤러는 1885년 배재학당을 그리고 언더우드는 1915년 연희전문을 세움으로 (후에 1885년 설립된 세브란스의전과 통합)  교육을 통한 선교, 근대화를 시도합니다.

한국에서 기독교 특히 개신교는 종교의 의미를 지닐 뿐더러 개인의 새로운 삶과 존재양식의 구현, 사회와 역사의 새로운 개혁(Reformation)과 혁신(Revolution)을 의미하였습니다.

한국은 1960-1970년대 산업화(Industrialisierung)를 이룩합니다. 이 시기에 한국교회는 비약적으로 성장합니다.

단지 131년 전에 한국에 전해져 온 장로교는 개혁교회 전통(Reformierte Tradition)을 지닌 교회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한국에 전래된 감리교는 웨슬리안 전통(Wesleyanische Tradition)의 교회들 중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교회로 성장하였습니다.

그 결과 개신교인 900만, 가톨릭교인 500만, 도합 1400만 크리스천이 한국에  존재합니다. 이 숫자는 남한의 5000만 인구 중 1/4을 넘어서는 비율입니다. 세계교회사에 유례가 없는 이 결과는 신앙고백적인 견지에서 볼 때 하나님의 축복이며 성령의 역사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종교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다른 면도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교회성장은 빛을 발하는 밝은 부분과 함께 그늘진 어두운 부분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1970-1980년대 교회성장기에 한국 개신교는 철저한 개교회주의 선교정책을 견지합니다. 한국교회의 개교회주의는 국가교회(Staatskichentum) 전통을 기반으로 한 공교회  개념에 익숙한 유럽교회 특히 독일교회의 성도들은 그 의미와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성격의 교회형태입니다.

심지어 감독정치를 표방하는 제가 속한 감리교회조차 전통적인 감리교 연관주의(Connexionalism) 정신은 형식적인 흔적으로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감리사(Superintendent) 직을 수행하면서 저는 이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였습니다.

개교회주의는 곧 무한경쟁, 적자생존이라는 산업화를 지향하는 사회의 가치관이 교회에 내재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에서 산업화를 주도한 세력은 군사정권이었습니다. 군사정권이 지닌 권위주의, 관료주의 역시 한국의 초기 개신교가 지향한 민주주의, 근대화, 인간화 정신과는 상반됨에도 이 시기에 교회에 들어옵니다. 이 점이 오늘의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유럽의 교회들은 사회의 세속화(Säkularisierung)에 따라 영적인 영향력과 선교동력이 약화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교회들은 교회가 존속하면서도 세속적인 가치들이 교회를 잠식하였습니다. 교회가 세속화가 된 것 입니다.

대표적으로 산업화가 표방한 성장이데올로기(Wachstumsideologie)가 교회 내부에  깊숙이 자리하므로 복음의 자리를 대체하였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유럽교회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est semper reformanda). 종교개혁자들의 이 경구(reformatorischer Spruch)는 오늘 우리들에게 단지 교회사적인 기억(kirchengeschichtliche Erinnerung)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또한 지금 수행해야 할 현재적인 과제(gegenwärtige Aufgabe)를 뜻합니다. 저는 믿습니다, 주께서 오늘의 종교개혁의 과제(Aufgabe)를 감당할 성령의 은사(Gabe)를 우리에게 주실 것을!

▲ 종교개혁기념 주일예배, 예배광경
▲ 종교개혁기념 주일예배, 예배광경
▲ 좌로부터 수잔네 랍쉬목사(독일개신교회), 사라트 소우실리아목사(남인도연합교회), 필자, 티니 파산데목사(인도네시아개신교회)
▲ 칼스루에 크리스투스교회 전경

(위의 글은 독일교회 종교개혁 기념주일(10/23)에 칼스루에 크리스투스교회에서  ‘종교개혁과 하나의 세계’(Reformation und  Eine Welt)를 주제로 드려진 예배에서 전한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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